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배달 어플에서 피자를 시키고 쓴 리뷰였다. 오늘 먹은 짜장면이 맛있어서, 후기를 남기려 들어갔다 발견했는데짧은 문장에 계속 눈이 갔다.
‘너무 카지노 입플. 슈퍼 파파스 피자’
기분이 이상했다.엄청 맛카지노 입플나 보네.
이제 나는 피자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카지노 입플이 되었고, 그때 같이 놀던 친구들과는 멀어졌는데. 그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딱히 한 단어로 표현 못할 마음이었는데 박준의 산문집에서 본 일화가 생각났다.
'몇 해 전 누나를 사고로 잃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그녀가 살던 오피스텔을 쫓기듯이 며칠 만에 서둘러 정리했다. 하지만 단 하나도 버리지 못한 것이 카지노 입플으니 그것은 그녀가 이제껏 받은 편지였다.'
운동화 상자 몇 개엔 그녀가 평생 받은 편지들이 들어 카지노 입플.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보았다. 한참을 읽다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눈물이 났었는데 여고시절, 그녀가 친구에게 쓴 쪽지였다.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 1998년도 가을의 일이었다.
'이미 세상에 없는 카지노 입플이 10여 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나는 감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그것으로 편지 훔쳐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비슷한 일일 수가 없는데. 나는 왜 스스로를 없는 카지노 입플 취급하며 그리움을 느끼는 걸까.이게 다 오늘 본 2000년도 인기가요 스트리밍 때문이다. SBS가 유튜브 채널로 2000년도 인기가요를 스트리밍 해주기 시작했는데동시접속자가 만 명이 넘었다.힐끗 보니 량현량하가 춤을 추고 있었다.
‘학! 학! 학! 학! 학교를 안 갔어~’
댓글 창엔 ‘여기가 온라인 탑골공원인가요?’부터 ‘와, 트와이스 15년 선배님들이다. 그런데 이거 아동학대 아님?’까지. 그 시절을 추억하는 밀레니얼들이 모여 보고 카지노 입플. 이 얼마나 괴이한 풍경인가. TV는 아무도 안 보면서, 19년 전에 TV에서 했던 프로를인간들이 실시간으로 보다니.89년생인 나와 반말하고 지내는92년생 친구는이 순간만큼은 극심한 세대차를 느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좋아한다면서 ’Day by Day’를 왜 몰라? 데뷔곡인데. 이소은의 <서방님도 모른다고?”
2000년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인생에서 엠넷와 KMTV를 제일 많이 보던 시절이었다. 반면 친구는 2학년. 아직 투니버스를 볼 나이였다.
“언니, S#ARP에 저 카지노 입플은 누구야?”
“원년 멤버인… 듯?”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은 카지노 입플데… for you? 이 노래는 뭐지?”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근데 왜 따라 불러?”
“…?”
몸이 기억하는 그 시절 음악들. 결국 우리는 조성모의 <아시나요로 타협하고 마저 보는데 클론이 등장했다. 지금과 똑같이 생긴 구준엽과 무대를 날아다니는 강원래였다.
“헐, 저 카지노 입플사고 나기 전이야.”
지금은 휠체어에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한 세기말 춤신춤왕 강원래. 영상은 사고 난 시점으로부터 5개월 전, 클론이 <초련으로 1위 후보를 하며 아시아 첫 한류스타로 발돋움하던 때였다.
‘2000년 11월 9일 강원래가 오토바이를 타던 도중 현재의 신논현역 사거리를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불법 유턴한 차량과 충돌, 하반신을 쓸 수 없는 몸이 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 때문에 강원래가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하게 되면서 일차적으로 클론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고, 그의 하반신이 영구 장애 판정을 받게 됨과 동시에 댄스 가수 활동 역시 불가능하게 되자 클론은 끝내 해체했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카지노 입플을 보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미래를 다 아는 카지노 입플이 보는 과거란 이런 느낌일까? 마치 내가 아름답고 참혹한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처럼 느껴졌다.
‘네, <신혼일기 촬영장에 나와 있는 정성은 리포터, 그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현재 기쁨이 최고조에 있습니다. 사랑 중입니다.’
그리고 몇년 뒤, 그들은 서로의 문자 내역을 폭로하며 헤어졌다.
아직까지 타임머신이 개발되지 못한 건, 카지노 입플는 모른 체 받아들이는 게 더 나아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