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그 뜨겁던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 제 아무리 더위라 해도 우리 카지노게야 어쩌겠는가. 벌써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론 기온이 서늘하다. 에어컨을 켜지 않은 지 일주일이 되었다. 올해 에어컨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일 년 내내 벽에 기대 서 있다가 겨우 일주일 일하는 기계를 왜 들여놓겠느냐고 하며 꿋꿋이 사지 않았던 에어컨. 재작년에 들이고 올해 가장 오래 사용했다. 한 달 가까이 되었으니. 하지만 그 더위도 이젠 지나간다.
칠팔월엔 더위 때문에 제대로 못한 일이 많다. 그중 하나 큰일은 단편소설집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일이다. 넘긴 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자꾸 앞으로 넘어질 듯 속이 허한 것이다. 뭔가 속에서 쑥 빠져나간 것 같다. 대단히 훌륭한 작품을 쓴 것도 퇴고한 것도 아니건만. 식욕은 없는데 허기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입에 뭔가 넣으면 별 맛을 느끼지 못했다. 불안했다가 설레었다가 미진한 것 같아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속에서 어떤 덩어리가 빠져나가 휑한 느낌, 그게 가장 컸다.
첫애를 낳았을 때도 그랬다. 출산 후, 침대에서 일어나 걸으려고 슬리퍼를 신는 순간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속이 허했기 때문이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후 잊었던 그 느낌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약간 웃었다. 아, 이래서 해산의 고통이라고 한다는 것을. 난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글을 쓰는 것도 퇴고우리 카지노 것도 다 즐겁다. 해산의 고통을 느끼며 글을 쓰지 않아 난 이름난 작가가 되지 못우리 카지노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예사로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자꾸 속이 허했다.
아무튼 그렇게 저렇게 칠팔월이 흘러갔고, 이제 구월이다. 우리 카지노는 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다. 종강했던 강좌들도 모두 개강이다. 먼저 내가 소화해야 할 일곱 개 강좌와 두 개 특강까지. 거기다 연구소 일과 집필 의뢰받은 한 권의 기획물의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그뿐인가. 우리 아들인지 하숙생인지 세입자인지 그 친구의 삼시세끼 식사와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또 운동도, 잡다한 집안일까지 내 몸이 몇 개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있다. 우리 카지노이니까. 하늘 높고 공기 좋으며 적당한 기온으로 가슬가슬한 가을을 맞이할 것이므로. 몸이 처지지 않을 테고 입맛은 돌 것이며 기분은 상쾌하리라. 우리 카지노은 그렇다. 팔월과 느낌이 영 다르다. 오늘 아침 기온도 벌써 어제와 다르다. 한낮에 뜨거움은 견뎌야 한다. 곡식이 여물기 위해 꼭 필요한 뜨거움이니까.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삶이 여물기 위해선 땡볕처럼 팔월처럼 뜨거운 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 카지노이다. 아 우리 카지노!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면서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걸어야 하리라. 당면한 과제들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도 닦는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 부담감이 가득 밀려오지만 한껏 밀어낸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일 테니까. 올 우리 카지노은 유난히 더 바쁠 것 같지만 기대되기도 한다. 힘든 일을 해내고 났을 때 성취감이 더 큰걸 경험 통해 잘 알고 있다.
학창 시절의 우리 카지노은 개학으로 시작되었다. 그때는 우리 카지노 첫날이 개학 일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방학과제물을 챙겨 학교에 가면 구릿빛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한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 산골이다 보니,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거나 농사일을 돕느라 그렇게 되었다. 팔뚝에 허물이 술술 벗겨지는 친구도 있었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보며 서로 ‘니그로’라고 놀리기도 했다.
학교에 있을 때 우리 카지노도 개강으로 시작되었다. 내 강좌 신청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설레는 일이었다. 첫날 입고 갈 옷을 골라 손질해 놓고 출력한 출석부에서 아는 이름이 있나 살피기도 했다. 첫 수업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수강 신청한 학생들이 상상 외로 많으면 어떻게 신청을 취소할 수 있게 하나 고민한 적도 있다. 첫 수업에서 적당한 인원이 남도록 미필적 고의(?)를 저질러야 한다. 그렇게 재밌게 시작하는 우리 카지노이었다.
이제 설렘과 기대를 안고 우리 카지노을 시작하련다. 무엇보다 나에게 충실한 우리 카지노을. 당면한 과제들도 있지만 그것에 우선하는 건 나다. 올 우리 카지노은 더욱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고 싶다. 바쁜 중에도 짬짬이 놀면서.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2024년 우리 카지노이 되었으면 한다. 두 팔 벌려 우리 카지노을 맞이한다, 오늘 아침. 사실, 이 모든 건 스스로 하는 다짐이다. 산재한 일들을 해내기 위해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