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분홍과 노랑으로 칠해져 있던 꽃이 만발한 화려한 계절을 나는 부푼 가슴으로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이제는 두꺼운 나무껍질이 필사적으로 감싸안고 있던 잎사귀들이 터져나오는 계절을 맞이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슬롯 머신은 날마다 그 범위를 넓혀간다. 어제는 연두가 이기고 있었어도 오늘은 결국 슬롯 머신의 승리다. 무채색으로 감흥없던세상이 온통 슬롯 머신이다. 아무데나 갑자기 바라봐도슬롯 머신 파랑만이 가득하다.
네 개 짜리 계절은 뻔해서 일 년중 사분의 일을 차지하고 버티다가 슬며시 사라진다.
다시 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매해 새롭게 떨린다.때로 뜨겁고 보통은쿨한 그런 봄의 한가운데에 서서 봄은 마치 처음인 것처럼 그렇게 들뜨고 마는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슬롯 머신을 손에 가득움켜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