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 독립슬롯 머신을 찾아간다.독립슬롯 머신이라는 이름 아래 어디 하나 같은 곳이 없다. 쏟아지는 책을 슬롯 머신지기의 취향이라는 체에 걸러진 큐레이션도 설레게 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콘셉트와 주제로 쓴 책에 놀라고, 목차에 마음이 빼앗겨 어느새 결제를 기다리는 책에 한 가득히 된다.
슬롯 머신지기 내면을 펼친 슬롯 머신을 한참 거닐다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스트레스는 녹아 사라지고 책 속에 빠져 신선한 생각이 마음에 흐른다. 마음에 드는 책을 단박에고르고 앉으면 좋지만, 대부분 한참을 서성인다. 내 지갑 사정과 읽으라고 줄을 서있는 책이 떠오르는 탓이다.
이번에 방문한 서점에서는 책을 고르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서점지기가 골라둔 책 여럿이 마음에 걸려 한 권을 쉬이 고르기 어려웠다. 그렇게 한참. 차가 식을 때까지 고민했다. 간신히 고른 책을 쥐고 앉았다. 얼마나 읽었을까? 작지만, 한 권이 거의 다 넘어갈 때까지 읽었다. 조용한 곳, 책 읽기 좋은 독립서점이 바로 "오세요, 슬롯 머신"이다.
책 읽기 최적의 조건은 무엇일까? 여럿일 테다. 난 적당한 온도, 고요한 것보다 자글거리는 백색소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는 분이 있다면집중이 된다. 거기다, 따스하고 향이 좋은 차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1년에 몇 번이나 완벽한 조건 아래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손에 꼽는다. 적당한 온도를 맞춘다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집중력이 흩어진다. 백색 소음을 넘어서 흥미로운 귀를 쫓아가면 책에서 눈을 떨어지게 한다. 아무도 보는 이 없으면 딴짓으로 빠지기 쉽다. 모든 조건이 한 번에 맞는 최적의 시간. 작은 독립출판이지만, 거의 다 읽을 때까지 어떠한 방해도 느끼지 못한 공간이 바로 오세요, 슬롯 머신이다.
조금 남은 차를 후후 룩 마시고, 남은 쿠키까지 야무지게 먹고 슬롯 머신을 나섰다. 불쑥 떠오른 단어가 있다. "병원" 책태기를 겪고 있을 때, 단박에 해결해 줄 서점이 바로 '오세요, 슬롯 머신'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고, 어려운 책으로 인하여 다음 책을 엄두도 날 수 없는 책태기를 단박에 해결해 줄 조건이 만들어주니, 병원이라는 말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오롯이 책을 위한, 독서를 위한 공간이 꾸며져 있는<오세요, 슬롯 머신. 슬롯 머신 이름처럼 반갑지만, 조용하게 맞이하는 곳.언제나 책 읽기 좋은 조건을 맞춰내고 있는 슬롯 머신. 책태기가 와서 좀처럼 집중할 수 없다면, 이곳으로 오자. 책을 읽게 될 테다.
덧붙임 1
한참을 생각하며 고른 책 태제 작가의 <슬롯 머신이 싫어질 때다. 참 좋은 슬롯 머신에서 슬롯 머신이 싫어진다는 책을 고르니 묘하다.
덧붙임 2
"오세요, 슬롯 머신"의 큰 장점은?맛난 쿠키, 따스한 차다. 혹시 방문하신다면, 책도 좋지만 꼭 주문을 해서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