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2024)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온라인 슬롯였다. 65mm 카메라로 촬영된, 우민호 감독에 따르면 CGI가 사용되지 않은 실제 로케이션(라트비아, 몽골 등) 장면들, 그리고 차갑고 건조한 톤을 우직하게 유지하면서도 끝내 자아내는 어떤 희망의 단단한 메시지까지. 또한 이동 중인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장면들은 다른 온라인 슬롯로 말하자면 <설국열차(2013)나 <밀정(2016)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인상적으로 잘 짜여 있었다.
온라인 슬롯 '하얼빈' 스틸컷
그렇다면 <하얼빈은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는가? "불을 들고 함께 온라인 슬롯 속을 걸어"가는 신념에 앞서 <하얼빈이 먼저 보여주는 건 자신의 선택이 동지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는 데에서 오는 안중근(현빈)의 길 잃은 마음이다. 이것은 두껍게 얼어붙은 두만강 위로 웅크린 그의 모습 같은 몇 개의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묘사된다. 다만 행적과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입체적으로 다뤄지는 건 김상현(조우진)과 우덕순(박정민), 이창섭(이동욱) 등 그 주변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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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6일'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온라인 슬롯적으로 묘사 및 서술하는 데 그 연출과 각본의 주안점이 있었다면 <하얼빈은 꽤 성공적이다. 반면 안중근의 인간적 고뇌를 다루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면 그 의도는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처음부터 '그냥' 그런 사람에 가깝다. 현빈의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하얼빈에서 후반부 이전까지 주로 주목받는 건 주변 인물들이고 실제와 가공을 조합한 그들은 생생한 인물이기보다는 장치로서의 캐릭터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대사 중심의 각본은 인물의 동기와 내면을 구축하기보다 관객을 위한 정보 전달에 치우친다. 어느 한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도 있었을 각본이 위인과 애써(조심스럽게)거리를 두는 신중한 방식으로 주변을 맴도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표현하면 설명이 될까. 클로즈업이 많지 않은 인물 촬영 방식도 이것에 한몫한다. 그럼에도 캐릭터 세공에서 전해지는 일말의 아쉬움을 그나마 연출과 프로덕션이 일부 보완한다.
거사를 향해 달려가는 <하얼빈의 빛나는 순간은 거사 이후에 있다. 의도한 바와 같이 건조하면서도 격정적이지 않은 태도를 유지하면서 작 중반 대두되는 밀정의 실체와 관련해 안중근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흑백과 컬러를 오가며 보여주는 일련의 장면들은 이 온라인 슬롯의 진정한 클라이맥스이자 마침표 같다. 직전 문단에서 쓴 것과 별개로 이것만큼은 인물이 지향하는 바가 어떤 영향으로 귀결되는지 훌륭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감정을 한 꺼풀 한걸음 걷어내고 설원과 북방의 혹독한 공기를 관객에게 함께 호흡시키는이 온라인 슬롯의 몇몇 장면들은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묘사하는 여타의 한국 온라인 슬롯들에서도 보고 싶은 방식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