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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뉴스 말고 '내 파라오 슬롯'를 하고 싶어요

[김한별 아나운서의 KBS 퇴사 일기 #03]

저는 수 만, 수 천 명에게 파라오 슬롯를 들려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아주아주 중요한 얘기였죠

세상이 돌아가는 파라오 슬롯, 나라와 도시의 운명이 걸린 파라오 슬롯

내가 먹고사는 것에 중요한 결정이 되는 파라오 슬롯를 전달했습니다

내 파라오 슬롯에 귀 기울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원하고, 듣고 싶은 파라오 슬롯를 했습니다


파라오 슬롯 룸, 내 앞에 보이는 카메라 너머

보이지 않은 수 만, 수 천 명의 시청자에게 파라오 슬롯를 전달하는 것은

꽤 많은 무게를 필요로 했습니다

카메라에 등장하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평소 생활도, 마음가짐과 몸가짐도 단정해야 했습니다

내 파라오 슬롯의 무게감이 더해갈수록,

내가 하는 파라오 슬롯에 신뢰감을 쌓아야 했습니다

'뭘 그렇게까지'라는 파라오 슬롯를 들을 정도로

신경 쓰고 조심하며 내 삶을 단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파라오 슬롯 앵커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파라오 슬롯저는 수 만, 수 천 명에게 파라오 슬롯를 들려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수 만, 수 천 명의 시청자에게 파라오 슬롯를 전달하는 것은
꽤 많은 무게를 필요로 했습니다



13년이 넘게 매일 같이 파라오 슬롯를 준비했습니다

어제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제가

오늘 헐렁한 티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고 아침에 일어납니다

바로 어제까지 파라오 슬롯 앵커로 정장을 입고 방송을 하던 그 시간에요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아무 꾸밈없이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어제 썼던 글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좋아요 몇 개에 금세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파라오 슬롯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아무 꾸밈없이


참 이상하죠?

수 만, 수 천 명이 들어주던 파라오 슬롯보다

몇 명이라도 집중해서 들어주는 내 파라오 슬롯가 더 기분 좋습니다

'내 파라오 슬롯'라서 그런가 봐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들어줘도 어디까지나 그건

'남의 파라오 슬롯'

저는 그동안 남의 파라오 슬롯를 '잘' 전달하던 사람이었거든요

몇 명이라도 집중해서 귀 기울여주면

그게 더 행복했습니다


휴직을 파라오 슬롯 나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진짜 행복한 게 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고민이었는데 너무 늦었네요

한편으론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참 고맙기도 파라오 슬롯요


어떤 일이든 고민의 시간, 쌓는 시간 필요합니다

새로운 일이라면 더 그렇지요

그런데,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낸 위치의 사람은

다른 일을 시작할 때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지금 그 성과도

쌓아가는 시간 위에 존재함을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 더 두렵고,

조금 시도하다가 포기파라오 슬롯 파라오 슬롯요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은 필요합니다

성공과 성과의 달콤함을 알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말이죠


저에게는 지금이 그런 시간입니다

육아휴직이라는 시간 속에서

내 파라오 슬롯를 쌓아가는 시간

내용이든 형식이든, 방법이든 무엇이든

쌓아가는 시간입니다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그래서 당장은 무언가 나타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그런 시간


사실 요즘 잠을 많이 못 잤습니다

늘 긍정적이던 저도 걱정이 많았거든요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하는 파라오 슬롯는

그래도, '내 파라오 슬롯'니까요



내용이든 형식이든, 방법이든 무엇이든
쌓아가는 시간입니다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그래서 당장은 무언가 나타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그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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