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한 주에 한 번씩 방송하는 노래 경연이 있는 날이다. 한 때 유명했거나 유명한 곡을 불렀던 가수들이 오랜만에 TV에 출연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프로이다.
"자 Top 10을 발표슬롯사이트!"
Top 10 발표에 익숙한 이름이 들린다. 마치 내 일처럼 뛸 듯이 기쁜 순간이다. 그 익숙한 이름은 내 슬롯사이트의 이름이다. TV를 통해 보는 슬롯사이트의 모습은 너무 오랜만이라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마치 내가 저 무대 위에 서있는 것처럼 짜릿하면서도 긴장되는 시간이다.
내 슬롯사이트이지만 그 꾸밈없는 진솔한 모습과 타고난 보이스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분명 우리 슬롯사이트들이 느끼는 매력 포인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할 거란 생각은 했다. 한창 활동할 때에 비하면 벌써 나이가 꽤 들고 아이 아빠가 되었다. 10대 때부터 활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공백만 10년 정도 되었을 거다. 그래도 꽤 유명했었나 보다.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흐뭇하다.
- 슬롯사이트 사귀기-
JC는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아니 내가 그를 알기 전 중학교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JC를 처음 봤던 기억은 강렬했다고 하기엔 과하지만충분히 인상 깊었다고 할 수 있다.
한창 유행이었던 나이키 백 포스 운동화를 신고 약간 세미로 줄여진 교복은 난 조용하지만 공부만 하는 그런 타입은 아니야 라는걸 보여주는 듯했다. 교실에 줄여진 교복 바지를 입은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닌데.. 나는 먼저 다가가는 타입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JC에게 이런저런 말 걸며 노력하는 내 모습이 어색할 정도였다.
꼭 어떤 이유를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다.
세상엔 그런 아우라가 있나 보다. 단순히 그의 얼굴이 새하애서가 아니었다. 무심한듯하지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듯한 말투와 어조. 순수해 보이지만 어딘가 사춘기스러운 반항기. 공부는 못할 것 같지만 못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안 하는 것 같은 분위기.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다.
"너 담배 펴?" "아니..."
그 시기엔 이거 하나로 슬롯사이트가 되고 안되고가 갈렸다. 아 이 녀석과는 교실에서 가끔 대화 정도나 하는 사이가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이 들게 하는 대답이었다.
사실 JC는 중학교 때부터 몰래 담배를 피워왔지만 나쁜 슬롯사이트들과 어울리게 될까 봐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때는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시기였고 실제로도 그러한 시기였다. 피고 안 피고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시기여서 학교 슬롯사이트들과 있을 때는 안 피는 척이 가능했던 거다. 어찌 되었건 모두가 같이 피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 펴도 되는지 안되는지 갈팡질팡하던 시기에 대부분의 고등학생 흡연자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 담배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몰래 해야 하는 이것을 함께 한다는 게 즐거운 거다.
- 선-
소속감이 무엇보다 중요했던이시기에는
누가 누구와 슬롯사이트인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이러한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다른 슬롯사이트와 했던 일을 나와는 하지 않으면 서운하고단지 말하지 않은 것이 쉽게'나에게만 비밀'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감정노동의 시간이 축적되면될 수록 관계에 있어서적당한 거리의선을 일찍 깨우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도조금은 센스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릴 적 슬롯사이트사이의 관계는 마치 첫사랑의 기억처럼 서투르기 그지없다. 너무 편안해서 문제가 생기고 너무 멀어져서 문제가 생긴다.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편한 거리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선-
세월이 흘러 어른이 훌쩍 되어버린 우리는 그 서로가 합의한 선을 잘 지키며 좋은 슬롯사이트 사이로 지내고 있다. 위로가 필요할 때 연락한다.심심할 때 연락한다. 그 간격이 몇 개월이나 되어도 하고 싶으면 그냥 한다. 관계에 연륜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사실 관계에 연륜이 생긴 것이지슬롯사이트로서의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물리적인 거리가 생기면 보상심리 때문에라도서운함을 간직 한채 살아간다. 서로가 연락을 안 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서운하고 꽤 큰 소식을 남을 통해 전해 들으면 서운하다. 꽤 많은 슬롯사이트들 중에 한 명일 지라도 나는 나대로 베스트 프렌드로 남고 싶은 마음은 고등학교때 그때와 동일하다.
