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해엔 이런 걸 해봐야지 하는 프로젝트 같은 게 있는데, 무료 슬롯 사이트도 역시 그렇다. 1월 1일에 딱 시작해야지 하는데, 벌써 19일이 되었다는 것이 괜스레 울적해진다. 울적한 이유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다만, 이 싱숭생숭한 기분도 벌써 여러 해마다 반복 중이라는 건 확실하다.
시작은 전문의 자격증을 막 취득했을 때일 것이다. 의대 6년, 인턴+전공의 5년을 남들과 똑같은 장소에서 정신없이 구르다가 갑자기 '이제 하산무료 슬롯 사이트 네 갈 길 가라'라고 떠밀리는 시기이다. 결혼하거나, 군대를 가거나, 취직하거나, 개원하거나...
알고 보니 집안이 부자였던 친구들은 논외로 하자. 그들은 사실 의사 안 하고 뭘 해도 상관없는데, 굳이 의사를 하는 대단한 놈들이다. 나중에 보니 그런 애들은 무료 슬롯 사이트 의대 교수 하더라. 돈으로도 못 사는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리라.
고민 많이 해야 하는 놈은 역시 애매한 애들이고 나도 그랬다. 그런 애들이 모여서 얘기를 좀 해보니 역시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무료 슬롯 사이트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
쥐뿔도 없는 흙수저 무료 슬롯 사이트는 이제 투잡을 해야 하고, 나중엔 쓰리잡도 뛰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래, 벌써 N년 전부터 우리는 무료 슬롯 사이트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쉽지, 그럼 뭘로 투잡을 할 거냐는 건데...
그때 한창 떠오르는 샛별이 ㄷㅌㅍㄹㅈ, ㅇㄱㄴ, ㄴㄱㅇ 같은 무료 슬롯 사이트 인플루언서들이었다. '모 무료 슬롯 사이트는 무료 슬롯 사이트로 버는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 하더라'는 소문도 있었다. 물론 성공하지 못한 무료 슬롯 사이트들이 더 많았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우리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친구 4명이 연합 블로그를 만들었다. 내가 블로그를 파고 4명이 각자의 주제로 글을 올리기로 하였다. 왜 유튜브가 아니었냐면, 난 글과 그림이 더 좋았고 1세대 웹툰 작가님이 운영하던 개인 블로그 같은 걸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기자기한 나만의 보석 같은 무언가.
연합한 이유는 글 업로드 속도 때문이었다. 아이디어 고갈 등 혼자서 매일 글을 발행하긴 어려우니 4명이서 분담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망했다. 그게 서로 미루게 되더라고.
A는 사실 사업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고 글에 소질이 없는 건 첫 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A의 첫 번째 글은 무려 '(자기소개를 빙자한) 여자 친구 자랑'이었다. 그리곤 곧 다른 친구들과 스타트업을 하나 차린다고 바빠서 글을 쓰지 않았다.
B는 학구적인 친구였고 꽤 생각이 깊어 좋은 글을 많이 써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본인만의 브랜딩을 따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좀 하다가 흐지부지 탈퇴.
C는 결과적으로 가장 성실하게 글을 썼던 친구였는데, 그것도 오래 가진 못했다. A, B가 별로 호응이 없고 나도 의욕이 떨어지면서 블로그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다지 잘 했다고 볼 순 없었다. 난 웹툰을 그리고 싶었는데, 의욕만 앞섰다. 좀 볼만한 웹툰을 그리는데 갈아 넣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벅찼다. 막상 몇 화 그려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면서... 작심삼화로 끝.
설레던 마음으로 만든 블로그는 그렇게 얼마 안 가 망했다. 좋은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어쨌든 다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거다. C는 역시라고 해야 할지 무료 슬롯 사이트를 하고 있더라. 내가 보고 있다는 건 아마 모를 것이다.
11시 3분이 되어서 일단 마무리한다.
아 시간은 왜 보냐고? 블로그가 유지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시간, 노력 대비 결과물 효율이 많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빠르고 많이 쓴다고 좋은 게 아닌 것도 알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에겐 꽤 큰 문제가 되더라. 아니 시간이 없는데, 왜 돈도 안 되는 무료 슬롯 사이트를 하고 있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위에 나름 이유를 써놓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