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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슬롯이 있었다. 그 온라인 슬롯은 아홉 살 때부터 심한 강박증을 앓아왔고, 학교에서는 늘 괴롭힘 당하며 따돌림당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온라인 슬롯은 다시 한번 모험을 떠날 준비를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온라인 슬롯은 개교기념일을 맞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회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김포공항에서부터 예술의 전당까지 걸어가는 길을 직접 계획했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먼 길을 걷는 동안만큼은 아무것도, 심지어 강박증조차도 자신을 뒤쫓아오지 못한다고 온라인 슬롯은 믿었기 때문이다.


개교기념일 전날에도 온라인 슬롯은 심한 강박증에 시달렸고, 친구들의 괴롭힘도 계속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진로 상담 선생님이 온라인 슬롯에게 학교와 산학으로 연결된 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소개해주셨다. 선생님은 책과 독서를 좋아하며 걷는 모험을 즐기는 온라인 슬롯에게, 직접 여행 경험을 글로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하셨다. 온라인 슬롯은 자신을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번 여행 경험을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교기념일 당일, 온라인 슬롯은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엔 예술의 전당까지 안전하고 아름다운 한강 산책길을 따라 걷기로 마음먹었다. 김포공항에서 내려 송정역을 지나고, 다시 걸어 신방화역을 지나쳐 정곡나들목에 도착했다. 방화대교에 있는 정곡나들목을 통해 한강 산책길로 들어선 온라인 슬롯은 계속해서 걸었다. 여름 햇살 아래 땀은 쉬지 않고 흘렀지만, 걸을 때만큼은 온라인 슬롯이 겪던 고통이 조금씩 멀어지는 듯했다.


온라인 슬롯은 한강 산책길을 따라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마곡대교를 지나고, 가양대교를 지나면서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빼앗겼다. 성산대교를 지나 양화한강공원에 닿았을 때는 잠시 작은 평화와 행복을 느꼈다. 이어 양화대교를 지나며 한강 산책길이 정원처럼 꾸며진 모습을 보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 한강공원에 다다른 온라인 슬롯은 공원을 둘러보고 여의도 공원에도 들러 잠시 쉬었다. 그 후 여의도 IFC몰에도 잠깐 들러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책 제목은 '플랜더스의 개'였다.


온라인 슬롯은 책을 들고 다시 길을 걸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자신이 동화 속 주인공 네로처럼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괴롭힘 당하는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동화 속 네로가 성당으로 가서 루벤스의 그림을 본 것처럼, 온라인 슬롯에게도 예술의 전당에서 꼭 보고 싶은 그림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의도를 벗어나 마포대교를 지나고, 원효대교를 거쳐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땀은 이미 온몸을 적시고 있었지만, 온라인 슬롯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강대교를 지나 더 아름답게 펼쳐진 강변을 바라보며 걸었다. 이번에도 온라인 슬롯은 스스로를 달랬다. “그래도 난 네로보다는 행복해. 나에게는 건강한 몸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러다 동작대교를 지나 반포한강공원에 닿았다. 반포한강공원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은 뒤, 온라인 슬롯은 다시 시내 쪽으로 향해 걸었다. 어느새 고속터미널역이 나왔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도 지나쳤다. 좀 더 걸어가니 국립중앙도서관이 나타났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온라인 슬롯은 예술의 전당을 향한 다짐을 잊지 않았다. 서초역까지 다다랐을 때,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또 걸었다.


한참을 걸은 끝에, 마침내 예술의 전당의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던 덕분에 아직 대낮이었다. 온라인 슬롯은 예매해 둔 미술 전시회관에 입장했다. 거기에서 마침내 보고 싶어 했던 렘브란트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보게 되었다. 동화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보고 싶어 했던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와 같은 주제를 그린 작품이었다. 온라인 슬롯은 그 그림 앞에서 한동안 황홀감에 빠졌다. 그리고 책 속 네로를 떠올리며 감격에 잠겼다.


소중한 관람을 마친 뒤, 온라인 슬롯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뒷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하자면, 온라인 슬롯은 고등학교와 산학 협력으로 연결된 인터넷 뉴스 사이트의 학생 기자가 되어 이 여행 경험을 글로 써서 보도 부문에서 두 번이나 대상을 받았다. 학교에서도 학생 기자 활동을 인정받아 진로 선생님이 주최하는 진로활동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누가 알겠는가? 이 이야기가 창작 동화라 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걷는 여행을 좋아하던 그 온라인 슬롯이 훗날 글 쓰는 20대 청년이 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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