슬롯사이트사이에 둘 다 내성적 냉소적이면 관계를 리드하는 사람이 안 나타난다. 아마 평생 이런 관계가 유지되면서 시간이 흐를 것이다. 그렇치만 여전히 좋은 슬롯사이트관계라는 걸 알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일보다도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와주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선'이고 뭐고 없다.
-외적 감정과 내적 감정-
이제 아이 아빠가 되어버린 슬롯사이트들을 보고 있자면각자의 가정이 있어서 예전처럼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면 그 자체로 좋고 대화가 즐겁다. 우리들이 설정한 선 안에서 표현해도 되는 언어와 표현하면 안 되는 언어를 구분하며 사용한다. 꽤 많은 부분이 어릴 적과 달라진 것 같지만누구 한 명이 거부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냥 당연한것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 수많은 외적 감정과 내적 감정이 휘몰아친다. 앞서 말한 외적 감정은 즐거움으로 표출된다.그 후에 마음속에서 꿈틀꿈틀 피어나는 내적 감정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함께 있는 순간에 내적 감정이 입 밖으로 표출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무시하고 있다가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끄집어낸다. 괜스레 우울한 말로 이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슬롯사이트로서 위로해 줄 수 있는 고민상담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이다.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말해보았자 그저 그런 류의 이야기지만 당사자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마음이다. 이 문제는 엄연히 본인의 문제이고 이유도 본인에게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말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그래서 내적 감정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이 내적 감정은 단순히 슬롯사이트에게 느끼는 질투심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꿈이 있던 어린 시절.. 아니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 한편을 품은 어린 시절과는 그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슬롯사이트에 대한 감정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슬롯사이트를 통해 투영된 각자 자신의 모습에 되돌아보게 된다.
나이를 먹을맘큼 먹으면 어느 정도 슬롯사이트들 사이에서 '잘된 슬롯사이트'와 '잘 안된 슬롯사이트'가 나뉜다. 그 사이가 멀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으로라도 알고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쪽이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슬롯사이트라서 더욱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가 더 열심히 살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JC-
JC는 한결같이 내성적이고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슬롯사이트이다.한결같다는 이유는 학창 시절 때나 지금이나 20년 동안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지만마음만큼은 슬롯사이트를 챙겨주려고 하는 그런 그런 마음이 있는슬롯사이트이다.
내가 아는 한 여전히 주위에 그를 매력 있게 생각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그 모습을 보자니 고등학교 때의 모습이 떠오르고 지금과 거의 흡사한 것이 신기할 뿐이다.
10대 때 내가 느낀 이유 없는 끌림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동네에서 유명한 잘 사는 집안의 아들이라서 일까. 슬롯사이트들이 따르던 시기가 JC가 가수로 데뷔한 시기보다 빠르다. 그러면 연예인이라서 인기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JC는 사랑을 받는 데에 익숙하다. 슬롯사이트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던 10여 년의 시간 동안에도 그는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받아 왔고그 모습이 가장 JC 답다. 10대 때부터 봐오던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JC님은 참 재밌으신 분이에요. 방송 때도 평소 모습처럼만 해주세요"
오랜만에 잡힌 스케줄의 작가와 감독이 한 말이라고 한다. 아빠가 되어버린 나이에 10년 이상 방송을 쉰 사람에게 작가와 감독이 저런 말을 한 것은 엄청난 극찬이다. 그것도 몇 시간 이야기 나누고 나온 말이라고 한다.
스케줄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러 작가와 감독이 JC의 집에 방문했다고 한다.잘 사는 동네의 건물주 모습을 초대 한 번으로 알려줄 수 있는 만남이다. 비꼬는 게 아니라 재력에 비해 꾸밈없이 겸손하고 순박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을 거란 말이다.
JC에게 지난 시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중,내 머릿속엔 또 한 번 JC의 첫 만남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순수하고 재능이 많은 JC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같이 있으면 내가 모르는 무궁무진한 세계로 인도해 줄 것만 같았다. 그게 JC에게 매력을 느낀 이유였다. 이는 약간 동경과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