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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한 번 헛기침하고 말을 이었다.


“여러 정황상 주미희씨는 영업 사원이 아니라 수술에 참여한 의사였습니다. 정식 의사가 아닌 유령 의사로 판단됩니다.”


“유, 유령 의사라고요? 헉!”


그 소리를 듣고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그게 맞는다고 시인하는 꼴이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계속 말했다.


“유령 의사 주미희씨는 범인한테 사로잡혀 구타당하고 목이 졸려 죽었습니다.

범인은 사무친 원한을 갚으려는 악귀입니다. 그들한테 죽은 사람이 벌써 세 명이나 됩니다.

그들이 노리는 타깃이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타깃이라고요? 누, 누구를 말하는 거죠?”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대답 대신 정금학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시선에 정금학이 깜짝 놀랐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간곡한 목소리로 정금학에게 말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 1년 전 주미희씨와 함께 세컨드 라이프 병원 의료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나요?

한종호씨 수술에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도 참여하지 않았나요?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진실이 무척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 그게 ….”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대답 대신 떨리는 입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리는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를 체포하러 온 게 아닙니다. 물론 불법 수술을 했다면 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연쇄살인범이 원한을 갚으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종호씨 수술에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도 관여했다면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주미희씨처럼 죽을 수 있어요.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정금학에게 진실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금학은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커다란 거짓으로 덮인 진실은 그 거짓의 장막을 벗겨내기 무척 힘들었다.


진실을 거짓으로 덮는 건 매우 쉬웠다. 반면, 그 반대는 무척 어려웠다.


정금학이 답을 하지 않자,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더욱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수술에 참여했다면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놈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타깃을 … 용서하지 않습니다.”


“…….”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오랜 세월 드리워진 거짓의 장막을 벗기지 못했다.


“휴우~!”


침묵을 지키던 정금학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정금학의 정수리가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두 눈에 보였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차분히 정금학을 기다렸다.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그녀는 외통수에 걸렸다.


면허 없는 자가 수술에 가담하며, 그 순간부터 불법 수술 가담자였다.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아울러 그녀가 속한 조직이 그녀를 배신자로 취급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5분의 시간이 흘렀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은 마음이 급했지만, 조급함을 꾹 참았다. 그렇게 오렌지 주스를 다 비웠을 때


생각을 마친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놀랐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 탐정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유령 의사라고요? 면허가 없는데 어떻게 수술을 할 수 있죠?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탐정님이 오해하고 계세요. 현대 의료 시스템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요. 지금 2025년입니다. 모든 게 철저한 시스템을 돌아갑니다. 수술 시 신원 확인은 필수입니다.

규정을 철저히 지키면 문제가 생길 리 없습니다.

저는 의료기기 영업 사원일 뿐입니다. 주희 언니도 저처럼 영업 사원일 뿐이고요. 제가 아는 건 … 그거뿐입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차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바람 앞 촛불처럼 마구 흔들거렸다. 말을 마치고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급히 쓸어올렸다.


그 말을 듣고 황정수가 의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게 귓속말했다.


“탐정님, 아무리 봐도 저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 같아요. 머리를 다급히 쓸어올리는 게 좀 이상해요.”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끄떡였다.


황수지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잠시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간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 지금 불법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놈들이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요.

놈들은 아주 잔인한 자들입니다. 원한에 사무쳐 살인을 계속 저지르고 있어요.

사실대로 말하는 게 제일 좋아요. 잘 생각해 보세요. 이건 진심입니다.”


황수지의 말에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더는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금학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매우 강경한 목소리였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외면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 탐정님, … 그만 돌아가세요!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신 말씀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고개를 다시 들고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 진심인가요?”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동네 주변에 사복 경찰이 있지만, 여기는 큰 동네야. 모든 길을 다 커버할 수 없어.

옛날 동네라 길도 무척 복잡해. 작은 골목이 미로처럼 곳곳에 펴져 있었어. 현재 동원한 사복 경찰로는 길목을 차단하는 정도야.

결국, 동네를 폐쇄하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야. 심증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야.’


거실에 답답한 침묵이 흘러내렸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끄떡였디. 일단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정금학에게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 잘 알겠습니다. 혹 심경에 변화가 생기면 연락 주세요.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수, 슬롯 머신 일러스트씨에게 명함을 건네.”


“네, 알겠습니다. 탐정님.”


황정수가 답을 하고 품에서 명함을 꺼냈다. 명함을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게 건넸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명함을 받고 그 내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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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슬롯 머신 일러스트 사무소

이메일 GanginY@star.com

사무소 전화 02)234-XXXX


진실은 어두운 마음을 훤히 비추는 빛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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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보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하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 뒤를 황정수가 따랐다.


황수지는 그 자리에 서서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쳐다봤다. 둘은 같은 여자였고 비슷한 연배였다.


