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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명의 해시 게임 바카라

/쾅/쾅/쾅/


“저건 무슨 소리죠?”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생명이 만들어지는 소리입니다.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는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이 가득 차 있는 고밀도의 상태이죠. 해시 게임 바카라 안의 물질들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움직이고 충돌, 폭발, 분열을 반복하면서 인간의 뇌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뇌들은 살아 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만들게 됩니다, 저기를 보세요.”


제임스가 오른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뇌’들이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어떤 가지에서는 이미 육체가 형성된 해시 게임 바카라이 나체의 상태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인간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약 100만 년의 시간이 소요가 됩니다. 즉, 당신들은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100만 년의 폭발과 분열을 거쳐서 이렇게 재생이 된 것이죠.”


“100만 년의 시간이라고? 지금 이곳은 서기 20000년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가 재생이 되는데 100만 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최소 서기 100만 년이 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해시 게임 바카라 안은 또 다른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무기, 유기물들이 존재하며 살아가며, 이곳의 시간 개념과는 다른 상대적 시간의 지배를 받는 곳입니다. 과거 선조인 아인슈타인 박사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기술적으로 적용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오타는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인간의 뇌가 만들어지고, 뇌가 사람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후손의 위업에 놀라며, 후손들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죽었던 생명을, 기술을 이용해서 다시 살린 후손은 일반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이 상상했던 신은 미래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후손들일지도.


/휙/휙/휙/


갑자기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물체가 하강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해시 게임 바카라과 원숭이들이 아우성 댔다.


"저기를 봐요.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어요.”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 가지에 달려 있던 해시 게임 바카라이 하나 둘 바람을 타고 눈이 내리듯 일정한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악… 악… 살… 려… 줘…”


떨어지는 해시 게임 바카라의 비명소리였다. 흉측한 괴수새들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해시 게임 바카라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사람을 잡아 이빨로 몸을 물어 뜯고 있었다.


"그냥 보고만 있지 말고 돌을 던져서 괴수새를 쫓아줘요!"


재생자들의 무리 위로 떨어지는 금발의 젊은 여자가 괴수새들의 공격에 고통스러워하며 지상에 있는 재생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타를 포함한 재생자들은 여자를 돕기 위해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주워 던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돌멩이들이 괴수 새의 머리와 눈을 정통으로 맞혔지만 괴수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만두세요. 돌을 맞아도 괴수새들은 꿈쩍하지 않을 겁니다."


"제임스, 저 여자를 구해야 하잖아요.”


“오타씨, 지금 저 여자분은 살아 있을 때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서, 대가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죄의 대가를 받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죠?”


제임스는 재생자들의 무리를 잠깐 멈추게 한 뒤, 텅 빈 하늘 위에 스크린을 띠웠다.


’이름: 김새은 / 성별: 여자/ 국적: 한국 / 출생: 1995년1월5일 / 사망: 2180년4월 7일 / 재생일: 20000년 12월 28일’


"저 여자는 한국에서 재테크 분야의 유명 인플루언서였습니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으로 거대한 부를 쌓고 해시 게임 바카라에게 투기를 부추겼죠. 저 여자의 영향으로 2015년부터 2025년 동안, 한국은 전례 없던 부동산 투기가 성황을 이뤘고, 빈부의 양극화는 절정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빈부의 양극화를 초래한 것이 죄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빈부의 양극화는 개인의 욕심과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에요.”


“오타씨, 저 여자는 단순히 빈부의 양극화를 초래한 것이 죄가 아닙니다. 광란의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면서, 집을 소유하지 못한 해시 게임 바카라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괴감에 빠져 자살이 급격히 증가하고 결혼, 출생도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지구의 멸망기때 광기의 테러집단이 유일하게 공격을 하지 않은 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바로 한국입니다. 그 이유는 이미 한국은 스스로 인구소멸의 길에 빠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해시 게임 바카라은 제임스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땅에서 묵직한 돌들을 다시 들고, 여자를 향해 던지며 크게 욕을 외쳤다.


“미친년, 넌 고통을 당해도 마땅해!”


