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오래된 정미소에서 남양주 지역 작가님이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바로 옆 송촌리를 갔다. 예전에는 정미소였고, 지금도 그때의 터와 기계들이 있지만 멈춘 곳. 거기서 지역 이야기와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 반가운 일이다.
정미소에서 진행된 전시회를 다녀온 건 처음이다. 송촌리에서 바라본 강의 풍경 엽서를 살펴봤다. 슬롯 머신에 살고 있는 내 시선에서는 이 풍경이 낯설다. 강의 맞은편, 강의 반대편에 내가 산다. 그리고 지금은 내 시선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맞은 편에 내가 있다. 가깝고도 먼 곳. 송촌리에 있는 나의 시선은 그랬다.
전시회도, 그곳에 있는 작가님도, 거기에 나 또한 어우러졌고, 전시회 속 하나의 프로그램인 듯 한 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8년 동안 양평 두물머리에 살면서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슬롯 머신에 초대받은 건 처음이다. 그 사실에 내가 몹시 외롭고 안쓰러워 보이다가 그 마음보다 지금은 감사함, 함께하는 슬롯 머신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전에 내가 쓴 <백수의 슬롯 머신에 ‘카레가 따뜻해서 눈물이 난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 있다. 이번 슬롯 머신에 제목을 넣는다면 ‘카레를 함께 먹어서 행복한 눈물을 참았다’고 정리한다. 음식은 카레인데, 이야기와 감정이 또 다르다. 숱하게 먹은 나의 슬롯 머신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1개가 아니라 여러 개 놓여있는 이 풍경이 오랜만이다. 들키기 싫은 게 눈물인지, 행복한 감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뜨거운 것이 자주 올라왔고 이 감정조차 음식과 잘 소화되도록 노력했다.
식사 전, 아이들이 밥에 넣은 콩을 보며 이번 농사는 어떠했다고 말해주는 모습을 본 지라 콩 하나도 아끼며 꼭꼭 씹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