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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사이트 그리고 카프카의 <변신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의 슬롯 사이트이 있어서 다녀왔다. 내가 왜 서사의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왜 여기에 굳이 왔을까? 굳이 주말 시간을 비워 왔으면서도 스스로도 잘 모를 일이었다. 워크숍을 진행한 연세대 치대 의료인문학교실 김준혁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서사의학은 독서모임을 통해 의료인들이 환자의 개별적인 서사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한다는 쓸모가 있는 것 같다(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독서모임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으나 대개는 텍스트를 자신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해석한 바를 이야기하곤 했고, 그러면서 내 삶의 관점이 드러나고 그것이 이 텍스트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였는지가 드러나게 마련이긴 하다. 의료라는 업이 그냥 직장생활의 하나이긴 하지만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본인의 정신건강도 많이 흔들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서사를 통해 다양한 삶과 생각을 접하는 것은 나라는 인간의 뿌리를 더 굳건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같이 이야기한 텍스트는 카프카의 <변신 이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고전을 처음 읽었는데, 중고생 때 읽었다면 울림이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리잠자의 삶을 장애 또는 질병의 슬롯 사이트로 이해해보자는 김준혁 선생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진료실의 환자와 가족들이 겹쳐져 보였다. 벌레가 된 상황에서도 직장에 늦을 걱정과 직업적 성과와 보상에 대해 생각하는 그레고리의 모습을 보며 K직장인의 웃픈 현실이 떠오르다가도, 위중한 상황을 앞두고서도 본인의 자잘한 일상이 더 우선하는 환자들의 슬롯 사이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여졌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그레고리를 외면하지도 적극적으로 돌보지도 못하며 점차 지쳐가는 가족들, 벌레로서의 삶에 조금은 적응하는듯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인정 또한 갈구하는 그레고리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와 닮아있지만 그들은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과 희망을 타협시켜 어떻게든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는 새로운 슬롯 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대의학의 과제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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