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최고의 아이큐를 가진 덕에 벨루가 발디미르는 메이저 바카라에게 이용당했다. 발디미르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그 사실을 깨우쳤고, 다른 물고기들에게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메이저 바카라이 해양과 해양 생물들에게 어떤 불합리한 짓을 하고 있는지. 메이저 바카라만을 위해 어떻게 이용했는지. 그 결과 해양과 해양 생물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으며 여전히 당하고 있는지.
발디미르는 노쇠한 몸뚱이를 끌고 갈 수 있는 만큼 먼 곳까지 달려가 강연했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아직 세상을 모르는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의 미래를 위해 목이 쉬도록 설교하고 또 설교했다.
“여러분들 모두 부모님을 통해 발디미르 님의 연설을 전해 듣고 자랐죠?”
관장 물고기의 질문에 수백 마리의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은 네- 하고 대답했다. 작은 메이저 바카라들이었지만 수백 마리였고 데시벨이 높았던 탓에 순간 쿨렁하고 물의 파동이 일었다. 작고 가벼운 메이저 바카라 새우와 해파리 같은 것들은 그 움직임에 몸이 밀쳐져 다시 헤엄쳐 돌아와야 했다.
과거 쓰레기 섬이 있던 북태평양 인근 해저 쓰레기 박물관에는 견학 중인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이곳은 메이저 바카라이라는 육지 동물이 우리 세상과 조상님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자 만들어진 박물관이에요. 우리의 각성을 위해 헌신한 벨루가 발디미르 님과 그분을 따르던 수많은 투사분들이 침몰한 크루즈를 활용해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 노력 덕에 우리는 좀 더 빠르게 각성할 수 있었고 메이저 바카라에 의해 파괴되고 있던 세상과 종족을 지킬 수가 있었어요.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를 위험에 빠트렸던 다양한 메이저 바카라 동물의 물건들을 살펴볼까요?”
“네~~~~~~~”
지느러미와 손이 자유로운 메이저 바카라 입에 손을 모으거나 파이팅 하듯 위로 올리는 시늉을 했고, 파동의 휘청거림을 경험한 작은 메이저 바카라 얼른 해초를 붙잡거나 여럿이 몸을 밀착해 또 밀려나갈 것을 방지했다.
메이저 바카라 꼬물꼬물 관장을 따라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게 바로 비닐이에요. 비닐은 우리 물고기들을 괴롭힌 최악의 쓰레기 중 하나였어요. 보다시피 비닐의 종류는 너무 다양해서 수를 셀 수도 없지요. 이렇게 작고 투명한 것부터 검은색, 흰색, 붉은색, 줄무늬까지 메이저 바카라은 정말 많은 종류의 비닐을 수도 없이 만들어 사용했고 우리 세상을 마치 자신들의 휴지통인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왔어요.”
전시장 끝에는 비닐이 머리에 씌거나 지느러미, 꼬리가 걸렸을 때 얼마나 답답하고 위험한지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었다. 어떤 메이저 바카라 자신의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할머니가 비닐에 걸리고 묶이고 덮여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떠들었고 다른 물고기들도 각자의 집안 얘기를 종알거렸다.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체험을 경험한 메이저 바카라 무섭고 답답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진 전시장에는 그물과 스티로폼, 낚싯대와 낚시 바늘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곳은 메이저 바카라들이 우리 세계의 것들을 약탈하기 위해 만들었던 도구와 기구들이에요. 메이저 바카라들은 우리 조상들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까지 우리 허락도 받지 않고 약탈해 갔어요. 우리가 메이저 바카라들 세상에서 약탈했거나 훔쳐 온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이에요.”
메이저 바카라 우리도 뺐으러 가자고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두르고 화르르 물방울을 만들었다. 몇몇 물고기들은 성근 그물을 보고 재밌게 생겼다며 마치 놀이터의 기구마냥 사이를 왔다 갔다 해보았다.
“무슨 물건인지 몰랐던 우리 조상들도 처음엔 이렇게 걱정 없이 놀다가 잡혀갔다고 해요.”
몸집이 조금 큰 아기들 일부는 정말로 배둘레가 걸려 꼼짝하지 못했다. 관장은 멸치잡이용 그물을 앞에서 몸집이 작은 것들도 걸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물에 걸린 메이저 바카라 안전요원의 도움으로 빠져나오자마자 뽀르르 일행 사이로 달려가 죽을 뻔했다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떠들어댔다.
“자, 여긴 인간들이 사고가 나서, 혹은 일부러 버린 쓰레기들이에요. 우리를 잡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약탈할 때 사용한 도구도 아닌 그들의 물건들이죠. 인간들은 옷이라 부르는 이런 것들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데 사용했어요. 그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고 다양해서 여기 있는 것 말고도 우리가 모르는 옷들이 더 있을 거라 추측되고 있죠. 이건 여러분 같은 메이저 바카라 인간의 옷이에요. 다른 옷보다 훨씬 작죠?”
“나보다 작네-”
메이저 바카라상어 말에 메이저 바카라고래도 맞장구쳤다.
