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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의 바카라 게임

“나이가 든 이후에는 어릴 때처럼 꿀잠을 못 자잖아. 바카라 게임하고 난 날은 푹 잘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


백두대간 신의터재~비재 구간, 20km를 마치고 식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뒷자리에 앉은 록스님이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러고 보면 바카라 게임이 좋은 게 아니라 바카라 게임을 마칠 때가 좋은 것 같다. 바카라 게임 후의 해방감을 위해 한파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새벽잠을 포기하고 아침 공기 속에 몸을 던진 것 같다.


마지막 봉우리인 봉황산을 지나자 날머리까지 4km가 남았다.점점 고도가 낮아지고, 길이 평평해지더니 도로와 가까워지면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저 아래에 버스가 보였다.


“와, 바카라 게임다!”


산악인의 바카라 게임, 버스를 발견하자 기쁨은 절정에 달했다. 도로에 발을 딛자 짜릿함이 전해왔다. 먼저 온 석파님이 주는 맥주부터 한 잔 마시고, 배낭을 정리했다. 땀이 난 옷을 벗고 가져온 추리링으로 갈아입고, 무거운 등산화 대신에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뒤풀이 메뉴는 오리탕이었는데 뜨거운 국물에 추위에 떨었던 몸이 스르륵 풀렸다. 옆에 앉은 겐불러님이 “녹네, 녹아”하면서 추임새를 넣었고, 한껏 여유로운 기분으로 산우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자 전원이 곯아떨어져서 버스 안은 무덤처럼 고요해졌다. 배도 채웠겠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 이대로 충분하다는 기분이 나를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잠으로 이끌었다.


하룻밤 잘 자는 일이 작지만, 한편으로 기적처럼대단한 일이라는 걸 바카라 게임이 알려준다.겨우 하룻밤 잘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새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면 말이다.

바카라 게임바카라 게임에서 만찬
바카라 게임8년째 겨울을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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