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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슬롯사이트

상상농담 60. 프란체스코 슬롯사이트 <백기

슬롯사이트 눅눅해져 드라이기를 켭니다. 요리조리 방향을 틀어 따스한 바람을 쐬다 보면 100g 정도는 가벼워집니다. 몸무게에마음무게도 얹혔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마음이 가벼워서 몸도 가벼운 걸까요. 어릴수록 또박또박 걷지 않고 겅중거립니다. 두어 살배기 아기가 손을 뻗치며 휘뜩휘뜩 걸으면 무얼 그리 잡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신기한 세상을 사는 아기는 두 근 반 세 근 반 하는 슬롯사이트이 가장 무거울 것입니다.


거꾸로 어른이 되면숭숭 구멍 난 슬롯사이트을 가지게 됩니다. 마음이 허전하면 마치 슬롯사이트에 구멍이 난 듯하지요. 찢긴 창호지에 된바람 들이치듯 바람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바람이 비를 몰고 오듯 시나브로 눈물도 납니다. 시간 압축기에 눌린 몸은 더 무겁고 골다공증이 있는 관절은 삐그덕 삐그덕 아우성입니다. 슬롯사이트도 뼈마디도 갈수록 숭숭 비는데 저울이 무거워지는 건 손이 가득 차고 마음이 세상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당찮게 중력은 인정할수록 고압적이고 기세등등합니다.

슬롯사이트프란체스코 슬롯사이트 <백기, 2015


프란체스코 슬롯사이트(Francesco Clemente, 1952~ )는 이탈리아 나폴리 화가입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영성이나 신비, 자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하지요. 시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작품의 질문 방식은 담백하고 친절합니다. 그 친절함으로 '순수한 날 것이 가지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담아 건넵니다. 주제를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이미지로 포장해, 보는 이들에게 부드럽게 묻습니다. 주제의 날카로움에 자칫 베일 수 있지만 그는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 듯 보입니다.


여하간 그는 중력에 백전백패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멘트를 날렸습니다.

"여행을 통해 그로테스크하고 에로틱하며 영적인 요소들을 연결합니다. 나는 갇혀있지 않으려고 일생을 바쳤습니다. 나는 나보다 더 미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유목민 예술가를 나타내려고 텐트를 작업했습니다."


미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그가 2015년 <백기을 전시했습니다. 작품 속슬롯사이트은 어둡고 변색되고 상처 입었습니다. 쓰러진 슬롯사이트은 아파 보입니다. 슬롯사이트에 꽂힌 백기는 말보다 강한 시각적 텍스트입니다. 그 구멍 난 슬롯사이트에 제비들이 모여듭니다.제비들은 슬롯사이트을 치유할 한 가지씩을 물고 있습니다. 제비의 날개가 명랑하고 유연합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날개조차 부드럽습니다. 슬롯사이트은 곧 붉고 따스해질 것입니다.


슬롯사이트영화 <위대한 유산 속 핀 벨의 그림


심쿵하는 클레멘테의 몇몇 작품은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소년 핀 벨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클레멘트의 작품입니다. 구멍 난 슬롯사이트을 메우기 위해, 때때로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슬롯사이트을 팔딱팔딱 뛰게 하기 위해, 올해는 클레멘트처럼 '나보다 더 미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양손엔 아령처럼 술병을 들고 찾아가, 아직 유통기한이 한참 남은 어묵을 팔팔 끓인 후 나보다 더 미친,그리고 나만큼덜 떨어진 친구와 수다 떨고 싶습니다.


PS: 요즘 좋은 전시가 꽤 있습니다. 시간 만드셔서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하는 <반 고흐전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비엔나 1900입니다. '비엔나 1900'전은 에곤 쉴레 작품이 아주 좋았습니다. 클림트의 독특한 풍경화도 꼭 보시기를. (아무리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라 해도 원화의 아우라가 있답니다. 적어도 저에겐. ^^) 동영상 첨부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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