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에 한가득 책 탑이 대여섯 개 정도 만들어졌다. 며칠 전부터 무료 슬롯사이트들을 꺼내고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니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정보다 좀 많이 힘들다.
나는 그림책에 애정을 좀 가지고 있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담겨있기도 한 것도 있고 나중에 저학년 아이들을 맡게 되었을 때의 수업 자료로도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도서관이 잘 되어 있지만 번거롭게 매번 빌리고 반납하는 절차 대신 집에 언제든 한가득 쌓여있는 그림책 속에서 원하는 주제와 자료를 쓱쓱 꺼내는 것이 훨씬 편하다.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그리고 나 혼자서 치유를 받는 그런 책들이 있다. 그런 무료 슬롯사이트 몇 권 뽑아서 정리하는 것도 힘든데 거의 삼 백 권에 가까운 책들을 다 빼내었더니 마음이 참 힘들다.
일단은 착한 가격에 정리를 해 보려고 요새는 손길이 많이 가지 않는 전집 서너 세트와 묶어서 오만 원에 올려놓았다. 당근과 중고책방, 그리고 블로그에까지 올려놓았는데 이 맘이 좀 반반이다. 사실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이다. 전집들만 해도 얼마인가. 신기한 스쿨버스나 솔루토이 지리 같은 책들도 아이들과 보기 좋은 책들이라 솎아내기 너무 아쉽고 아쉬운데 그래도 작별할 때가 되었지 싶은 무료 슬롯사이트이 십오 년 만에 들었다. 정말은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만화책들을 다 빼버리고 싶으니 이 책들도 몰래몰래 없애고는 있다. 책 탑이 그렇게 많이 쌓였는데 아직도 최소 두 배만큼은 쌓아도 될 정도로 책꽂이에 있는 책들이 있다. 심지어 상태가 최상급인 책들도 정말 많다.
학교에 잠깐 일하러 오는 길에도 내내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말 누군가에게 주거나 헐값에 팔아도 나는 괜찮은 것일까? '노라시리즈' 네 권은 결국 남겼다. 절판이 된 책들을 중고로 어렵게 구했고 책등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보던 책이다. 도토리 마을 시리즈도 남겼다. '초롱이와 탬버린'이나 '너는 나의 소중한 아가란다'와 같이 내 맘에 콕 박힌 책들도 여전히 남겨두었다. 무료 슬롯사이트만 그런 건 아니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도 너무 오래되었으니 이제는 보내자 하고 꺼내었다가 그만 다시 꽂아 버렸다. '모모'는 60년 전 책과 20년 전 책이 각각 자리 잡고있다.
교실에 앉아서 잠깐 교실 책장을 둘러본다. 저 위의 칸에 동화책들을 빼곡히 꽂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집에 가면 아무래도 한 번 더 보고 학교로 가져올 책들을 빼어내야겠다. 저학년 담임을 맡게 되지 않아도 그냥 나를 위해서 책을 좀 남겨두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교실을 옮길 때 짐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십 년이 넘게,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넷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함께 읽어온 그 무료 슬롯사이트들을 그렇게 한 순간에 홀라당 비워내면 그 헛헛함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비워내도 책은 여전히 많고 넘친다. 책장 두 개를 없애겠다는 나의 굳은 다짐은 여전하다. 한 번에 확 비워버리면 몸도 시간도 훨씬 편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한 번만 더. 아이들은 커서 이제는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데 엄마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 추억과 기쁨의 자리를 조금 더 책을 통해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완전히 보내는 순간을 조금 더 늦추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