"제임스, 저 여자 말고, 지금 공중에서 괴수새들에게 먹잇감이 되고 있는 다른 해시 게임 바카라도 과거에 지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나무 가지에서 떨어져서 하강하는 해시 게임 바카라은 영원히 죽지않고 괴수징벌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운명입니다. 죽고 난 후에도 인과응보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지금의 고통을 당하지 않을 텐데요.”


“인과응보라고요..?”


“인과응보는 재생시스템에 반영된 철학이기도 합니다. 후손들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조들의 적폐를 바로 잡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적폐가 남아 있는 한, 현재와 미래는 떳떳해질 수 없었때문입니다. 과거의 악행을 저지른 후손들에게 죄의 대가를 받게 하는 것은 바로 적폐 청산과 완벽한 세상을 구현하는 방법이죠.”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은 없어요. 그럼 나와 이곳에 있는 재생자들도 언젠가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건가요?”


“인과응보란 악행에 대한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선행에 대한 보상도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들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여러분들이 에덴의 벽으로 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어!….잠깐 앞에 조심하세요. 하늘에서 해시 게임 바카라가 떨어집니다.”


/툭/


제임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에서 붉은 해시 게임 바카라가 오타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가까이서 해시 게임 바카라를 보니, 지상에서 올려다봤던 것보다 훨씬 더 윤이 났고, 시고 달콤한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오타씨,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제임스”


“지금까지 생명나무 아래를 지나면서, 생명해시 게임 바카라가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희한한 일이군요. 그래도 처음 있는 일이니 상부에 보고를 해야겠군요. 잠깐 기다리세요.”


제임스는 헬멧의 왼쪽 귀에 해당하는 부위에 손을 대자 상대와 통신이 연결되었는지 서로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본부 들립니까? 급하게 보고할 일이 생겼습니다. 에덴의 벽으로 이동 중, 생명해시 게임 바카라 한 개가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좌표를 보낼 테니 수거하길 바랍니다.”


“…..”


“수거를 할 필요가 없다고요?”


“…..”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생명해시 게임 바카라를 이곳에 놔두고 그냥 지나가겠습니다.”


“……”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 있는 인간이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고요?”


“……”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저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인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는 상대와 대화가 끝나고 재생자들을 바라봤다.


“상부의 명령입니다. 지금 오타씨 앞에 떨어진 ‘생명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는 인간이 들어있다고 하며, 해시 게임 바카라에서 인간이 나오는 것을 도와주라고 합니다. 10분 안에 해시 게임 바카라의 껍질이 벗겨지고 인간이 나올 테니 그때까지 조금만 대기하겠습니다.”


재생자들은 땅에 떨어진 붉은 생명 해시 게임 바카라로부터 5m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서, 해시 게임 바카라에서 어떤 사람이 나올지 기대하며 지켜봤다.


“해시 게임 바카라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


재생자의 누군가 해시 게임 바카라를 보며 소리쳤다. 잠시 뒤, 둥근 해시 게임 바카라가 좌우로 미동하기 시작하더니 해시 게임 바카라 속에서 고분고투하는 힘겨운 사람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헉…헉….졸라게 끈적 거리는군”


해시 게임 바카라의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일본어가 아니어서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오타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졸라게’라는 말은 오타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 있는 친근한 한국어 단어였다.


“저 해시 게임 바카라에서 사람이 내는 언어는 한국어입니다. 갓 재생이 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과거에 사용했던 모국어를 사용하지만, 해시 게임 바카라 밖으로 나오게 되면 ‘신인류세계’의 공통어인 일본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생명해시 게임 바카라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끈적끈적한 젤리로 덮인 왼쪽 손이 뻗어져 나왔고, 조금 뒤 오른쪽 손도 껍질 밖으로 나와, 단단한 해시 게임 바카라의 껍질을 양손으로 갈기갈기 찢어 댔다.


"씨발….밖에 누가 있는 거 같은데, 새끼들아!! 보고만 있지 말고 나 좀 여기서 나가도록 도와줘"


꽤나 화가 난 늙은 남자의 목소리였으며,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아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기억이 잘 안 난다. 오타는 혹시 자신이 알던 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해시 게임 바카라 쪽으로 다가가서 남자의 팔을 힘껏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이…뭐야..이 냄새!!”


