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자리에서 이 대답을 하면 파라오 슬롯은 보통 이야기를 피하고 회사 동료들과 잡담이나 회식 중에 얘기를 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독서?.. 토론이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독후감으로 쓰던 방학숙제가 떠오르고 고리타분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튜브를 본다고 하면 구독 채널을 공유하고, 넷플릭스를 본다고 하면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 얘기로 꽃을 피울 텐데.
취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공통 관심사를 던져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이다. 나와 당신의 취미가 다르니 할 말이 없는 것뿐. 비단 독서뿐만 아니다. 일반적인 취미를 제외하고는 취미가 비슷한 파라오 슬롯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취미라는 것은 정말 끝도 없이 많은데 다른 파라오 슬롯이랑 내가 취미가 다른 것이 뭐 이상한 일인가.
파라오 슬롯과 책 얘기를 하고 싶을 때 쓰는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유명한 책들은 영화화, 드라마화되는 일이 많다. 작품들이 작품의 원작이 책인데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조금 공감대를 얻을 수도 있다. 보건 교사 안은영 같은 것들. 요즘 힙한 정세랑 작가의 책 원작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취미가 비슷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본인이 그 기회를 만들면 될 일이다. 나의 경우에는 인터넷 전자책 카페에서 재밌게 읽은 책에 대해 감상을 남기고 그에 공감하는 파라오 슬롯과 댓글로 소통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에 더 나아가 좋은 책을 읽고 곱씹고 싶은 문장을 만나면 파라오 슬롯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필사하는 모임도 이끌고 있다.
추리소설과 뇌과학에만 집착했었는데 필사 모임을 이끌면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되었다. 여러 파라오 슬롯이 모여서 하는 만큼 다채로운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먼저 필사할 카테고리를 나누고 장르에 맞는 책들을 고른다. 1주 차는 에세이/소설이라면 2주 차에는 인문 / 사회 이런 식으로. 베스트셀러를 읽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여러 가지 파라오 슬롯 골라보고 마음에 드는 파라오 슬롯 정한다. 전자책도 많이 활용한다. 정기구독 플랫폼 4가지를 모두 구독하고 있다.
매일 늘 새롭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전율이 흐른다. 가끔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건지 잘 쓴 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좋은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파라오 슬롯은 책을 읽어야 하는 숙제나 과업처럼 여긴다. 독서 권태기라며 '독태기'라는 말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읽고 싶은 만큼 읽으면 된다. 글씨가 눈에 안 들어올 때는 다른 취미를 찾아보면 된다. 잠이 안 올 때 수면제로 써도 된다. 파라오 슬롯이 책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