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온라인바카라를 볼 때면 고개를 드는 못된 습관이 있다. 온라인바카라를 틀기도 전에 줄거리를 검색해 먼저 훑어본다. 대충 무슨 얘기인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 혹시 반전은 있는지 찾아보고 나서야 온라인바카라를 본다. 스포일러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반대로 스포일러 대 환영이다.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관전 포인트까지 찾아야 온라인바카라 볼 준비가 끝난다. 창작자에 대한 예의에 한참 어긋났다는 걸 알면서도 버릴 수 없는 버릇이다.
요즘 들어 시간을 돌려 5년 후, 10년 후의 나를 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전지전능한 분이 계시다면 내게 굵직굵직한 스포일러 몇 개만 주실 순 없나요. 이야기 서사에서 지금 난 어디쯤 있는 걸까. 내 느낌 상 아직도 '발단'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반전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이 이야기의 온라인바카라이 무엇인지 알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온라인바카라의 끝은 정해져 있다. 내가 좋든 싫든 두 시간짜리 온라인바카라 속에 이미 모든 게 나와 있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그 온라인바카라는 안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 삶은 그렇지 않다. 아직 많은 부분이 열려 있다. 어떻게 진행될지, 그게 내 맘에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다. 지금 내가 거쳐가는 과정보다 자꾸 결말을 생각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이거 비극, 혹은 지독한 염세주의면 어떡하지?
그래서인지 나는 온라인바카라를 볼 때만이라도 내키는 대로 하고 만다. 맘껏 스포일러를 찾아보고 맘에 드는 결말만 골라낸다. 온라인바카라 밖의 나는 오늘을 살아야 하고, 오늘 내가 알 수 있는 건 오늘 하루뿐이다. 결말이 뭐가 될 진 모르지만, 애써 과정에 집중한다. 해피엔딩을 향해 간다고 믿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