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카라 눈을 다 뜨지 못한 채, 펜타닐 좀비처럼 대충 잠바를 걸치고 경비실로 내려갔다. 아저씨는 갑자기 떨어진 기온 때문인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서 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추워서라기보다, 내게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해 보였다.
"저기 사모님, 글쎄 말입니다."
그리곤한평 남짓 경비실로 들어가주섬주섬라면상자를 하나 들고 나왔다.
이 새벽에 택배가 왔나, 싶은 그때
"아니, 그 씨부럴 잡것들이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박스는 수건으로 덮여 있었고, 그걸 들추니,작은 극세사 담요가있었다.
약 기운 때문에 몽롱했던 사설 바카라 대체 뭘 가지고 아저씨가 저리 흥분해 있는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경비실 위에 붙은 전자시계는정확히새벽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사설 바카라이었다.
회색빛의녀석들은여러 마리가포개진 채 서로의 등에 업혀 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아. 죽었나요?"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사설 바카라을 들여다봤다.
아저씨는 그중 맨 위에 있는 한 마리를 들어 흔들었고, 눈도 못 뜬 고사설 바카라는 입을작게오물거렸다.
"죽기 전에 제가 들고 나왔어요, 아니 이 생명들을 그 염병할 것들이 쓰레기통에 버렸지 뭐예요!"
그는, 종주먹을 한쪽 손바닥에 비볐다가 한번 세게 내리쳤다.
범인이 나타나면, 작살을 내겠다는 듯이.
잠시 눈을 부치려고 했는데,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 했다.그리고 아주 가냘픈피리소리가 들렸는데,자세히 들어보니마치 작은 곡소리 같기도 한 것이,그냥 무시하려고 하면 다시 들려오고 해서, 소리를띄엄띄엄쫓아갔더니, 쓰레기통 안에 파란 비닐이 움직이고 있었단다.
그의 입에선 동파 풀린 수도꼭지처럼 이런 말들이 줄줄줄 흘러나왔다.
사설 바카라 이 말을 다 믿을 수가 없었던 게, 아저씨는 귀가어두워주민들에게 가끔 퉁박을 먹곤 했던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성실하고 친절한 아저씨를 사설 바카라 좋아했다. 이 추위에엄마 젖도 떼지 못한 새끼사설 바카라이 뚜껑 닫힌 공용 쓰레기통 안에서 울었고 30미터쯤 떨어진 경비실에서 그소리가 들렸을 리 만무한 일이었지만, 노인의 간절한 얼굴을 앞에 두고, 사설 바카라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찌나 가엾던지, 비닐채 들고뛰어서 들어왔어요, 숨이 떨어질까 봐 난로 앞에 놓고 한 마리씩 계속 비벼주기는 했는데, 두녀석은 시들하고 세 마리는꿈틀거리는 게죽지는 않겠어요."
날 보자마자 쉬지 않고 사설 바카라이 라면박스에서 잠들기까지의 과정을 읊느라그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버글거렸다.
자신이 아이들을 한 시간 동안 부벼서 살려놓고 나니, 이제 얘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고, 아하 그렇지 7층 동물병원 사모님 댁이있었지,그 생각이 나면서부터 희망이 보였고, 폐가 되는 줄 알지만 일단 애들을 살려야겠다는생각 하나로 인터폰을 넣었다는 줄거리였다.
그게 내가 이 노인 앞에 서 있는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이 오늘 하필, 어딜 좀 갔어요. 어쩌죠."
나는 이 사설 바카라을 어미 없을 때, 쓰레기통에 버린 인간도 말종이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에 나를 불러내, 희망을 운운하는 아저씨에게도 조금 화가 났다. 사설 바카라 매일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잠만 잘 수 있으면 영혼도 팔아넘길 지경의 노이로제 환자였다.
'설마이 애들을 다 키우라고 주는 건 아니겠지?'
사설 바카라우울증의 정점에 서 있는,길을 걷다가 어깨 위에 떨어지는 낙엽 하나도 무거운, 그런유리멘털이었으므로,이 사설 바카라은 내게 가당찮은 일이었다.
