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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방송국 놈

3여 년을 착실하게 쉬고, 지난 5월 나는 방송에 복귀했다.

방송을 왜 쉬었냐고 물으신다면...

매해, 그러니까 1년에 한 권씩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 드라마 각색도 조금 하고(사실 다 핑계고).

그냥 염증이 났다. 방송이, 그리고 방송작가로서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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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쫓기듯 살아야 하는 방송판에서, 시청률에서, 여유 한 줌 없는 치열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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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유로운 시간들도 따분하고 무료해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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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봄바람에 이끌려 베란다로 나가보니 작은 나무에 옅은 초록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무료하고 심심한 시간이면, 평소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유독 관심이 생긴다. 그날도 '고놈 참 신기하다'며 한참 눈 요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 진동이 요란히 울려댔다. 발신자는 10년지기 피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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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들이는 그에게 대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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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면 척이지. 방송 짬밥이 얼만데, 그정도 눈치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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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알아온 피디와 일터에서의 만남. 왠지 모르게 설레고 심장이 쿵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다시 뜨거운 방송 현장에서 일할 걸 생각하니 설렜다는 말이지, 피디 때문에 설렜다는 게 아니니까.) 여튼, 생각지도 않게 예능버라이어티로 복귀를 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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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를 짓고, mc와 각 회차의 출연자를 섭외하고, 퀴즈 출제에, 스튜디오 대본까지. 이 방송판이라는 데는 정말이지 3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여전했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더 열악하고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지치고 힘들고, 미쳐 죽을 것 같은 환장 스테이지가 연일 벌어지는데도 웃음이 났다. 즐겁고 신나고 재미가 있었다.

매일 나를 갈아 넣고 있는 데도 에너지가 넘쳐 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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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려올 정도였으니까. 같은 사무실을 쓰는 다른 팀에서 묻기도 했다. 그 팀은 뭐가 그렇게 맨날 재미지고 웃을 일이 많냐고. 이런 물음들 끝에 문득 생각이 난 건 그랬다.

방송이 꽤 그리웠구나.

그렇게피는에서뜨거운여름의끝자락까지, 나는정말하얗게불태웠다. (실제로방송을준비하며만에4KG빠졌다.)

그리고 오늘, 살을 깎고 고군분투한 그 결과물을 TV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 볼 땐 이렇게 후루룩인데 도대체 저걸 만든다고 몇 달이나 생고생을 했구나 싶으면서도, 방송 끝물에 지나가는 스텝스크롤 작가 이름 첫 줄에 찍힌 내 이름을 확인할 때는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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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방송국 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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