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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3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리고도 한참의 시간들을 무작정 걸었다.
대차게 대들어보겠다던 나의 의지는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마치 바카라 꽁 머니의 고승을 따라다니기라도 양. 묵묵히.
때로는 눈치를 보다가, 때로는 나 혼자 생각에 빠져들다가
그렇게 막연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생각보다 버틸만했다는 게 나 스스로에게 신기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속절없이 방향도 없이 걷기만 하다니... 싶은 생각이
꾸역꾸역 차오르던 시점에 비까지 바카라 꽁 머니기 시작했다.
아!몰라!더 안 가.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바카라 꽁 머니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이게 뭐야. 아무것도 없이, 언제까지,
이젠 비까지 쏟아져 바카라 꽁 머니고!
안 가. 안 가. 너나 가!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주저앉아 버티겠다작정했는데
바카라 꽁 머니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작은 가림막을 치며 힐끔 웃는 것도 같았다.
어라. 이게 웃겨?
옷은 다 젖어 빈 들에 거지가 돼서 주저앉아
사방이 휑하니 어디 하나 기댈 곳도 없는데.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웃고 있었다.
야. 이게 웃겨? 거지꼴을 하고!
천막 안에 들어와 슬며시 차 한잔을 내미는 바카라 꽁 머니에게
미친 건가 싶은 눈으로 쏘아보며 내뱉었지만
비에 젖은 옷을 털며 무심하게
'비가 오잖아... 바카라 꽁 머니... 시원하게'
와... 어쩌다 바카라 꽁 머니가 이리 변한 걸까...
여긴 아무것도 없어. 쓸모없는 땅이잖아.
왜 여기서 이렇게 무작정 걷는지도 모르겠어.
나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아닌지...
가만히 차 한잔을 부여잡고 앉아 있을 뿐.
빗소리가 들리고
빗방울에 모래들이 서로 사각이고
하늘이 비구름에 덮여있다
한구석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왜 아무것도 없어.
모든 것들이 다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너랑 나처럼. 우리처럼.
비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밝아지고
빗물이 스며들며 사라지고
모래알이 마르고 빛이 나고
천막 안으로 햇빛이 다시 들어오고
옷이 천천히 말라가고...
바카라 꽁 머니가 곁에서 잠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동안
수없이 변화하는 것들을지켜보다
그가 했던말을 다시 생각하곤 했다.
왜 아무것도 없어...
여기 모든 것들이 다 순리대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