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었다. 바로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다. 암 투병 중인 아내와의 샌즈 카지노 사이트과 이별을 담은 이 시집은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시집 시장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그 슬픈 러브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며 <접시꽃 당신이 헌책방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책장에서 책을 빼서 버렸다고도 했다. 일부 독자들은 시인에게 전화를 걸어 시집을 불태웠다고 이야기하며 서운함을 표했고, 강연장에서 만난 독자는 실망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일부러 강연장에 왔노라 말했다. 신문들은 "배신당한 순정"이라는 제목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이 모든 반응의 이유는 단 하나, 도종환 시인이 재혼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시인의 첫 아내는 결혼 3년 만에 넉 달 된 딸아이와 세 살 된 아들을 남기고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접시꽃 당신을 통해 아내를 향한 깊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과 헌신을 표현한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전형으로 기억됐다. 하지만 그의 재혼은 이미지를 흔들었고, 독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별 후 6년이 지나, 그의 표현대로라면 ‘의롭고 좋은 사람’과 재혼했다. 그는 태어나 한 번도 "엄마"라는 말을 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엄마라 부르며 달려갈 수 있는 대상이 있도록 하는 일이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럴만한 사람을 만난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의 기대와 그의 현실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의 시집은 이후 판매량이 현저히 줄었고, 그의 삶은 대중의 엄격한 잣대 앞에 놓였다. 많은 이들이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그가 평생 죽은 아내만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그가 선택한 현실의 삶과 독자들이 기대했던 이상 사이에 놓인 간극은 왜 그리 컸을까?
미술사에서 ‘사랑꾼’으로 불리는 화가가 있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깔이다"라고 말하며 아내를 향한 깊고 지순한 사랑을 그려낸 마르크 샤갈이다. 샤갈은 1887년 벨라루스 비텝스크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청어 장수, 엄마는 야채 장수였다. 그의 가족은 가난했고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은 러시아 영향권 하에 있던 고향에서도 그들을 2등 시민으로 내몰았다. 다행히도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은 고요하고 소박한 사람들과 서정적 자연이 어우러진 따뜻한 곳이었다. 어머니의 헌신 덕분에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러시아제국 수도이자 예술 중심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다. 유대인으로서 받게 되는 빈번한 검문을 피하기 위해 그는 친구에게 임시 통행증을 부탁해야 했다. 반유대주의자들에게 겪는 차별과 압박 속에서 그를 위로한 샌즈 카지노 사이트 고향을 떠올리며 캔버스에 담아낸 농부, 염소, 산양, 닭, 생선 같은 소박한 고향의 풍경들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벨라를 만났다. 귀족적인 샌즈 카지노 사이트다움을 풍기는 15살 소녀의 맑고 큰 눈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샤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운명의 여인으로 직감했다. 그리고 둘은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1910년, 23세가 되던 해 그의 예술적 재능과 그것을 알아본 지역 후원자들 덕분에 파리로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벨라를 두고 가는 것이 슬펐지만 그곳은 그의 두 번째 고향이 될 만큼 매력적이었다. 마네와 고흐, 마티스와 같은 개성이 넘치는 많은 화가들 과 엄청난 규모의 미술관들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예술 세계를 확장시켜 주었다.
러시아풍의 색채가 담긴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그림은 파리에서 다른 화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피카소로부터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는 몇 차례의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그러나 4년이 흐른 후,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벨라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더 이상 숨겨놓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그는 고향 비텝스크로 돌아가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샤갈은 그토록 그리던 벨라와 재회했고,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벨라의 아버지는 보석상으로 비텝스크 등에서 가게 세 곳을 운영하는 유력한 상인이었으며, 벨라는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영특하고 샌즈 카지노 사이트다운 여인이었다. 벨라의 부모는 가난한 화가였던 샤갈이 맘에 들지 않았고 결혼을 반대했지만 그 누구도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1915년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생일이자 결혼이 2주 반 남짓 남은 날 벨라는 깜짝 파티를 위해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집 방문을 들어섰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그 기쁜 순간을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화폭에 담았다.
생일, 마르크 샌즈 카지노 사이트, 1915
기쁨으로 가득찬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 벨라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황홀한지 그의 몸은 영혼처럼 가벼워져 하늘로 둥실 떠오르고 있다. 깜짝 놀란 벨라의 눈이 커지고, 이내 그녀의 발끝도 살짝 들려지며 샌즈 카지노 사이트을 따라 날아오르려 한다. 집안의 가구와 소품들도 그들을 향해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이 세상 어떤 화가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행복한 순간을 이토록 감미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하면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아니다 사랑을 하면 이세상의 모든 색이 사랑의 색이 된다는 것을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그림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그냥 창문을 열어두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 사랑,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그녀는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를 날아다녔다.”는 그의 말처럼, 벨라는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고, 그의 작품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며 영원한 사랑의 찬가로 남았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는다면,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그림 속 벨라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유럽에서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아내 벨라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정체성과 고향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시기에 다양한 무대미술과 삽화 작업을 통해 창작 활동을 이어갔지만, 벨라와 함께한 사적인 시간들이 그의 삶의 중심이었다. 벨라와 함께 하는 삶은 행복했고 그 행복은 영원할 것 같았다.
