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을 열자마자 짐승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 모를 괴성이 먼저 나를 반긴다. 어. 그래. 나도 안녕. 가끔은 내가 사파리에서 일한다는 착각이 든단 말이지. 자리에 앉으라는 말에도 오늘따라 야생동물들... 아니 학생들이 유난히 말만 많고 들을 생각을 하질 않는다.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난 50분만 때우면 된다. 어차피 요즘 고등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제2외국어 따위엔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내 수업 시간에 절반 이상은 다른 과목의 문제집을 펴두거나 잠을 잔다. 3학년은 아예 자습으로 돌려버리지만 1학년은 그래도 수업을 하는 척이라도 해줘야 해서 그냥 모른 척하고 녹화방송 틀 듯 주절주절 혼자 떠들다 나온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다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갑자기 불어가 필수과목에 포함이라도 된 건가. 큰일인데 그럼.
카지노 사이트;노 쌤! 쌤도 수학여행 가요?카지노 사이트;
아하. 오늘 원숭이들이 유달리 활기찬 이유가 이거였구만. 하여간에 어디 간다고만 하면 신이 나서들. 가운데 창가 자리에 앉은 토마토가 팔짱을 끼고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카지노 사이트;아니. 내가 거길 왜 가. 담임도 아닌데.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예에에에에? 왜요? 우리 이번에 오키나와 간대요! 일본! 쌤은 일본 가보셨어요?카지노 사이트;
일본은 무슨. 제주도도 안 가네요. 토마토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피식 웃는 게 보였다. 저 애는 가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표정을 짓는다니까. 그러곤 이내 창밖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 아수라장에서 침착함을 유지한 인간으로 보이는 애는 토마토뿐이다.
카지노 사이트;거기까지 가서 너네 뒤치다꺼리하라고? 됐네요. 그리고 우리 동네에 해변이며 산이며 좋은 거 다 있는데 거기라고 뭐 그리 다를까. 화산 빼고 다 똑같은데 뭐.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와, 쌤. 뭐가 똑같아요! 차원이 다른데! 하여튼 쌤은 이 동네 벗어나면 뭐 병이라도 걸려요? 그런 사람이 불어 선생님은 어떻게 됐대요? 프랑스엔 가본 적도 없죠?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프랑스 안 가봐도 불어 다 배울 수 있거든요. 자. 이제 그만 떠들고 책 펴. 교감선생님 순찰 다닐 시간 다 돼가. 이따가 쉬는 시간에 떠들어.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럼, 봉 보야쥬 에 본 셩쓰bon voyage et bonne chance!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그게 뭔데요?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여행 잘하고 행운을 빈다고.카지노 사이트;
카지노 사이트;행운을 왜 빌어요. 이상해. 보통은 여행 잘하고 재밌게 놀다 와, 뭐 그러잖아요.카지노 사이트;
하여튼 얘네들은 가르친 보람이 없게 한다니까. 보야제 voyager(여행하다)와 아뮈제amuser(즐기다)는 동사라는 공통점 외엔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른 단어라고. 수업시간 내내 지루한 얼굴을 하던 토마토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가면서 얼핏 본 얼굴엔 약간 짜증이 배어있는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