오타가 해시 게임 바카라 가까이 다가가서 남자의 팔을 잡아당기자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썩은 생선처럼 역겨운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조금만..더 강하게 잡아당겨줘!!”


남자는 화를 내면서도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절규하자 오타는 역겨운 냄새를 참고 힘껏 남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오타 주변의 재생자들은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서 나오는 역겨운 냄새 때문에 해시 게임 바카라 가까이 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다.


“그래…좋아..조금만 더 강하게 당겨!!”


남자의 목소리가 강렬해질수록 오타는 죽은 아내와 딸이 갑자기 뇌리에 스치며, 분노의 힘이 치솟아 올라 있는 힘을 다해 남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오타의 힘이 통했는지 해시 게임 바카라의 껍질은 완전히 벗겨지고 역겨운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낯선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해시 게임 바카라 안에 있었던 것이 분하고 억울했는지 입을 열자마자 지저분한 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개새끼들, 모두 죽었어!! 나를 여기에 가둔 녀석들을 가만히 안 둘 거야!!”


시원하게 욕을 내뱉은 늙은 남자는 고개를 들어 재생자들과 검은 헬멧을 쓴 안내자들을 바라보며, 오타와 눈이 마주치더니 오타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내가 너를 어디서 봤더라..아..씨발 기억이 안나네…뭔가 기분이 으스스한 느낌이야….야 넌 뭐야? 짜장면 배달원이야? 파워레인저야? 헬멧 좀 벗어봐 면상 좀 보게!!”


“소란 피우지 말고 진정하세요.”


“뭐? 소란..이 새끼가 뒤지려고 환장을 했나? 야 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당신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수집이 안된 상태라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데이터가 수집이 되는대로 당신을 이곳에 두고 갈지 아니면 같이 데리고 갈지 결정이 날 것입니다.”


“뭔 뚱딴지같은 개소리를 하는거야?..잠깐…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있지…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시는데 어떤 미친 새끼가 나타나서 목을 잘라서 나를 죽였었는데..”


“당신은 지금 재생이 되었습니다.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죠”


“엥, 재생?...잠깐..너 재생이라고 했어?...”


늙은 남자는 잠시 눈을 감고 입술을 오므리며 턱을 괴더니 생각에 잠겼다.


“맞아!…재생이라...기억나!…Last report에서 읽은 적이 있어…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인가 보군…거기에 너처럼 검은 헬멧을 쓴 머저리들이 출현한다고 나와 있는데, 네가 바로 그 머저리 맞지? 그러면 나는 유토피마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마지막 장을 다 읽어보면 재생이 된 자들은 유토피아 마을로 가서 평생 행복하게 산다고 나와 있었거든. 역시 나는 죽어서도 복을 받을 팔자였어!!”


늙은 남자는 화가 잔뜩 묻어 있던 표정에서 달콤한 사탕을 손에 쥔 어린이처럼 기쁜 표정으로 바뀌며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합장을 올렸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축복을 주시다니, 역시 죽기 며칠 전에 예수를 믿기로 영접기도를 한 것이 이렇게 보답을 받는군요. 주여 감사합니다.”


(저 노인 얼굴이 많이 변했지만 낯이 익는 얼굴이야)


오타는 노인의 말투, 사용하는 단어, 행동들이 계속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노인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야! 너 근데 왜 기분 나쁘게 나를 꼴아보고 그래?”


“어르신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요.”


“나를 본 적이 있다고?...음…그래 나도 너를 어디서 본 것 같애…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말야…그 때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거 같은데…아이, 씨발 이놈의 젤리, 졸라게 끈적 거리네….”


노인은 몸에 묻은 젤리를 털어내기 위해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프의 동작이 이상했다. 오른쪽 발을 절름거리며 점프를 하고 있다. 오타는 노인의 오른쪽 발에 자ㅣ눈길이 향하며, 발 등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발등을 따라 발목의 윗부분에는 하늘을 점프하는 사람의 모습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저건…에….어….조….단…!! 저 새끼가 왜…여기에…)


오타는 노인의 발목의 윗부분에 새겨진 에어조단 문신을 보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뒷걸음질 치더니 바닥으로 자빠졌다.


(박성호…너 이새끼…너를 여기서 만나다니…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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