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 댁에 갔다가 진공포장 된 간고등어와 생활용품 몇 가지를 비닐바카라 꽁 머니에 싸주셔서 들고 나왔다. 마땅하게 담을 곳이 없다며 하얗고 투명한 비닐바카라 꽁 머니에 담아주시는 걸, 굳이 받아오고 싶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감사해 비닐바카라 꽁 머니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탔었다. 무겁지 않고 얄팍한 바카라 꽁 머니의 둥그런 부분을 한쪽 손목에 껴놓은 채 지하철에 서있었다. 손목에 매달려 밑으로 한없이 늘어진 비닐바카라 꽁 머니를 보며, 괜히 받아 왔다는 생각부터 그래도 집에 잘 가져가야겠다는 생각까지 착잡한 속마음을 섞고 있었다. 그러다 난 자리에 앉으니 노곤한 마음이 들어 눈을 감았다. 손목 끝에 매달린 하얀 바카라 꽁 머니는 앉아 있는 내 다리 앞에서 지하철의 흔들림에 맡겨두었다.
잠을 잔 건 아니었고 피곤한 눈을 감고 있던 거였다. 그런데 한 순간 내 한쪽 팔이 위로 높이 들어 올려졌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내 앞에 서있는 한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내 놀란 눈만큼 그 아저씨의 눈에도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서려있었다. 시선을 돌려 내 팔을 보니 아저씨의 한 손이 내 비닐바카라 꽁 머니 끝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내 손목에 껴있는 바카라 꽁 머니를 빼내지 못하고 팽팽히 내 팔을 당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미안합니다..라고 아저씨가 내게 말해왔다. 그 말에 내 놀란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던 그 순간, 아저씨가 다시 한번 내 비닐바카라 꽁 머니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손목에 껴있는 바카라 꽁 머니가 빠지지 않았고, 내 팔이 결국 한 번 더 팽팽히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꽉 차진 않았지만, 우리 둘을 둘러싼 지하철 승객들이 꽤 있던 상황이었다. 그 순간, 지하철 문이 열렸고, 아저씨는 내게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지하철 밖으로 급하게 걸어 나갔다.
익히지 않은 음식이라 못 먹어요..라고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말할 뻔했다. 눈을 감고 있는 내 손 끝의 얄팍한 비닐바카라 꽁 머니가 쉬워 보였을 텐데, 손목에 그 비닐바카라 꽁 머니를 껴둔 게 미안해졌고, 정말로 별 게 들지 않은 비닐바카라 꽁 머니를 두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미안해졌다. 배가 고파서 그랬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저씨의 눈빛이 그랬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조한 목소리에 묻어난 간절함과 진심이 그랬다.
황당한 일을 당한 건 나고 비닐바카라 꽁 머니도 분명히 내 것인 건 맞는데, 줄 수도 있었고 배고픔이 문제였다면 뭔가를 더 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에 앉아 손목 끝에 여전히 매달려있는 비닐바카라 꽁 머니를 바라보는데, 알 수 없는 슬픔이 차올라 눈가가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비닐바카라 꽁 머니 하나에 삶이란 무엇인지를 느끼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