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손길
완결
요즘 바카라의 전화가 잦다. 지난 몇 주 동안, 주말 아침마다 한 통씩 왔다. 대부분 음료와 과자 진열에 신경을 써달라는 말이었다. 하루는 몸이 안 좋아서 정리를 못 했으니, 대신 부탁한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괜히 찔렸다. 아마도 예전에 했던 실수 때문일 것이다.
아침에 복장을 갖추려 들어가면,목발이 서 있었다. 처음엔 스쳐 지나갔다. 몇 주째 놓여 있는 걸 보고서야 생각이 들었다. 바카라이 어디 불편하신가. 전화가 잦아진 것도 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음료 진열은, 허리를 많이 써야 한다.
바카라 마음 한편이 늘 불편했다. 예전에 외국 맥주 캔을 진열하다 하나를 터뜨린 적이 있다. 그 일이 있고부터 음료 진열은 조심스러워졌다. 조심은 피로로 이어졌고, 피로는 과자 진열에서도 이어졌다. 하나둘 빠진 칸이 보여도, 그냥 두었다.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그것 때문에 창고로 들어가기는 귀찮았다.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다. 10시쯤, 여자 바카라이 매장에 들렀다. 가방을 두고 갔다. 교대하시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11시 무렵, 바카라 부부가 함께 매장을 다시 찾았다. 교회를 다녀오신 길이었을 것이다.
두 분은 매장을 천천히 돌았다. 과자 진열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카라이 말했다.
“어제저녁 매출 보니까 아르바이트생이 좀 바빴던 것 같더라고. 오늘은 네가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겠어.”
바카라 순간 멈칫했다. 아침에 정리는 했지만, 몇몇 칸은 비어 있었다. 내가 보고도 그냥 지나친 자리였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카라 다시 창고로 향했다.
프랜차이즈에는 매뉴얼이 있다. 진열도, 응대도, 폐기도, 모두 정해져 있다. 하지만 매장은 다르다. 점포마다 다르다. 그것을 ‘점바점’이라 부른다. 나는 어느새 매뉴얼에서 벗어나, 내 식대로 일하고 있었다. 바카라의 말은, 그 어긋남을 붙잡으려는 말이었다.그 뜻을 일찍 알아들었더라면, 덜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날 두 분은 교대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시간도 이르렀고, 바카라은 계산을 확인하고, 폐기 상품을 챙기셨다.
나는 창고 안에서 과자 박스를 열고 있었다. 빠진 칸들을 하나씩 메웠다. 손이 느렸다. 그 바카라 손끝으로, 내가 미뤄온 것들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