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일본도'를 아시는지. 세계 최고의 명검으로 알려진 이 칼은 어마어마한 연마 과정을 겹친다. 접어서 펴고, 슬롯사이트 접어서 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게다가 서로 다른 강도를 가진 철을 포개어 놓아 최고의 검으로 일컬어져 왔다. 우리가 아는 것은 지식은 보통 여기까지다. 그래서인지 이 칼이 명성과 다르게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지를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심지어 짚단을 베다가도 이가 나가버릴 정도다. 일본산 철의 순도가 낮아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많이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오히려 강도가 낮아진 탓이다. 마치 페스츄리 빵처럼 여러겹으로 이뤄진 칼의 구조가 그 원인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는 일본의 무사들이 항상 두 개 이상의 칼을 차고 다니는 이유를 너무나 쉽게 상해버리는 일본도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런쓸데 없는 밀리터리 지식들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유튜브를 보면서도 다양한 무기와 전쟁사에 열광한다. 영화도 전쟁 영화의 광팬이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이런 다양한 정보들이 마케팅 전략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웅변하지만, 정말 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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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팟캐스트를 듣다다가 '슬롯사이트'을 다시 들었다. 네 명의 평범한? 젊은이들이 쓸 데 없는 지식으로 수다를 떠는 이 방송은 종영을 고한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다. 그런데도 팟빵의 순위는 아직도 10위 권을 지키고 있다. 채사장, 김도인, 깡선생, 독실이까지. 전공도 배경도 종교도 각각인이들이 토해낸 지식의 범위와 깊이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하지만 아마추어다. 좋은 대학을 나온 건 맞지만 그 분야의 진짜 전문가들에게 비하면 일천한 경력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표방한 컨셉도 '넓고 얕은' 지식이다. 그런데도 이 방송은 한때 최고의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그 인기가 소리소문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정말로 역사와 철학, 종교와 과학에 관한 정보가 그리워 이 방송을 들었던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유의 일부는 될 지언정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그것이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찾고 독특한 취미 생활 서비스에 열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한 마디로 수다에 끼어들고 싶기 때문이다.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그저 듣기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슬롯사이트을산책하면서 많이 들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설거지를 하면서 듣는 방송이었다. 개성 강한 네 명의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정보만큼이나 그들의 수다가 즐거웠다. 마치 그들 네 명 가운데 앉아 함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다 알게 되는 신기하고 놀라운 정보들은 덤이었을 뿐이다. 외롭고 쓸쓸할 때, 누군가 만나 수다를 떨고 싶지만 귀찮을 때, 설거지나 청소와 같은 소일거리를 할 때 이 방송은 흔쾌히 그 시간을 함께 해주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과 대포집에서 나누는 회포 풀기와 같은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이들로부터 배운 정보 자체는 방송을 듣고 나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동갑내기 친구들처럼 이 자식, 저 자식을 연발하는 김도인의 귀여운 목소리가 마치 내 친구처럼 여겨진 적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슬롯사이트은 많고 많은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같을 팟캐스트의 수다 방송이었다. 요즘처럼 정치에 관련된 방송들이 쏟아져 나올 때면 더욱 그리운 방송이다. 사람들이 매불쇼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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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유행과 트렌드가 피고 질 때면 그 뒤에 숨은 사람들의 욕망에 집중한다. 왜 사람들은 이 노래를, 이 방송을,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이 욕망들은 신기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원인과 결과를 주고 받는다. 프릳츠 매장에서 만난 싼티 나는 머그 컵을 보면서 추억을 소환한다. 슈가맨을 통해 양준일을 재소환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오래된 것이 새롭게 여겨지는 신기한 경험. 누군가에겐 그것이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 그것이 새롭고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재미있는 현상. 이러한 트렌드의 이면에 숨은 사람의 욕망은 과연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꼰대의 갑질에 지친 슬롯사이트 펭수를 좋아한다. 분명 나이가 많은데 열 살이라고 우긴다. 분명 사람인데 펭귄이라고 우긴다. 분명 EBS 캐릭터인데 남극에서 왔다고 우긴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사람도 펭귄도 아닌 이 캐릭터의 인기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아이들에겐 새롭고,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은 묘한 공감을 느껴서가 아닐까. 어느 편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연민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나는 오늘도 유튜브에서 국방TV의전쟁사와 무기 이야기를 듣는다. 미드웨이 해전에 관한 정보는 거의 모두 유튜브를 통해서 배웠다. 2사 세계 대전 중 최고의 비행기인줄로만 '제로센' 전투기의 실체도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동경해마지 않았던 이 비행기는 조종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남기지 않은 탓에 가장 빠른 전투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실제로 격추된 비율은 미국의 톰 캣 전투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역시 일본이들이 만들어낸 과장되고 영웅시된 신화의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식은 내게 어떤 유익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아무데도 쓸데 없는 지식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채운다. 혼자만의 수다를 즐긴다. 중2 딸이 아이돌에 열광하고, 와이프가 웃기는대학에 열광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있지만 외롭다. 그 외로움이 가상의 수다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키운다. 슬롯사이트은 끝난 방송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들과 함께 쓸데 없는 지식의 향연에참여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우리들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늦은 밤 외로운 저녁, 함께 수다를 떨어줄 친구가 되어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