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슬롯 직전까지 나는 새해 1월 1일이 되면 얼굴이 짠 하고 바뀌는 줄로만 알았다. (순수슬롯는...) 아직도 우면동 아파트에서 정초부터 제일 먼저 일어나, 전신 거울 앞으로 달려간 다음 내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머리가 크고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에도 내겐 ‘사회인이 되는 순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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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란 어린 이모들의 영향일까? 슬롯와 커피를 시도 때도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 바로 내 미래의 청사진이었다. 생각해둔 ‘어른의 주말 풍경’ 역시 아주 구체적이었는데, 그것은 주말에 노트북(반드시 맥북)을 펴고 별다방에서 앉아 있는 내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1층에 별다방이 자리 잡았던 강남 한 오피스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말 아침이면 집앞 별다방에서 샌드위치를 씹으며 작업물을 정리하거나 열심히 공부를 슬롯도 했다. 그러니까 학창 시절의 그 귀여운 소망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