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입곡군립공원에선 기대했던 단풍과 은행나무잎이 많지 않았다. 최근 경남을 제외한 우리나라는 눈으로 뒤덮였고, 부산은 눈은커녕 화창한 날만 보인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마지막 가을 나들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검색을 해서 우리가 갈만한 곳을 찾았다. 바로 파라오 슬롯다. 부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지만, 언제나 대동톨게이트는 막힌다. 덕분에 아들들은 낮잠도 자고 아내가 좋아하는 지드래곤 노래도 실컷 들었다.
파라오 슬롯 옆에 있는 아리랑 시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우국밥과 육회 비빔밥을 파는 영남정은 맛도 가격도 나쁘지 않다. 아이가 먹기엔 한우국밥이 매워서 들기름막국수를 시켰는데, 우리 가족의 입맛엔 맞지 않았다. 시장 꽈배기는 언제나 행복을 준다.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파라오 슬롯의 은행나무에서 사진도 찍고 시우의 은행나무잎도 주웠다. 손에 쥐고 돌아다니는 아들이 귀엽다. 우리 가족의 나들이는 아내의 고생(?)을 동반한다. 명작들은 아내의 손에서 나온다. 내가 찍은 사진들과는 완연히 다른 사진들.
파라오 슬롯와 가까운 밀양관아에서 우리는 사진을 남긴다. 한복을 무료대여 해주는 곳이지만 아들 둘을 갈아입힐
자신은 없었다. 날이 따뜻해서 좋았던 하루.
절벽뷰가 있는 한 카페에서 파라오 슬롯는 시간을 보낸다. 절벽을 올라가는 그와 그녀를 보게 된다. 그들이 절벽을 오르는 이유가 뭘까. 내가 이곳에서 아들들과 아내와 함께하는 이유와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