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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향에 취한 용기 여사의 변명


이번 주에 용기 여사는 어디로 갈까요?


지난주에 빵집에 갔으니, 이번엔 그 빵과 아주 잘 어울리는 슬롯를 사러 갑니다.


슬롯


용기 여사는 속이 튼튼하지 못해 슬롯를 마시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도저히 슬롯를 끊지 못합니다. 대신 카페에 가서 슬롯를 마실 때면 주인장에게 부탁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물을 훨씬 더 많이 부어서 연하게 마십니다. 그렇게라도 슬롯를 마셔야겠다고 하니 정말 못 말리는 슬롯 사랑입니다.


그런데 슬롯를 마시면서 환경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율배반적이긴 합니다. 슬롯는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도 않고 플랜테이션으로 재배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거대 농장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슬롯를 재배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농약도 많이 사용하니까요. 지구 환경 입장에서 보자면 죄질이 나쁜 녀석이죠.


하지만 용기 여사는 아직까지 슬롯 대체품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나이 들면서 오후에 슬롯를 마시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허브차나 물을 마시곤 합니다. 하지만 아침을 먹고 나면 슬롯를 빼놓지 못합니다. 슬롯 향을 맡으면 정신이 번쩍 나고 기운도 난다면서 스스로를 유혹하곤 합니다.

용기 여사는 카페나 슬롯 전문점에서보다 집에서 슬롯를 더 자주 마십니다. 용기 여사는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서 슬롯 원두를 사곤 합니다. 처음엔 물론 주인장이 담아주는 대로 불투명한 포장재에 담아왔죠. 용기 여사는 재활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비닐도 플라스틱도 아닌 애매한 포장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습니다.


용기 여사의 레이더망이 부엌 곳곳을 향해 돌아갑니다. 싱크대 벽장 안쪽에 잡곡을 넣어 두던 둥글고 긴 통이 있더군요. 그 용기를 가져가서 슬롯를 담아 오니 마음이 쪼금은 편해졌습니다. 주인장은 역시 웃으며 용기에 잘 담아주시더군요. 이젠 집에서 용기를 끄집어내기만 하면 용기에 담아 오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슬롯


용기에 슬롯를 담아 오면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장점 말고도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집에서 직접 슬롯를 갈면 집안에 풍기는 슬롯 향이 갑절은 오래 깊게 퍼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 진하게 또는 연하게 내려 마실 수 있으니 그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스테인리스로 된 슬롯 전용 거름망이 있어 필터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도 씻어서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슬롯


오늘은 슬롯를 마시고픈 아줌마의 궁색한 변명 같지만, 슬롯를 끊기 전까지는 이런 방법으로라도 계속 마실 것 같습니다.


#슬롯사랑

#슬롯와환경

#슬롯향


*덧글: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슬롯를 재배하고 생산자에게 좀 더 공정한 대가를 지불한다는공급하는 공정무역 슬롯를 이용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입니다. #아름다운슬롯 #기아대책피스슬롯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자연드림 #두레생협 등에서 공정무역 슬롯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정무역 슬롯를 취급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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