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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나! 슬롯 꽁 머니. 어뜨무러차! 겨울.

스산하다.
자몽하다.
춥다.

어느새 슬롯 꽁 머니인가 싶었는데, 어느덧 겨울다.
가로수들이 잎새를 거의 떨구어 헐벗은 나목들이 즐비하다.

낮의 햇볕에서도, 밤의 달빛에서도 손톱만큼의 온기만 남아 으슬으슬 떨기 일쑤다.

달보드레한슬롯 꽁 머니의 순도!

'제대로의 만끽'은 엄두조차 못 내고 계절은 순식간에 겹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의 시인 이형기 님은 슬롯 꽁 머니의 종장(終章)쯤에서 그렇게 탄복했다.

'떠날 때에 미련 없이 털어내는' 비움의 진리를 깨닫기도 전에,
슬롯 꽁 머니은 겨울 속으로 잠영할 채비를 마친다.

슬롯 꽁 머니 내내 우리가 빚어낸 '기도의 언어'들은 얼마나 간곡했던가.
얼마나 새틋했던가.

슬롯 꽁 머니의 결말 속에 겨울의 발단이 꿈틀댄다.

한 없는 깊이의 사색과 뭉클한 철학을 선사한 슬롯 꽁 머니의 갈무리는 늘 애련하다.
잇대어 시린 슬롯 꽁 머니은 오고야 만다.

세월이 형상 없이 누적되듯 슬롯 꽁 머니도 그렇게 쌓여 가리니.
마지막 잎새가 남기는 헛헛함에 이젠 더 이상 애석해하지 않으리라.

다시 돌아올 '훗날의 슬롯 꽁 머니'에 더 푸근해질 삶의 저녁을 고대하며,
찬바람 감도는 석양으로부터 전해오는 슬롯 꽁 머니빛을 온 마음으로 보듬는다.

"만나!슬롯 꽁 머니.
어뜨무러차! 슬롯 꽁 머니."




*[덧]

- 자몽하다: 졸린 것처럼 정신이 흐릿한 상태.

- 어뜨무러차:감탄사 / 어린아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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