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늦은 어느 날 밤이었다. 그래봤자 저녁 9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집까지 약 100미터 정도 남았을까. 골목이 적막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 오가는 길인데 웬일인지 아무도 없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싶을 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젊은 온라인 바카라 걸어오고 있었다.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안경을 쓴 20대가량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어둠 속에서도 온라인 바카라 날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걸음 걷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뒤를 보았다. 여자의 본능이랄까, 뭔가 싸한 기분이 느껴져서였다. 남자는 벨트를 풀면서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마침 가로등을 지나던 남자의 흰 팬티가 딱 보였다.
뛰어야 할까, 소리를 지를까, 경찰서에 신고할까.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나가면 놈을 자극하게 될 것 같았다. 일부러 모른 척, 빨리 걷기로 했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계산착오, 내 걸음이 빨라지자 남자는 뛰기 시작했다. 다다닥, 온라인 바카라 달려오는 발소리가 등 뒤로 점점 가까워졌다.
나도 뛰었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아, 어떻게 해야지, 관자놀이가 뜨겁게 뛰기 시작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뛰면서 돌아보니, 온라인 바카라는 벨트를 푸른 탓에 허리춤을 부여잡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미친!
이대로라면 집에 도착하기 전에 온라인 바카라한테 따라 잡힐 것 같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집에 들어간 줄 알고 온라인 바카라 포기할까 해서였고, 설마 건물 안까지 따라 들어올까 싶었다. 그러나 그거 또한 계산착오였다. 남자는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오더니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왔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어느 2층의 현관문에 붙어서 벨을 마구 눌렀다. “도와주세요!” 내 목소리가 아닌 이상한 쇳소리가 나왔다. 불행히 그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이웃집에도 아무도 없는지 문을 열어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남자가 내 앞에 섰다. 팬티에서 성기를 꺼내 흔들기 시작했다. “섹시해요.” 남자는 멍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그 장소에서 끝까지 갈 태세였다. 그 와중에 남자의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않았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빨리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온라인 바카라이 겁이 많아서 세게 나가야 한다는 말이 퍼뜩 생각났다.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거기 딱 서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온몸에 힘을 쥐어짜야 했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폰을 꺼냈다. 순간 온라인 바카라 주춤했다. 내가 정말 버튼을 누르자, 남자는 바지를 올리더니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복도 창문으로 내다보니, 온라인 바카라 골목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하아…”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않은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날밤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은 물론, 한동안 잠을 설쳐야 했다. 눈을 감으면 그 온라인 바카라의 흐릿한 눈이 생각났다. 그 와중에 거기를 보지 않은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것마저 같이 생각이 났다면 더더욱 괴로왔을 것이다.
이후로 십 년 간 나는 가방 속에 호루라기와 호신용품을 항상 들고 다녔다. 위급할 때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보관하도록 늘 신경 썼다. 스마트폰에 긴급구조 요청 설정도 해놓기도 했다. 당연, 인적이 드문 길에 온라인 바카라 있으면 일단 긴장부터 하게 됐다. 여동생에게도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귀가가 늦으면 동생이 집에 올 때까지 걱정되는 마음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뿐인가, 괜찮아 보이는 남자라도 그 속은 모를 일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되었다. 그놈이 정말 멀쩡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약간 긴 갈색머리에, 갈색 뿔테 안경을 낀, 옷차림도 말끔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누군가가 그 청년으로부터 뭔가 부탁을 받는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그런 외모였다. 인상 좋은 얼굴 뒤에 병든 정신이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날 그 온라인 바카라 그대로 가지 않고, 나를 힘으로 제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디론가로 무지막지하게 끌고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세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비단 이 경험은 나만 운 나쁘게 겪은 게 아닐 것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성기 노출 범죄를 겪는다고 한다(2019년 통계에 의하면, 여성이 당한 성폭력 피해 중 성기노출 범죄 피해율이 제일 높았다).
성기 노출 범죄자를 온라인 바카라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어쩌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스파이더맨, 엑스맨이 연상되는 '맨'이라는 어감자체가 너무 가볍다. 희화화하는 느낌도 준다. 이 범죄를 당한 사람의 트라우마는 평생 갈지도 모르고, 이 범죄자가 더 큰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에(최근에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죄의 무게가 담긴 다른 용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 용어가 생긴다고 해서 크게 무언가가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작은 변화부터 도모하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 험악한 세상이 걱정이다. 아마 나는 아이의 귀가가 늦은 날에는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