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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카지노 사이트을 지우며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보내줘야 한다.



남긴 것


난 과제 검사를 열심히 했다.

수학 익힘을 다 못 풀면 카지노 사이트을 적었다.

그런 학생은 점심 먹고 놀러 가지 못했다.

카지노 사이트 지워질 때까지 방과 후에도 남겼다.


주말 일기를 안 쓰면 두 번을 쓰게 했다.

학교에서 한 번, 집에 가서 저녁에 한 번.

월요일에도 안 쓰면 또 두 번이 반복된다.

그렇게 끈질기게 했기에 규칙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하다 보면 지친다.

일기도 늘 안 쓰는 애들이 안 쓴다.

수학 보충은 아무리 해줘도 나아지지 않는다.

카지노 사이트 남아있는 학생들은 잠깐 지워도 또다시 써진다.


보충지도 시간은 채웠고 간식은 남았다.

하기 싫다는 아이를 계속 붙잡는 것도 싫다.

잘하고 있는 카지노 사이트 칭찬하면서 간식을 나눠줬다.

지금까지 했으면 충분했고, 이제는 카지노 사이트을 지울 때가 됐다.



남은 것


어제는 눈이 왔다.

카지노 사이트 아침부터 눈밭에 굴렀다.

하필 난 오늘 어린이회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눈밖에 모르는 카지노 사이트을 내 눈 밖에 내놔야 하는 게 불안했다.


개표까지 마치니 3교시 시작 시간도 지났다.

카지노 사이트 전담수업을 갔는지 교실은 비어있었다.

시켜놓은 활동을 하던 흔적만 책상에 놓여 있었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우리 카지노 사이트에게 정말 감사했다.


활동을 다 못했어도 괜찮다.

그건 각자의 결과로 가져갈 몫이다.

나도 이 교실의 모습을 결과로써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남은 시간, 잡느라 애쓰기보다는 편히 놓아주고 싶다.


늦었지만 점심을 먹고 카지노 사이트을 데리고 나갔다.

운동장은 벌써 녹아서 흰색보다 갈색이 많았다.

좋은 자리는 이미 밟고 밟혀 뭘 하기 힘들었다.

눈이 그나마 남아있는 체육관 그늘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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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로 눈사람을 만들었다.

얼마 되지 않는 눈을 뭉친다고 난리다.

손은 꽁꽁 얼어가는데 얼굴은 활짝 폈다.

등에만 던지기로 약속하고 눈싸움도 했다.


눈이 와줘서 참 다행이다.

적어도좋은 기억 하나 남겨준 것 같아서.

나한테 이름 적혀서계속 남아야 했던카지노 사이트 특히.

나는 너의 카지노 사이트을 지우는데, 너에게 난 나쁜 카지노 사이트으로 계속 남을까 봐.



남인 것


어쩌면 이 정도의 감각도 사치인지 모른다.

어떤 해에는 너무 미운 애가 있어 끝나기만을 바랐다.

방학을 하고도 괜히 사고로 연락 오지 않나 불안한 적도 있다.

지금도 끝날 때까지 하루하루살얼음판 위에 계신선생님도 많을 것이다.


올해 살갑게 구는 카지노 사이트 블로그로 계속 연락하겠단다.

나도 친구들이소식을 전하면 댓글을 달아준다고 했다.

그러나 10년을 해봤지만 꾸준히 쓰는 학생은 못 봤다.

마음이라는 건그 순간의 진심으로 충분하다.


이런 카지노 사이트 다음 해에도 예쁨 받을 것이다.

나는 잊히고 새로운 선생님께 충실하겠지.

반대로 카지노 사이트 남을 아이들도 여전하겠지만.

그 고생은 새로운 선생님이 해주시겠지.

(나 또한 예외는 아니지만..)


학생은 학년이 올라가고 어른이 되는데, 교사는 언제나 제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서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일을 반복한다.
모든 걸 손에서 놓고, 다시 온 힘을 다해 그러쥔다.

난 멀리 있는 사람을 굳이 연락하고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함께 있는 순간에 최선이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카지노 사이트과의 만남도 그때가 나의 전부였으면 됐다.

떠나보내기 위해 새를 키운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부디 무사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오늘도 난 나의 자리에서 새를 키운다.

- 삐딱한 나 선생의 학교 바로보기 중



올해 모두 모두고생 많으셨어요.

부디 좋은 기억으로 남을카지노 사이트 많길 바라요.

혹시 나쁜 카지노 사이트 남아있다고 해도 너무 걱정 말아요.

교직의 가장 아쉬운 점이자 좋은 점이 매년 맞는 이별이니까요.


법륜스님께서는 마음속 쓰레기를 빨리 버리라고 하셨어요.

그게 책임감이든, 아픔이든,증오였든 이제는 놓아주어요.

25년에 새로 시작할나를 위해 좋은 것만 남겨주세요.

사람도, 시간도 보내야만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Adieu 2024, and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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