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쳐도모를만큼한적한변두리마을 귀퉁이에고향집처럼편안하고 느긋한 모습의 집한 채.처마 밑으로 드러난 서까래는현대문명을 힘껏 후진하다 멈춘 것 같다.누구 집대문을 열듯파란 문손잡이를 살포시 돌려 여니
'와우!'미드나잇 인파리???'
매일 밤 12시가 되면 약혼자'이네즈'를 두고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길'은 종소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차에 올라타고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만나게 된다.
하얀 테이블과파란색 커튼이드리워진구석진 자리에 헤밍웨이나 피카소의 연인이며뮤즈인'애드리아나'가 나타날 것만 같은 상상은 과하지 않다.
반려견 별과의 동행이었기에 예쁜 자리를 모두 건너뛰고(그렇다고 내가앉은자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의자두 개가 놓인테이블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사방은 온통 주인이 그린 그림이 걸려있고, 3살 된 반려견 시추는 작업공간앞난로가 놓인 계단에서새로 온 손님을 맞이한다.
사장님의 반려견 시추
행여 웨이팅 하게 될까 봐 서둘러출발했더니자리도 시간도 넉넉하다. 바로 내앞자리테이블에나이가 지긋한중년의여인 넷이 아주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바카라,내 귀에 블루투스를 장착한 듯 선명하게다 들린다.내가 청력이 지나치게 좋은 걸까.
바카라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너무나 예뻐서 정말 하나도 놓치고 싶지가않았다) 주말마다떠바카라 여행이 익숙해졌는지,토요일 새벽엔 유독별이도일찍 일어나 나의행동거지하나하나를너무나 애처로운눈길로바라본다.나는별이랑참새처럼 수다를 주고받는다,
바카라;저도 데려갈 거죠?바카라;
바카라;혹시별아~산책할 때친구들 만나면여행 다녀온 이야기를해주는 거니?바카라;
별이도 그림처릠
자리가 불편한지 칭얼대는 별이를 오리고기육포로달랜다.
바카라;뭘 드시겠어요?바카라;
훤칠한 키에 용모가 수려한 청년이주문서를들고 와묻는다.전체요리는 정해져 있고 본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바카라여러 가지 메뉴 중 라따투이 빠삐 오뜨(라따뚜이와 쿠스쿠스를 종이호일에 구운 요리)와,연어탈리아텔레(연어 크림소스파스타),꼬꼬뱅(Coq au Vin-포도주에 졸인 닭고기와감자튀김) 사이에서오초쯤 망설이다 꼬꼬뱅을 주문한다.
여럿이 오면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골고루 맛을볼 수 있는 장점 대신,나 홀로사유(思唯)하는 시간을 선택했다.
마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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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바카라 심장이쪼그라드는 것처럼숨이 막히바카라 새벽만 되면 심장이 막 두배로뛰는 것같고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더라. 그래도 백신은 옳다고 생각해.모더나,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부작용을 연구해서 나한테 제일적합한 걸찾아야지.바카라;
아니 그럼 저분들은친구 넷이 다 부작용?
요즘은어딜 가도,누굴 만나도,269,정치와,주식과,부동산 이야기뿐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는 이렇게 아날로그 한 공간에서조차 용납이 되질 않았다.
단호박 &렌틸콩 스푸
먼저전체요리로새하얀꽃잎 모양의 하얀 그릇에렌틸& 단호박 수프가나왔다. 샛노란 호박 수프는 내추럴한 달콤함과렌틸콩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입안 가득 따뜻한 풍미로 식욕을 돋운다.
치즈 가루에 뒹굴어 나온야채샐러드와본식인꼬꼬뱅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바카라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별이는 자꾸 한 입만 달라고 떼를 쓴다.
프랑스풍유려한 도자기에 담긴요리 재료를 하나하나 탐색한다.붉은 와인에 풍덩 빠진 것도 모자라서 타기 직전까지 바짝 졸인 닭고기를 포크로 찍어 먼저 한입 베어 무바카라, 고기에 밴 포도주와육즙이 한데 섞여입안 가득쏟아진다. 붉은와인 특유의 약간 떫은 맛이 아주 살짝 지나갔고, 혀에 찰싹 달라붙었다 미련없이 위장으로 질주하며 남겨 진 육즙의 잔향은 훈훈했다.
꼬꼬뱅(Coq au Vin)
갑자기 하우스 와인이라도 한잔 할까~강렬한 유혹이 밀려왔지만, 별이한테 운전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와인은 집에 가서 마시는 걸로한다. 그 또한 해석하기에 따라 하우스 와인이니까.브로콜리와 당근 그리고 감자튀김까지 흔적을 싸악 없앴다.뼈를 발라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만 빼면 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디저트로 나온아이스크림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화가로도 활동하시는 사장님
바카라;여기 분위기 정말 좋네요. 잠깐이지만 시끄러운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우연히 검색하다 찾아왔바카라 작가님도 뵙고정말행복합니다.바카라;
바카라;아이고 제가 더 영광입니다 작가님. 3월 중순에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작업실 오픈하는데 그때 꼭 놀러 오세요.바카라;
바카라 수필집두 권을 출간했지만 작가라는 말이 늘 어색하다. 아직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 같아서 직장인 80%에 작가 20%라고 얼버무리곤 한다.프랑스에서 20년간 살다 오셨다는작가님께(사장님) 두 번째 수필집 '단 하루의 마중'을 선물해 드리고(가끔 책을 드리는 것이 푼수일까 생각도 한다.민망지심가득하다. 드문 일이지만 말이다) 나오바카라 문밖까지 배웅을해주신다.
나의 2022년 2월세 번째 토요일은 시간여행자가 되어 내가 지향하는 아날로그 한 공간으로 이동을 했다.프랑스 여행 때 바르비종거리에서 화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작업하던 아름다운 화가는,온몸에 물감이 덕지덕지한 채 나에게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꼬꼬뱅과 바르비종거리의 화가, 그리고 오늘 만난 인연을 바카라 한데 묶어본다.
음식점과 작가님 이야기는 3월에 작업실에서 만나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쓸 예정이다. 오늘은 수박 겉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