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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슬롯 꽁 머니 사랑하지만 산에서 살아보겠습니다.

모두가 슬롯 꽁 머니 가라네요


내리꽂는 듯한 햇살에 눈이 떠졌다. 미처 커튼을 달지 못한 방 안으로 아침햇살이 그대로 쏟아졌다. 창밖을 보니 마른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몸을 반쯤 일으키자 빽빽하게 줄 선 나무들이, 완전히 일어서자 눈이 반쯤 녹은 산봉우리가 보인다. 어제만 해도 창밖이 아파트로 채워졌는데 지금은 나무와 산이다. 이사 온 첫날 아침, 창밖 풍경이 생경하기만 슬롯 꽁 머니.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뼛속부터 슬롯 꽁 머니 여자인 내가 산 밑으로 이사 온 건 가족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21년에 암진단을 받고, 22년에 폐전이 진단을 받게 되면서 4기 암환자가 된 탓이다. 엄마는 처음 병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같이 산에 들어가자고 했다. 일언지하에 거절, 아니 사양했다.


엄마와 산속에서 둘이 살면, 암에 이어 약도 없다는 화병을 얻을 것만 같았다. 엄마를 슬롯 꽁 머니, 이 나이에 엄마와 단 둘이 산다는 건 숙고할 문제였다. 내가 걸리지 않는다면 엄마가 걸릴 터, 누구 하나는 명줄이 줄 것이 분명한 확률게임이었다.






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화분 키우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고 등산, 자연인 같은 세계는 나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였다. 슬롯 꽁 머니 엄마와 산으로 들어가지 않는 대신, 매일 산공기를 마시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집에서 가까운 뒷산을 오르내리며 산공기를 마시고 체력을 키웠다.


정말 그 때문인지 항암이 끝난 후에도 반 년 넘게 암세포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그것 보라며 아예 산에서 살면 얼마나 더 건강해지겠냐고, 5년 완치 판정받을 때까지만이라도 산 근처에서라도 슬롯 꽁 머니라고 했다.

“테레비에 나온 사람들 봐라. 병원에서도 손 놓았는데 죄다 슬롯 꽁 머니 가고는 결국 건강해지지 않았니.”


그놈의 산, 산, 산!






40여 년을 서울에서 산 나는 슬롯 꽁 머니의 편안함과 풍요를 누리는데 익숙했다. 슬롯 꽁 머니에는 보고 싶은 전시, 공연이 수시로 열리고 그 장소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필요한 물건도 지척에 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문화이든, 모든 것이 촘촘하게 있는 곳, 슬롯 꽁 머니의 역동성에 지치다가도 금세 새롭게 등장한 것에 호기심이 일어나는, 슬롯 꽁 머니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좋아했다.


그리고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을 꼽는다면 그것은 야경이었다.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슬롯 꽁 머니 내려다보는 것을 사랑했다. 여러 빛으로 반짝이는 도시는 나에게 커다란 크리스마스 같았다. 그래서 이 야경을 매일 볼 수 있게 도심 한복판 높은 건물에서 살고 싶었다. 도시에 살면서도 더욱 도시적인 환경을 갈망했으며, 내 로망 중 하나는 제주 한 달 살기가 아니라, 광화문에서 한 달 살기였다.


때문에, 물고기가 물 밖을 나가면 죽게 되는 것처럼, 나라는 사람은 슬롯 꽁 머니에서 벗어나면 심심해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공기를 마신다 해도 시골의 적막이 나의 숨통을 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장암에 이어, 1년 만에 폐전이 진단을 받게 되자 더 이상 친정식구들의 권유를 뿌리치기가 어렵게 되었다. 식구들은 '폐'에 전이가 된 사실을 강조했다. 좋은 공기를 듬뿍 마시며 살아야 한다고, 그러려면 산으로 가야 한다고, 마치 마지막 비법을 제시하듯 심각하게 말했다.


병에 걸린 이후 온 가족의 케어를 받게 되면서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수술과 항암을 거듭하며 한 가정의 엄마로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친정 식구들 중 누군가가 번갈아 가며 맡아야 슬롯 꽁 머니. 아이들이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 아직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와 병원에 다니느라 일 년 치 휴가를 일찌감치 소진했고, 바통터치하듯 남동생이 휴가를 쓰며 나를 병원에 날랐다. 여동생이 먼 곳에서 와서 아이들을 돌보고, 칠순의 슬롯 꽁 머니는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며 살림을 돌봤다. 가족들의 일상이 정지되었고, 나는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여 가족들의 일상을 제자리에 돌려 놀 책임이 있었다.


가족들의 권유를 끝까지 물리쳤는데 결국은 결과가 안 좋을 때,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기 싫다는 계산도 섰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봤다면 나도 가족들도 조금은 담담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결국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산에서 슬롯 꽁 머니 보기로 말이다. 티브이에서 봤던 암생존자들처럼 어쩌면 나도 나만의 기적을 얘기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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