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으로의 이사가 결정되자 모든 물건이 다르게 보였다. 언제나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가상 바카라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다.
'24평으로 가상 바카라가려면 몽땅 버려야 해.'
그동안 미니멀을 주장하며 물건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34평 집으로 이사오며 새로 산 가상 바카라이 적지 않았다.
아이의 잠자리독립을 꿈꾸며 산 침대, 이제 멀어서 김치도 자주 못 준다며 엄마가 사 준 김치냉장고, 남편 휴직과 동시에 산 소파까지.
부피가 큰 가상 바카라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고 또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것도 낭비다 싶어 큰 가전과 가구는 그대로 두고 작은 가상 바카라을 손보기로 했다.숨어있는 모든 가상 바카라을 비우고 버리자.
팬트리를 열었다. 코로나 때 구입한 실내 자전거부터 아이가 타던 트램폴린, 엄마가 사 준 손님접대용 교자상, 몇 번 사용하지 않은 공기청정기 등등. 넓은 집에 살다보니 별 생각없이 갖고 있었던 가상 바카라인데 이사갈 집을 상상하니 도저히 보관할 곳이 없어보였다. 한숨 한번 크게 쉬고 오랜만에 당근앱을 켰다.
큰 일을 앞두었을 때, 내가 꼭 지키는 루틴은 매일 하나씩 작은 일을 꾸준히 하기.
이사를 결정한 순간부터 매일 아침 두개씩 팔자는 목표를 세웠다. 매일 아침 목표가상 바카라을 정해상태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시세를 검색하고, 게시글을 올리고.거래약속을잡고, 가져가기 쉽게 포장을 하고.그렇게 일주일 동안 20건이 넘는 당근거래가 이어졌다. 팔고, 나누고. 20건의 당근거래로 소소한 용돈벌이가 됐다.
"당근이세요?"
또 다른 목표는 매일 구역을 정해서 정리하는 거다. 딱 하나씩만. 정리를 더 하고 싶어도 내일을 위해 남겨두기.
세탁실을선택한첫 날,틈새수납장하나를분리해재활용쓰레기고버렸고,다음날은베란다를선택해자전거와킥보드를처리했다.309날은주방상부장2개를골라오래된 텀블러와사용하지않는그릇을버리고,포장도뜯지않은밀폐용기와김치통을팔았다.이불장을고른날은모든이불을꺼내놓고사용하지않는낡은이불을버렸는데솜이불을제외한누비이불은헌옷수거함에버려도된다는사실을 새로 알았다.
주말에는 아이를 앉혀놓고 스스로 버릴 물건을 정하게 했다. 미술학원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 더 이상 놀지 않는 보드게임, 읽지 않는 책, 장난감, 학용품 등. 이사 후 장롱 속에 넣어둔 채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수납상자들을 몽땅 열어보았다. 있는지도 몰랐고,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 물건이 줄줄이 나왔다. 물려받았지만 한번도 갖고 놀지 않은 장난감들도 있었다. 50리터 쓰레기봉투 두봉지를 버렸다. 아직 쓸만한 가상 바카라은 당근으로 나눔했다.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던 가상 바카라도 나눔으로 내놓으니 다들 고맙다며 가져갔다. 나로서도 처리비용이 들지 않으니 고마운 일이었다.
비워도 비워도 별로 티가 나지 않더니 일주일 정도 루틴을 반복하다보니 집 안이 한결 깨끗해지고, 가벼워졌다. 미니멀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었구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상 바카라을 이고 살았던걸까.
하지만 24평 집으로 가상 바카라를 하려면 아직 멀었다. 가장 어려운 관문 책장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