황수지가 눈빛으로 그 간절한 뜻을 전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그 뜻을 알아채고 이를 외면했다. 그러자 황수지가 입을 열었다.


“정금학씨,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슬롯 머신 일러스트 탐정님은 믿어야 합니다. 그분 말씀은 잘 따르게 좋아요.

제가 할 말은 그거뿐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심경에 변화가 생기면 연락 주세요.”


황수지도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탐정단이 모두 집 밖으로 나갔다. 셋이 현관문 앞 계단에 서서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계단을 내려갔다.


그때 현관문이 쿵! 하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가슴이 아픈 듯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탐정단이 별 소득 없이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집에서 나왔다.


“휴우~!”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누구나 오랫동안 감춰온 진실 앞에서는 주저하기 마련이었다. 이를 드러내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했다.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2월의 하늘이 참 푸르렀다. 오늘은 화창한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힘을 내어 걷기 시작했다. 정금학이 자기 말대로 유령 의사가 아니기를 빌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걱정할 게 전혀 없었다.


허탕을 친 슬롯 머신 일러스트과 조수 둘이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 했을 때



야옹!



갑자기 고양이가 다급하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측 작은 입구에서 한 고양이가 허겁지겁 튀어나왔다.


고양이가 재빠르게 길을 가로질렀다. 세 가지 색이 섞인 삼색이였다. 삼색이가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작은 입구는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집, 반지하 통로였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저 멀리 뛰어가는 삼색이를 보고 중얼거렸다.


“삼색이가 뭐에 놀랐나?”


잠시 삼색이를 지켜보던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고양이가 튀어나온 작은 입구를 유심히 살폈다. 다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탐정님, 삼색이가 우리를 보고 놀랐나 봐요.”


황정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게 말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건 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 집 앞에도 길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공동 출입구로 걸어가면 길고양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아났다.


길고양이한테 낯선 사람은 경계 대상 1호였다. 특히 남자 어른에 대한 경계가 무척 심했다.


“음!”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동네를 살폈다. 동네는 여전히 조용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황정수가 핸드폰을 보다가 급히 말했다.


“아이고 배터리가 거의 다 됐네요. 빨리 차로 가야겠어요. 어서 충전해야 해요. 자칫하면 정형사님 연락을 못 받을 수 있어요.”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황정수에게 말했다.


“그럼, 정수는 먼저 차로 가. 우리는 천천히 갈 테니.”


“네, 알겠습니다. 탐정님도 빨리 오세요. 탐정님 핸드폰도 충전해야죠.”


황정수가 말을 마치고 탐정단 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급히 달리는 황정수의 뒷모습을 바라다봤을 때


동네 길을 따라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초겨울 바람이 주택가 길을 따라서 쌩쌩 불어오기 시작했다.



“휴우~!”


집에 남은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쟁반에 오렌지 주스 통과 잔을 담았다.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재빨리 설거지를 마친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두 손을 닦고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에 들어가 바닥에 앉더니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꼭 부여잡았다. 가슴이 무척 떨렸던 거 같았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괜찮아.”


그렇게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떨리는 가슴을 달랬다. 그러다 뭔가가 생각이 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 불안감이 엿보였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경고가 떠오른 거 같았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화장대로 가더니 큰 서랍을 활짝 열었다. 서랍 안을 살피다 뭔가를 꺼냈다. 눈빛이 루비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꺼낸 물건을 바지 주머니에 쑥 넣었다.


정금학이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하는 게 분명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경고를 애써 무시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텅.



그때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큰 소리가 아니었다. 작은 소리였다.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응?”


이상함을 느낀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문 사이로 거실을 살폈다. 이상한 건 전혀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몸을 일으켰다. 거실로 나가려고 했을 때



쿵, 쿵!



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까와는 다른 소리였다. 익숙한 소리였다. 사람이 내는 발소리 같았다. 역시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쿵! 쿵!!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두 눈이 커졌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탐정단은 이미 집에서 나갔다. 그래서 집 안에는 슬롯 머신 일러스트 혼자만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급히 문으로 달려갔을 때



“헉!”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문지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두 눈에 두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탐정단이 아니었다.


거실에 키가 크고 건장한 블랙맨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은 검은 후드, 검은 마스크, 검은 옷, 검은 신발, 검은 장갑으로 온몸을 가렸다. 마치 암흑에 소환된 저승사자 같았다.


“누, 누….”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깜짝 놀라서 소리치려고 할 때 블랙맨 중 하나가 재빨리 달려들었다. 휙하며 바람 소리가 들렸다.


블랙맨의 한 손에 하얀 손수건이 있었다. 그 손수건으로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입을 콱 틀어막았다. 그리고 억센 팔로 그녀의 가녀린 목을 있는 힘껏 콱 감아버렸다.



검은 판사가 다시 등장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이 떠나자, 사무친 원한을 갚으려 타깃, 정금학의 집에 비밀리 침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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