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 사라져가는 꿈조각 같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에피타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 온다 리쿠(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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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다시 말해 <에피타프 도쿄는 그런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아닌 것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해서 도쿄의 범죄사를 줄줄 서술하는 대문자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아닌 모양이다.
부엌.
바닥에 주저앉은 채 주위를 둘러봤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에는 사랑도 있고 비밀도 있다. 독도 약도 흉기도 있다. 스톤헨지까지 있으니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의 무대로 적합하다. 부엌에서 시작되는 소문자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정어리 통조림. 콘비프 깡통. 통조림은 있으면 무척 안심이 되는데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럽고 울적한 느낌이 드는 게 소문자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와 어울리는 것 같다.
알았다.
사 온 식초를 찬장에 넣고 문을 탁 닫았다.
<에피타프 도쿄는 소문자로 서술되는 도쿄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다.
그건 예컨대 식초 한 병을 찾는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일 수도 있고, 식초 한 병도 손에 넣지 못하는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일 수도 있다.
- p. 49. piece 4. 부엌의 스톤헨지.
. 감정을 어루만지는 아련한 장면을 쓰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온다 리쿠지만, 그와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를 완성시키는 데 있어선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그녀의 책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자면 '코끼리나 귀울음' 같은 단편집이나 '흑과 다의 환상'처럼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책들이 순위권에 들고, 반대로 리세 시리즈나 메구미 시리즈 같은 장편들에는 평가가 박해지게 된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어딘가 멋대로 튀거나, 수수께끼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어영부영 끝이 나거나, 전혀 나온 적 없던 요소들이 불쑥 등장해서 뜬금없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선 차라리 단선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꿀벌과 천둥'이나 '초콜릿 코스모스' 같은 성장소설은 좀 나은데, 하필 미스테리 욕심을 영 버리지 못하는 작가이다보니. :)
. 다행히 간만에 나온 '에피타프 도쿄'는 온다 리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책이다. 소설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고, 소설을 쓰기 직전까지를 다룬 책이라고 해야할까. 거리를 걷고, 보고 듣고 접하고, 쓰려던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다가, 문득 어딘가에서 글을 쓰기 위한 힌트를 얻는 과정을 그린다. 그렇게 '에피타프 도쿄'라는 제목이 정해지고, "소문자로 서술되는 도쿄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라는 글의 성격이 잡히기도 하고, 케이크를 먹으며 다음 번 암살자 역할을 맡을 사람을 결정하는 여섯 여자의 대화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그 위에 무대가 되는 도쿄의 모습이 덧그려진다. 역과 하천과 레스토랑과 카페, 골동품 상점과 벚꽃과 신사에 대한 글. 거기에 책과 영화와 음악에 대한 글도 있으니, 그야말로 자유롭게 펜 가는대로 쓴 글이라고 할만하다. 온다 리쿠가 낯설다면 이게 대체 무슨 글인가 싶을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수많은 장소에서 끝없이 순간적인 장면을 이어나가는 거야말로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안다.
저 깨달았거든요. 모두가 '꽝'이라고 말하면 마지막 한 사람이 '당첨'일 거라고 다들 생각한다는 걸. 뒤집어서 말하면 케이크 다섯 개에 당첨 표시가 하나도 없어도 마지막 한 사람이 '당첨됐다'고 말하면 당첨이 된다는 걸.
- p. 120.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1막 1장에서.
. 그렇게 이 책의 챕터 하나하나를 지나치고 나면 마치 몽롱하게 잠에서 막 깨어난 - 뭔가 기억의 골목 저편을 슥 돌아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아련하게 잔상만 남은 꿈의 느낌을 받는다. 뭔가 읽긴 했는데. 읽은 게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같긴 한데. 몇몇 단어들과 장면의 편린들만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그런 조각들이 방아쇠가 되어 그 거리에 가면, 비슷한 상황과 마주치면 갑자기 생각날 것 같은 확신이 드는, 그런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 문득 이 책을 읽고, 리뷰를 끄적거리면서, 집 바로 근처의 오래된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위해 (정말 쓸데없.... 을 리 없다. 투정이다) 문을 닫는다는 게 떠올랐다. 정말 오래 전에 처음 이 곳에 이사왔을 때부터 다니던 도서관이었고, 오랜 기간 나는 때로는 학생으로, 때로는 백수로 서가 사이를 돌아다녔다. 때로는 절박하게 취업준비를 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도서관에 있으면서도 정작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직장 때문에 몇 년 고향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를 찾아보는 일이었다. 그런 기억과 아쉬움들이 이 책을 읽으며 뜬금없이 문득 떠올려졌다. 그녀가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에 정감을 느끼듯이, 나도 이 오래된 도서관과 동네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
끝없이 늘어선 묘석을 보며 필자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피타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에 대해서.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묘비명.
- p. 33. 꽃 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