내가 살던아파트 단지는,전면에 산이 있고, 글램핑장과 캠핑장을 갖춘 드넓은 공원이 있었으며, 산세가유려해등산객들은 물론이고입주민들은 이 초록초록하고 쾌적한 지형에 자리 잡은단지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리고 자부심을 가졌다. 그래서 유난히 집값에 민감했고, 그 분위기를 해치는 불청객에게는얼음장같이단호했다.사람이든 동물이든그 뭣이든간에.
가장 환영받지 못한불청객은우선은사설 바카라이었다.
단지를 오가는 청설모는 흔한 경우였고, 얼마 전부터는 오소리가 등장해 화단에 고사설 바카라처럼 움츠리고 있는 경우까지 생겨났지만, 주민들은 공기가 맑고 자연친화적이라 생기는 일이라며 방송국에 제보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저희 아파트에는 오소리가 함께 살아요'이런 발랄한 주제로.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오소리들에게도 뭔가 문제가 생긴모사설 바카라었다.인간들이도토리란 도토리를죄다퍼 날라서생태계의 고리가 헐거워졌고,너나 할 거 없이 서식지를 들쑤셔놓는 바람에쫓겨내려왔다가 아예 주저앉아버린 건지도 몰랐다.사설 바카라 산의 둘레길을 걸으며 종량제 봉투에 하나 가득 도토리를 모아내려 가며, 이곳 도토리로 묵을 쒀먹으면 맛이 기가막히더라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했으므로,그 맥락에서 오소리의 편이었다.
해서오소리들이고사설 바카라밥이라도선점해야겠다는 지혜를모을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했다. 그리고 입주민들이변덕을 부리기 이전에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절박함을녀석들의 날쌘 달음박질에서사설 바카라읽을 수 있었다.
사설 바카라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나와유령처럼동네를 천천히거닐곤 했다.불 꺼진집 앞공원을걷다 보면오소리와 청설모와 사설 바카라이 인적 드문 산책로에서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일이더러있었다. 그럭저럭, 사람들이 잠든 세상에서 이제야 좀 조용하군, 하는 중에 웬 여자가플래시를 들고나타나 스륵스륵 바지단을끌고돌아다니니녀석들은 내가썩 달갑지는 않았으리라.
그리고사설 바카라 종종경비들이새총으로 고양이 사냥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사시키지는 못하지만, 제법 단단한 돌멩이를 머리를 향해 발사해 맞추는 경우엔, 잠시 정신을 잃고 있다가 일어나서 도망가는 사설 바카라을본 적이 있었다.
전임 경비는 새총을 잘 쐈다.
새총으로, 최강의 스나이퍼 스웨거를 흉내 낸 듯 목표를 정하고 정확히조준할 때의그 진지함이란.사설 바카라그가 왕년에제법스나이퍼 영화를 많이 본사람이군, 하며그 허세가못내 씁쓸하기도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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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부녀회와 캣맘들 사이의 다툼에 관한 것이었다.엘리베이터게시판에는 분리수거를 잘하시오,바로옆칸에 캣맘들과 전면전을 선포한 부녀회장의 경고장이 궁서체로 쓰여 있었다. 그건 마치을사늑약 때그유명한장지연의'시일야방성대곡'같은논조였고내용인즉,
그러니까 이 탯줄을 달고 있는 고사설 바카라 다섯 마리는 캣맘들과 부녀회 사이의 암투의 희생양인 셈이었다.
가끔 나타나는 오소리에게도 밥을 주는 아저씨가 어미 잃은 새끼사설 바카라을 발견하고 나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거란 사실은 안 봐도짐작이 가는 바였다.
새총 스나이퍼의 후임자로 온 오늘의 주인공은,버려진 사설 바카라을 구해내는 암약을 펼쳤고
"염병할 것들, 이것들도 엄연히 생명이잖아요. 그렇죠 사모님, 네? 사모님!"
하는말마다 뭐랄까, 새총 스나이퍼에겐 없었던, 신념 같은 게 있었다.
