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귤을 식탁에 놓고 싶은, 화자의 마음
상자를 열지 않은 사람, 백은선, 문학동네, 2023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보라색을 참 좋아한다. 내가 도서관에서 시집을 빌렸다. 친구가 제목이 뭐냐니까 난 모른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냥 보라색 시집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더 가관인 것은 난 이 시집을 처음 봤다고 철썩 같이 믿었다. 그리고 2주가 흘러 반납일 날 시집을 떠둘러보니까 <현상기억합금을 보고 알아챘다. 낯이 익으니까. 근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시가 한 페이지로 끝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게 아니라 15p부터 29p까지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전에도 보면서 '이게 제목이 굵기가 다르네?' 의문은 가졌다만 이게 한 제목 안에 부제목으로 붙은 시들 같다. 7개의 속편이 있었다. 꽤나 내게 충격적인 사실들이며 꽤나 익숙한 진실이다. 난 성격이 급한 편이라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그건 그렇고, 이 시의 장점은 행간이 다음 쪽으로 넘어가도 잘 이해가 가게 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 시집은 안 헷갈린다. 첫 장 <숨은 귤 찾기/-이선에게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 명확하게 띄어진 칸이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옆 페이지랑 비교해서 봤을 때. 그래서 나에게 아주 친절한 시집이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문학동네 시집 오랜만에 펴봤는지 책 출처가 앞장인지 뒷장인지 헷갈렸다. 뒷장이더라. 문학과지성사가 앞장인가. 다 한 번 살펴보고 싶어진다.
생각해 보니까 제목이 되게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보통 '숨은 그림 찾기'는 많이 보았는데 '그림'이 '귤'로 치환되는 순간 겨울스럽고 뭔가 포근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제목 2번째 줄 '-이선에게'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이선'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사실 이 시집 <상자를 열지 않은 사람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첫 번째 시집을 고르는 게 나의 규칙이었다. 그런데 제법 단정하고 예뻤던 시라 찬찬히 읽었던 것 같다.
1연부터 너무 귀엽고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다. 여기서 너는 이선 같다. '너는 자꾸 귤! 귤! 소리치며 집안을 뛰어다닌다/ 귤 없어 귤 없어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대답하는데' 서로 상반된 내용이 한 연에 등장했다. 누군가는 애타게 찾고 누군가는 없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알려주고 있다. 내 생각에 백은선 시인이니까 이선은 동생이 되지 않을까.
내가 2연을 보니까 '한밤중에 귤'이라며 지금의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3연에는 '눈 내리는 밤' '잠 속의 일' '편의점' '오래'라는 말을 보니까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가 자다 깨서 눈 내리는 밤 귤이 편의점에 있는지 확인하러 간 모양이다. 이게 만약 언니와 여동생의 일이라면 나도 연년생 동생을 위해 최근 신라면과 계란볶음밥을 오후 10시에 한 적이 있다. 자다 깨서.
1-3까지는 현실적이고 그 뒤는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꽤 은유적이라 추리가 필요하다. 4연에서 '이불'이 등장한다. '이불이 축축해지고 머리가 덤불이 되어 눈뜰 때/ 날아가는 새' 4연에서 1행은 잠자면 흔히 나타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증상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날아가는 새'라니. 화자가 잘 때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나이 어린 여동생 이런 거 아닐까.
내가 나이 어린 동생을 유추한 대목은 바로 5연이다. 뭔가 5연이 되게 의미심장하다. 목욕을 하는 와중에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가 이선에게 종말을 얘기하고 그랬더니 이선은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는 거냐고' 되묻고,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는 '입이 잔뜩 나온 너에게 거품을' 묻혀주었다. 나에게 지금 원픽은 5연이다. 5연이 주는 상황과 단어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바라보면 행복해지는 장면들이 있지 않은가. 딱 '숨은 귤 찾기'에서 5연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 시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또 재밌는 점은 1행으로 이루어진 연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행은 3행이고 어느 행은 6행이며 어느 행은 1행이라니. 구조적으로도 정말 마음에 든다. 뭔가 여유 있어 보이고 서정적이게 보이는 효과가 내게 있다. 사실 출력된 글자체도 한몫한다.
6연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다시 또 '눈 내리는 밤의 일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3연과 6연의 눈은 다른 시간대 같다. 그렇지만 눈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아주 조그맣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다.
7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눈이 내려서 '빨갛게 부푼 뺨이 어둠 속에서 잠깐 빛났다'라고 말하고 있다. 심보선의 시 중 '아주 잠깐 빛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폐허'를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꽤 좋아했다. 정말이지 이 구절도 너무 마음에 든다. '빨갛게'와 '어둠'과 '빛나다'는 사실 색으로 보면 3개의 색이 동시에 있다. 그리고 '부푼 뺨' '속에서' '잠깐'이라는 수식어가 평면적인 색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방금 불현듯 떠오른 일인데 사실 시점은 아직도 '이선이 귤을 찾아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가 편의점에 가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목욕씬'은 과거회상이고.
