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동네 중국음식점을 가려다 말고 통장잔고를 확인해 봤다. 갑작스러운 지출이 많았던 12월. 생활비가 빠듯했다. 입었던 패딩을 벗고 베란다에서 온라인바카라 두 봉지를 꺼냈다. 빠르게 삶아서 소스를 넣고 비볐다. 중화풍으로 파기름에 튀기듯이 만든 계란프라이를 고명으로 올렸다. 젓가락으로 크게 집어서 입에 떠 넣었는데 미묘했다. 그런대로 맛은 있었지만 원하는 맛이 아니었다. 정성스럽게 만들었지만 온라인바카라는 맛있는 짜장면이 될 수 없었다. 두 개나 삶아서 양이 너무 많았다.
남기면 음식물쓰레기라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에 앉았다. 당분간 온라인바카라는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8만 원도 아니고 8천 원인데 굳이 왜 그랬을까? 그냥 기분 좋게 짜장면을 먹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많아봐야 몇 천 원 아끼려고 원하는 선택지를 포기하고 대안을 고를 때. 그때마다 크든 작든 늘 후회한다. 인색하고 옹졸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살짝 부끄러워진다. 오래된 버릇이다. 어린 시절 500원짜리 동전을 쥐고 나는 날마다 동네슈퍼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비슷한 과자들 중에 중량이 좀 더 들어간 제품을 찾아서 비교했다. 종이박스로 포장된 비싼 과자는 먹고 싶어도 고를 수 없었다. 오래된 버릇은 사라지지 않고 습관으로 남았다. 초코맛 서울우유가 먹고 싶은데 할인하는 빙그레 초코우유를 고른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합리화다. 기껏해야 몇 백 원 차이인데 나는 비슷한 선택을 자주 한다. 욕구는 대체재가 없다. 온라인바카라는 온라인바카라다. 대안으로 뽑은 선택지는 만족감 대신에 아쉬움만 남길뿐이다. 갖고 싶거나 필요한 물건을 선물해 주겠다는 친구나 지인들의 질문에 나는 늘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말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질문을 받고 원하는 것을 사실대로 말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영향인 것 같다. 말해도 이뤄지지 않는 소원이 안겨주는 실망감이 싫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게 됐다. 엄마는 종종 삶이 서글프다는 말을 했다. 온라인바카라가 없는 세상살이에 대한 푸념이었던 것 같다. 집 앞 마트를 두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을 오가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익숙한 뒷모습에서 엄마와 꼭 닮은 내 그림자를 본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오래된 습관을 들여다보면서 엄마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
습관은 버릴 수 없는 이름과 같다. 지나간 시절은 가끔 이런 식으로 생존신고를 한다. 그때마다 마주하는 초라한 내면의 풍경은 애잔하다. 자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온다. 허우적대면서 버둥대기 전에 등을 돌리고 빠져나왔다. 짜장면 대신에 굳이 온라인바카라를 끓여 먹는 나는 언제쯤 습관을 잊게 될까? 생각이 많으면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다. 그러다 보면 근심이 생기고 삶에 서늘한 그림자를 닮은 그늘이 드리운다. 여유롭고 구김살 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잔잔한 햇살 같은 빛이 깃들어있다. 내게 없는 것일수록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상황이 변하고 환경이 달라져도 그대로다. 몸에 익은 습성은 매번 같은 선택지를 고르게 만드는 지독한 관성이 된다. 대체재를 찾고 억지로 만족하기 위해 스스로 납득하는 삶. 익숙하지만 이럴 때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잊어버리고 지우면서 살았다. 내일이라도 온라인바카라곱빼기를 먹으러 갈까? 그러면 좀 나아질까? 하지만 막상 자고 나면 생각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