경비반장은 한 달에 두 번각동의경비들을 모아놓고, 입주민들에게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 것과 여러 번 마주쳐도 꼭 깊이 머리를 숙여 인사해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반말을 하지 말라는 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그래서졸지에'사모님'이 된 사설 바카라 이노인의 수고로움과천운을 탄이 꼬물이들을 어떻게 달래고 살려야 할지를 동시에 판단해야 했지만, 약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홱홱 돌아가지 않았다.
"아저씨..그럼 우선 우유를 좀먹여볼까요?"
"아! 그럴까요 사모님?"
사설 바카라 우유를 데워 내려왔다.
그리곤아저씨와 사설 바카라한평 남짓한 경비실에서 무릎을 맞대고 앉았다. 열어놓은 작은 화장실에서 백 년 된 암모니아 냄새가 올라왔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우린주사기에 우유를 넣고 한 마리씩돌아가며입을 벌려우유를먹이기시작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다섯 마리에게 적당히 우유를 넣어 주었는데 그중 두 마리는애를 썼지만 호흡이거의 멎은 상태였다.
그리고 사설 바카라 너무 작고 마른 데다 눈도 뜨지 못한녀석들이, 한참 추위에 방치돼 있었을 텐데,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다. 그래도칠순이 훌쩍넘은 노인의 간절함 때문이라도,인류애를 발휘하는 중이었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사설 바카라 이제 이만큼이면 내 도리는 다했으니, 일어나도 되겠지 하는데.
"사모님, 아침에 시청에 전화 좀 넣어주시겠어요?"
"제가요?"
"네, 그래도 사모님이 저보단 낫잖아요. 책도 많이 읽으시고."
그러니까 사설 바카라얼마전 집정리를 하면서 재활용 포대에 넣어놓은수백 권의책들이,아파트지하실에꽂혀있는걸 우연히목격했다.그 책을 주워가키순서대로 정리해, 책장에 꽂아놨던장본인은 바로새벽에 나를 불러낸, 고사설 바카라계살신성인경비아저씨였다.
나는 책들의 행방을 우연히 알게 되고 나서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봤다.
그곳은마치중세베네딕트 수도원의 비밀 서가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고,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더랬는데,
사설 바카라의'악의꽃'이떡하니 경비실 책상에놓여있는걸 보게되었다. 그는 어딘가에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놨었는데 사설 바카라그 구절이상당히궁금했지만,알은체를하지는않았다. 프란시스코 수사 윌리엄처럼.
"아. 그런데 제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사설 바카라 정말 이쯤 해서 발을 빼고 싶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노인은내게 사설 바카라의 생사를 자신과 함께 지켜보자고 나를 어르고 달랠 것만 같았다.
"그냥 전화만 해주세요. 전화하면 요즘엔 시청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사모님."
그는 버려진 동물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나라가 돌봐줄 거라는 믿음을 가진 듯했다.
"얘네들도 다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 아니것어요?사모님."
그러고 돌아와서 사설 바카라 싹 달아난 잠 때문에, 거의 꼬박 밤을 새웠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바로 경비실에 내려갔다.
아저씨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잠이 든 거 같았다.
사설 바카라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아저씨는깜짝 놀라 잠이 깼다. 그리곤 화색이 돌아창문을 힘차게 열었다.
그러면서, 내가 돌아가고 나서, 살아난 세 마리의 고사설 바카라를 얼마 전 입주민이 손녀 돌잔치라고 준 수건에 돌돌 싸서 깨끗하게 박스에 넣어 놓았는데, 평소에 잘 지내던 옆동의 맞교대하는 경비원이 꼭 한 마리 키우고 싶다며 데리고 갔고, 또 앞동에 얼마 전 김치냉장고 화재로 불이 나 돌아가신 할아버지댁 할머니가 외롭다며 한 마리를 또 데리고 갔고, 마지막 한 마리는 자신이 데리고 가서 손주와 함께 키울 거라고 정신없이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개선장군처럼 보였다.
"이게 다 사모님 덕분이에요."
얼마 후,사설 바카라작은애를 전학시키며 급작스럽게 이사를결정했다.
그런데 이사를나오며, 아저씨를 보지 못했다.
사설 바카라 감사했다고적은봉투에오만 원을 넣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지하실에 한번 내려가보고 싶은 맘이 들기도 했지만, 괜한 미련이 남을 거 같아 그냥 그곳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