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카지노 꽁 머니 찾았다. 이번엔 딸과 함께였다. 이제 딸은 그 무섭다는 중2가 된다. 중2병은 어김이 없어서 그 상냥하던 딸이 이유도 없이 틱틱거린다. 딸과 나는 주로 몸으로 싸운다. 내가 먼저 시비를 먼저 걸고 그 다음엔 육탄전이다. 짧은 다리로 엉덩이를 걷어차면 우라지게 매서운 딸의 등판 싸대기가 날아온다. 그런데 그게 싫지가 않다. 눈물 핑 돌게 아픈데도 멈출 수가 없다. 아무튼 요즘은 특히나 말도 없어지고, 뭐라도 한 마디 할라치면 퉁퉁거리는 딸 때문에 서운하던 차, 만화 얘기를 자주 해서 아예 함께 만화까페에 가기로 한 것이다. 이럴 때는 혼자 일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사실 나도 만화를 좋아했다. 결혼하기 전엔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나면(그땐 그랬다) 가까운 카지노 꽁 머니 찾았다. 세상 평화로웠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거기서 몬스터나 슬램덩크 같은 명작을 만났다. 아마 H2도 거기서 만났을 것이다. 유유자적하는 삶이 좋았다. 일주일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 했다. 그때만 해도 주말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그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이었는지는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야 깨달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혹독한 직장생활을 했다. 새벽도 주말도 따로 없는 직장이었다. 한없는 소모전이 이어졌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그때는 그야말로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어리섞었다.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때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 마리 스프링벅처럼 절벽을 향해 내달았다.
이제는 딸과 함께 만화방을 찾았다. 처음엔 나와 다른 줄 알았는데 볼수록 나를 닮았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동아리를 그쪽으로 갔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길 줄 안다. 물론 다른 아이들처럼 아이돌을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땐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베프들이 있어서 수시로 우리 집을 들이닥친다. 수학 머리는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카지노 꽁 머니와 평일 한낮의 데이트를 했다. 베가본드와 H2를 다시 읽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만화책 조그만 글씨체가 부담스럽다. 그렇게 두어 시간 함께 만화를 보고 냉면과 만두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 만화 까페를 찾기로 했다. 그 때는 볕이 잘 드는 지상에 있는 곳이면 좋겠는데. 그러고보니 만화 까페 '즐거운 작당'과 그림책 카페 '달달한 작당'이 '페잇퍼'로 합쳐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엔 그곳을 가야겠다. 연플리의 여유로운 저녁 풍경도 보여줄 겸. 생각만 해도 신난다. 인생 뭐 있나. 이러면서 사는 거지. 이런게 우리다운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