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주에 한 번씩 있는 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어. 해외에 살고 있는 바카라를 비롯해서 한국 각지에 살고 있는 멤버들이 온라인으로 모여 서로의 근황을 묻고 각자가 쓰고 있는 (혹은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
바카라는 요즘 일주일에 1편씩 너에게 쓰고 있는 이 편지글, '30년 뒤의 너에게'를 계속 쓰겠다는 목표를 말했어. 그런데 그 말을 하던 바카라의 얼굴은 조금 뜨거워졌단다.지난주 업로드 날짜를 또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야.
매주 일요일마다 1편의 글을 완성해서 공개하겠다는 목표가 꾸준히 지켜지지 않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아쉽기도하지만 결국엔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먹게 돼. 요즘 바카라의 삶에서 글쓰기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사실 바카라는 욕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목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사람이랄까?
바카라의 이런 성격은 바카라가 첫 책을 낼 때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1주일에 3-4개씩 영상을 만들 때도, 번역을 했을 때도 아주 많은 도움을 주었지.
그런데 요즘은 그 불도저 같았던 엄청난 추진력이 도통 나오질 않아. 가끔은 그게 아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 하지만 그때처럼 바카라가 하고 싶은 일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삶을 다시 살고 싶지는 않단다.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삶을 계속 살다 보면 조금씩 인생 전체를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게 되거든. 스스로의 목표에만 몰두하느라 주변사람과 나를 둘러싼 환경 같은 걸 살필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야.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렇게 목표에 매진하는 삶이 나을 수도 있지만 바카라는 요즘 그런 삶보다는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도 좀 나누고 가족끼리 손잡고 공원에도 좀 나가보고 맛있는 것도 해 먹는 삶이 좀 더 마음에 들어. 삶이 더 다채롭게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S야. 살다 보면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할 때가 올 거야. 몇 년 전의 엄마처럼 원하는 목표만을 보고 있는 힘껏달리는 경주마 같은 삶을 살 때도 있는가 하면 지금의 엄마처럼 바카라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관망하며 그때그때의 삶에 충실히살게 되는 시기도 있을 거란다.
특히 여자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나면 더더욱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돼.
얼마 전에 '바카라의 시간은 가족들의 공공재다'라는 내용의 글을 우연히 봤어. 보자마자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했지. 맞아. 바카라의 시간은 바카라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내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바카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 가족들을 위한 일을 우선해야 할 때가 많아.
처음엔 그런 변화가 너무 낯설고 힘들게 느껴질지도 몰라. 지금까지는 바카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아도 되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까 당장 아기는 배고프다고 울지, 집 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지, 내 몸은 힘들어서 축축 처지는데 당장 눈앞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
아마 몇 년 전의 바카라였다면 지금의 삶이 엄청 불행하게 느껴졌을 거야. 원하는 목표를 위해 쉴 새 없이 달려도 모자랄 시간에 자꾸만 해야 할 다른 것들 (예를 들면 집안일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을 테니.
하지만 요즘의 바카라는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치워나가다 보면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의 걱정들에 사로잡혀서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되거든.
바카라는 이제 다음 책은 언제쯤 쓸 수 있을지, 번역 일은 꾸준히 할 수 있을지와 같은 고민은 조금 덜하게 됐어.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시간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바카라가 필요하다며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너를 더 안아주는 게 너를 위해서도, 바카라 자신을 위해서도 낫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거든.
네가 태어나고 바카라는 할 일이 많아져서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웃을 일도 많아졌어. 덕분에 그때그때의 부침도 무던히 넘길 수 있는 여유까지 갖게 된 것 같단다.지금의삶이바카라힘들게만느껴지지않는 건그래서일지도 몰라.
30년 뒤의 우리 딸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혹시 지금의 삶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너무 먼 미래만생각하며 지금을 소홀히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어.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대비하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앞으로의 일만 걱정하며 사는 사람은 지금을 살 수 없게 된단다.
지금을 살 수 없는 사람은 미래에도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늘 걱정만 하고 전전긍긍하며 사는 삶이 결코 행복할리 없으니까 말이야.
미래는 현재가 모여서 만들어진단다.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그 날치의 행복을 충만히 느끼며 사는 사람은그다음 날도, 그 다다음 날도 만족스럽고 평안하게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거야.
30년 뒤의 네가 부디 바카라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놓치지 않고 충만히 느끼며 살고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