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를 좋아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의 글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녀가 글이기 때문이지요. 자전적 글쓰기가 그녀의 글쓰기 방식이니까요. 자신의 살과 피를 다 보여주는 글쓰기니까요. 두뇌도 열어서 보여줍니다.
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를 2022년부터 좋아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여성이 받았다는 기사가 그 시작이었어요. 궁금해서 누군가 찾아보았지요. 부끄러웠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을만한 여성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그녀의 책 <남자의 자리를 첫 책으로 읽었습니다. 내가 떠나온 세계, 경조 씨의 세계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책으로 <진정한 장소를 읽었지요. 여기서는 글 쓰는 사람의 세계, 내가 경험한 현실을 담은 글이라는 장소, 이것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이 세계가 좋아졌습니다.
“책은 귀중한 것을 넘어 신성한 물건이었어요. 모든 난관을 해결하는 주문, 더 나은,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로 행하는 통로”(진정한 장소, 53쪽)
“잠깐만, 손을 씻을게.”하며 딸의 책을 만지는 어머니의 마음과 책을 읽고 딸이 가버릴까 두려운 마음 사이에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그게 영자 씨의 마음이기도 했을까요?
그래요. 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가 점점 더 좋아졌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해요. “경험을 통해 당신에게 주어진 것을 알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는 거예요. 그것이 지식을 겨냥한 글쓰기이며, 경험한 지식, 실질적인 지식이 배어 나오는 글쓰기이죠.” 나는 힘을 얻었어요. 나의 글쓰기, 나의 경험을 통과한 글을 쓸 용기를 말이에요. 그리고 이 문장에도 밑줄을 그었어요.“글을 쓸 때는 완전히 혼자이지만 반드시 시대와 글을 쓰는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 있죠.”맞아요,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요.
그다음, <빈 옷장, <사진의 용도, <세월, <칼 같은 글쓰기, <단순한 열정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그녀는 계급, 성장, 여자로 살기, 글쓰기, 자아, 관계에 대한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들려주었죠. 자신의 경험을 통과한 슬롯 머신 프로그램, 자신의 몸을 통과한 슬롯 머신 프로그램 말입니다.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개인적인 것을 넘어선 슬롯 머신 프로그램,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증명 합니다. 글로 증명하고 있어요.
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를 좋아하지만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경조 씨와 영자 씨에 대한 이야기, 신발공장 이야기, 오사카 이야기를 쓸 수 있지만, 낙태에 대한 이야기,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없습니다. 나의 용기는 거기까지입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입니다. 그것이 나입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도 <단순한 열정을 쓰지 않았다면 좀 더 우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겠지요. 아무리 프랑스라도 여성이 자기 욕망을, 자신의 섹스 경험 뒤의 서사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진의 용도도 그렇지만 <단순한 열정도 하나도 ‘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진의 용도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단순한 열정은 자아에 대한 이야기라고 나는 읽었어요. 한 남자와의 만남과 이별 후에 자신이 겪게 된 정체성과 자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포르노를 기대한 당신의 상상을 깨 주는 통쾌함과 자기 성찰의 깊이가 있지요. 그래서 2025년에 다시 읽은 <단순한 열정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를 좋아하는 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눈(雪)처럼 지극히 아름답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것이 삶이지요. 그러니아름다운 순간에 사랑의 열정을 가져보는 사치는 부려도 되지 않을까요, 다 녹기 슬롯 머신 프로그램, 다 사라지기 슬롯 머신 프로그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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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기로 해서 다시 읽었답니다. 그래서 25년 세번째 글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 에르노와 관련된 단상입니다. 한겨울이지만 이 겨울이 있어야 봄이 오겠지요. 잘 버텨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