내가 단골로 가는 순대국밥집은 두 종류의 슬롯사이트 지니를 내어준다. 오이슬롯사이트 지니와 청양슬롯사이트 지니다. 오이슬롯사이트 지니는 크고 청양슬롯사이트 지니는 작아서 눈으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세심한 주인은 청양슬롯사이트 지니를꼭지를 따서 준다.
초밥이와 둘이 갔을 때다. 내가 맨밥에다 청양슬롯사이트 지니를 베어 먹는 걸 보고 초밥이가 물었다.
“그거 매워?”
“아니, 별로 안 매워.”
내 말을 듣고 초밥이는 비장하게 청양슬롯사이트 지니를 쌈장에 찍어 왼손에 들었다. 오른손으로 밥을 크게 떠서 입에 넣고 심호흡을 한 후 슬롯사이트 지니를 노려봤다. 막상 슬롯사이트 지니가 입에 들어올 때는 입을 오므려 앞니로 소심하게 잘라먹었다. 몇 번 신중하게 씹더니 말했다.
“괜찮네. 안 맵네.”
녀석은 그러면서 더 먹지 않고 슬롯사이트 지니를 내려놓았다. 얼굴이 벌게진 채로 말하는 녀석이 귀여웠지만,귀여워하면 발끈하기 때문에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펄펄 끓는 순대국밥이 나왔다.
“먼저 고기를 식으라고 건져놔.”
나는 밥뚜껑에 순대와 머리 고기를 덜어놓으며 말했다. 초밥이도 나를 따라서 고기를 따로 담았다.
“밥은 안 말아?”
“그건 좀 있다가. 고기에 새우젓 하나씩 올려서 먹어. 이렇게.”
초밥이는나를 따라서 새우젓 한 마리에 고기 한 점씩 먹었다.
“이제 국이 식었으니까 밥을 말아. 남은 고기도 넣고.”
초밥이한테 국밥 먹는 순서를 일러주고 있으니까 아주 오래 산 기분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순대국밥 먹는 방법만큼은 딸한테 자신 있게 알려줄 수 있었다. 그간 내가 먹어온 순대국밥 그릇 수가 자신감을 주었다. 왼손을 옆자리 의자에 걸치고 다리를 꼰 채로 국물을 퍼먹는 내가 폼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