8연에서 화자는 이런 말을 한다. '귤나무가 집 앞에 있어서/ 먹고 싶을 때마다/ 따올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사실 정황상 화자는 이선이 귤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니까 그 귤을 펑펑 먹이고 싶은 것이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이 구절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9연에서는 티브이 앞에서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았고, 10연에서는 이리 말하고 있다. '밤이 너무 길구나/ 너는 도통 잠들 생각을 않고'라며. 그리고 11연에서 '이런 밤에는 눈도 잠이 든단다/ 세상을 먼저 재우고 나중에서야 잠에 든단다'라고 말하고 있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이것들을 다 읽고 직감했다. 화자가 나이 어린 동생을 목욕도 시키고 재우기도 하는구나. 사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이런 적은 없지만 이런 장면을 본 적은 있다. 연년생 동생이 십 년 터울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동생들을 돌봤다. 그리고 11연은 되게 아름다운 자장가처럼 들렸다.
그리고 방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하나하나씩 뜯어보지 않고 대충 흘려 읽으면 절대 몰랐겠다는 생각. 13연에서 화자는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종치기가 되어 평생 종을 치는/ 글을 쓰고 새벽이 다 되어/ 두 손을 포개고/ 날개를 접었다'라니. 글을 새벽에 쓰다가 접는 일도 저렇게 시적으로 표현이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포개고' '접었다'라는 과정에서 되게 성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화자는 자신을 '종치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까 되게 겸손하고 성실한 수행자의 모습도 떠오른다.
드디어 고지가 보인다. 14연 귤을 '빛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심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14연도 그렇고 다른 연도 그렇고 시에서 한 글자가 한 행을 이루고 있는 것도 3번 정도 있다. 그게 '귤' 혹은 '잠'이었다. 이런 과감한 표현도 재밌다. 화자는 '빛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심장을/ 쟁반에 담아/ 식탁에 올려두었다'라고 하고 있다. 15연을 보면 그 이유가 나온다. '눈뜨면 네가 제일 먼저 볼 수 있게'라고.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숨은 귤 찾기란 시를 읽으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위한다는 일이 이토록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는 일이구나를 느꼈다.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지금도 내 연년생 동생은열 살 터울이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동생들이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뭐든 사주려고 하는 편에속한다.
16연에서 3,4행은 아까 대강 읽을 때도 미스터리하더니 지금도 미스터리하다. 근데 방금 이해했다. '어느 날은/ 중력은 무엇이든 떨어트리니까/ 빛과 무관하게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아플 수 있어서/ 다행인 날이었다'라는 말을 앞 구절을 통해 이해했다. 앞에서 눈 내리는 날 밤 귤을 찾으러 가는 길 손과 발은 아리다고 했다. 그렇지만 '중력은 무엇이든 떨어트리니까'라는 말은 열심히 찾다 보면 결국 귤을 손에 넣게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리고 여기서 '빛'은 열심히 찾던 귤 같다. 그리고 화자가 '빛과 무관하게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아플 수 있어서/ 다행인 날이었다'라는 말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너무 슬픈 말도 아니고 심각한 자기희생도 아닌데 묘하게 슬프게 느껴진다. 처음 뭔 말인지 모를 때는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내 식대로 이해하니까 슬프다.
최근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자기가 자식일 때는 모르던 일들이 자식을 낳고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키워드는 '불안'이었다. 부모가 자신을 걱정하던 '불안'을 자식일 때는 유난처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보니까 그 불안이 자연스럽고 타당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자연스럽게 '아플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에서 '부모'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이선에게 부모 같은 사람이 화자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연도 되게 의미심장하다. '꽁꽁 얼어버린 빛이 있다/ 귤/ 전부 녹아버린 밤의 일이었다'라는 것은 꽁꽁 얼어버린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사들고 집에 왔고 그 귤이 아침이 되니까 녹아버렸다는 소리일까. 꽁꽁 얼어버린 일도 어느 순간 확 녹아버릴 수 있다.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말처럼 마지막 연이 나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카페에서 앞부분을 타이핑할 때 너무 힘들었다. 역시 집에서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으로 적어야 편안하고 아늑하다는 것을 깨닫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빛'이라던가 혹은 '전부 녹아버린 밤의 일'이 해석의 여지가 더 있을 것 같다. 가령 이게 아주 오래전 일이라던가 아니면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가 어린 동생을 돌보며 지나온 세월이라던가.
초반 1-3연까지는 이해가 바로 되다가 다음 연부터 마지막 연까지는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시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서 '숨은 귤 찾기'는 액면가 그대로 보면 한밤중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찾는 대소동 같은 시다. 그리고 애타게 찾던 '귤'이 과연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게 되고, '잠'이란 또 무엇인가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된다. '빛'이라던가 '밤이라던가.
근데 생각이 꼬리를 물기 어렵다. 그저 초반에 내가어렴풋이 짐작한 '귤을 좋아하는 이선에게 귤을 주고 싶은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따뜻한 마음'만 떠오른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어설픈 가정은 접어두고 내가 처음 느꼈던 감정을 더 따뜻하게 잘 느끼련다.
그리고 앞에 한 말을 잘 요약해 보면,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과거에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린 시집을 시내버스 타고 20분 간 도서관에서 또 빌렸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반납하려고 카페에서 잠깐 들렀을 무렵 불현듯 깨달았을 때의 그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근데 결과적으로 잘한 일 같다. 숨은 귤 찾기란 시도 만나고 또 이렇게 시 속 장면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순간도 맞이하고.
어쩌면 내가 '백은선'이란 시인의 이름도 외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뻥이란 생각도 동시에 든다. 그래도 전에 고른 시도 그렇고 이번 시도 그렇고 나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해 준 백은선 시인의 시집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상자를 열지 않은 사람, 어쩌면 그것은 나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많이 열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