신은 사랑하는 이를 시련으로 단련시킨다는 말이 맞다면 신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을 너무나도 사랑했었나보다. 1944년, 벨라는 바이러스성 감염에 의한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약 3일간 심각한 증세를 보이다 제대로 치료를 할 겨를도 없이 떠난 것이다.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세상을 지탱하던 가장 큰 기둥이 무너졌다.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삶은 붕괴되었다. 붓도 던지고 스튜디오의 그림도 모조리 벽을 향해 돌려놓았다. 그의 삶은 모든 색을 잃은 캔버스처럼 텅 비어있었고 죽음 같은 침묵의 시간은 9개월동안 계속되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못한 딸 이다가 샌즈 카지노 사이트에게 손을 내민다. 벨라의 회고록을 만들터이니 삽화를 그려달라고. 눈 뜬 시체처럼 살던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딸과 함께 벨라의 회고록을 작업하며 죽음 같은 슬픔을 함께 넘어보기로 한다.
그녀 주위에, 마르크 샌즈 카지노 사이트, 1945
회고록 삽화를 그리며 점차 창작 활동을 재개하게 된 샌즈 카지노 사이트. 조심스럽게 벨라를 향한 그리움을 캔버스에 옮긴다. 1945년작 <그녀 주위에다. 마치 스노우 볼 같은 중심의 원안에 벨라와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 비텝스크가 그려져 있고, 딸 이다가 그 비텝스크를 안고 있다. 젊고 건강했던 벨라가샌즈 카지노 사이트다운 장밋빛 옷을 입고 있지만, 그녀의 표정은 깊은 슬픔에 젖어 있다. 반대편, 왼쪽 아래에는 팔레트를 손에 든 샤갈이 있다. 그의 그림에서 종종 등장하는 거꾸로 놓인 얼굴은 그가 내면에 몰두한 상태를 상징한다.그녀와 함께했던 비텝스크에서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그림 속에서 비로소 벨라와 재회하지만 둘은 닿지 못한 채 멀리 있다. 벨라를 떠나보낸 죄책감과 유한한 생명을 상징하는 촛불과 새가 그림 속에서 가냘프게 떠다니고 있다.
초기의 작품에 사용된 푸른색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벨라가 사망한 이후에 사용된 그의 푸른색은 슬픔과 그리움, 고독감과 같은 깊은 정서를 담고 있어 빛과 어두움을 동시에 담아낸 신비로운 색감으로 불린다. 그의 내면을 휩쓸고 지나간 상실감과 슬픔은 그의 마음에 깊은 멍자국을 남겼고, 그 자국은 벨라가 남겨놓은 사랑의 힘으로 샌즈 카지노 사이트만의 독자적인 색채 언어로 자리잡는데 그것을 우리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푸른색’ 이라 부른다.
우리가 원하는 샤갈의 러브스토리는 지극히도 사랑했던 아내만을 가슴에 묻고 죽을때까지 외로이 샌즈 카지노 사이트다운 사랑을 지키며 살았다고 끝을 맺어야 완벽한 스토리가 되는것일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결말이지만 샤갈은 발렌티나 바바 브로드스키와 재혼한다. 벨라와 샤갈사이에서 태어난 이다가 그녀를 소개했다. 바바는 샤갈에게 따뜻한 동반자가 되었고, 그는 그녀를 모델로 두 번째 사랑을 화폭에 담았다. 바바는 샤갈의 남은 인생 동안 그에게 안정과 따뜻함을 제공하며, 예술적 영감을 북돋워 준 든든한 동반자였다.
사랑은 반드시 한 사람에게 영원히 갇혀 있어야만 순수하거나 고귀한 것이 아니다. 샌즈 카지노 사이트 역시 지극히 사랑했던 아내 벨라를 잃고 깊은 슬픔 속에 빠졌지만, 삶은 멈추지 않았고, 그는 바바라는 여인을 통해 다시금 균형을 찾았다. 바바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 예술에 더욱 몰두할 수 있도록 그의 삶에 안정을 가져다주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 그의 예술을 만날 수 있었다.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 바바와 함께한 시간은 벨라와의 사랑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삶과 예술 속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 것이었다.
사랑은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정 속에서 변모하고 확장되며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가득 채운다. 도종환 시인과 샤갈의 삶은 죽음이 가져온 상실과 재생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만을 끝까지 가슴에 묻고 외로이 살아가는 사랑도 샌즈 카지노 사이트지만, 상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으로 삶을 이어가는 선택 역시 숭고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사랑이자,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과 헌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김승희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푸른 것은 늘 샌즈 카지노 사이트.
멍은 푸르다.
그러므로 멍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
그러니까 멍든 것은 늘 샌즈 카지노 사이트.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멍든 심장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푸른색’으로 꽃피었고, 도종환 시인의 멍든 심장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로 다시 꽃피었다.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멍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 한 때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도종환 시인을 향해 일말의 배신감을 느꼈던 한 사람으로 시인께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