“아기상어 말처럼 인간은 태어났을 땐 이렇게 작아요. 갓 태어난 메이저 바카라 공격성도 없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도 아니죠. 하지만 육지에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처럼 인간도 성장하면서 공격성이 생기고 싸움과 약탈을 하게 된다고 발디미르 님은 생각했어요. 다른 물건들도 살펴볼까요? 이건 가방, 컵, 모자, 술병, 접시, 촛대, 전화기.. ”
“메이저 바카라은 필요한 게 정말 많네요. 우린 원래 있는 것들만 있어도 잘 살 수 있는데..”
메이저 바카라 꽃게가 발에 감긴 수초 줄기를 싹둑 자르며 말했다.
“맞아요. 그건 메이저 바카라이라는 동물의 가장 큰 특징이자 능력이면서 또 단점이기도 해요. 발디미르 님에 의하면 메이저 바카라은 만족이라는 감정에 취약한 동물이어서 항상 또 다른 것, 더 새로운 것을 욕망하고 갈구하는 특징을 지녔다고 해요. 이미 그들에게 주어진 것들도 충분하지만 다른 동물들처럼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는 거죠.”
메이저 바카라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갸웃거리며 다음 전시장으로 향했다. 크루즈 중앙 홀을 차지한 그곳은 유난히 규모가 컸다.
“이곳은 우리 물고기들에게 고통을 준 일등공신 플라스틱 물건들이 있는 곳이에요. 여러분들의 가족 중 누군가는 분명 이 플라스틱 때문에 죽거나 다쳤을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랑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플라스틱을 먹고 돌아가셨대요.”
메이저 바카라 복어가 작은 입을 오므리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우리도, 나도, 우리 삼촌도 같은 종알거림이 쏟아졌다.
“그래요. 메이저 바카라이 가장 많이 만들었던 것 중 하나인 플라스틱 물건은 정말 다양한 모양과 용도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해쳤어요. 이건 플라스틱 빨대. 이건 플라스틱 물병, 이건 플라스틱 가방, 이건 플라스틱 그릇, 이건 플라스틱 젓가락, 숟가락, 포크, 칼, 이건 플라스틱 끈...”
관장은 한참이나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것 말고도 아직 이곳에 없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며 메이저 바카라이 블라미르 님의 가슴에 달았던 물건도 플라스틱이었다고 알려주었다.
“수많은 우리 선조들은 이런 쓰레기들이 뭔지도 모르고 먹었다가 대부분 돌아가셨어요. 그러다 알게 되었죠. 메이저 바카라이 바다에 던진 것들은 우리를 아주 고통스럽게 한다는 걸요. 발디미르 님의 노력과 수많은 투사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서서히 메이저 바카라의 물건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그들의 것을 먹거나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어요.”
“대신 다시 다 돌려줬죠?”
메이저 바카라 거북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요. 물과 육지를 오갈 수 있는 거북이들이 아주 큰 역할을 해주었어요. 각성한 물고기들이 먹지 않고 물어온 수많은 쓰레기들을 거북이와 물개, 바다표범 같은 동물들이 힘을 합쳐 메이저 바카라들한테 돌려주기 시작했어요."
"나중엔 쓰레기가 이렇게 산처럼 쌓였었죠? 우리 할아버지가 점프하다가 봤대-"
메이저 바카라 날치가 상황을 재현하듯 뛰어오르며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를 위해 파도는 아주 큰 밀물을 만들어 최대한 쓰레기들을 육지로 밀어주었어요. 그렇게 많은 쓰레기가 밀려올 줄 모르고 가까이 왔던 메이저 바카라들 중 쓰레기더미에 깔려 죽은 이들도 있었다고 해요.”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은 아싸- 하며 신나 했고 관장은 흥분을 자제시켰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들이 경고했대요. 이렇게 무섭게요. 으--"
메이저 바카라 상어는 아직 크지도 뾰족하지도 않은 옥수수알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각성한 우리 선조들은 결국 메이저 바카라에게 최후의 경고를 했어요. 너희 메이저 바카라들도 어서 빨리 각성하라고. 또다시 이곳을 쓰레기통처럼 취급한다면 얼마 되지도 않은 육지를 바다와 함께 다 삼켜버리겠다구요. 사실 이 지구에서 육지는 바다보다 훨씬, 작은 곳이거든요."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은 와- 함성을 지르고 지느러미 주먹을 휘두르며 "잘했어" "각성하라" 등의 소리를 질렀다. 파동이 아까보다 훨씬 커졌으므로 작고 가벼운 물고기들은 재빨리 대처했고 그러면서도 함성에 자신들의 목소리 보탰다.
"자 그럼 이제,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우리의 히어로 발디미르 님과 투사분들의 공동묘지로 가볼까요?"
"네----"
한껏 기운이 오른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은 오물조물 관장의 뒤를 따랐다.
크루즈 박물관을 빠져나와 큰 바위를 끼고돌자 산호초로 화려하게 꾸며진 공동묘지가 보였다. 메이저 바카라 각자 자신들 조상의 묘를 찾아 신나게 헤엄쳤다. 관장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물고기들의 각성 이후 달라진 감사한 것 중 하나는 병에 걸린 물고기가 줄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전수 방류 후 급격히 발생한 희귀병이 유전병처럼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됐었다. 방류 후 5년이 됐을 무렵엔 쓰레기를 먹고 죽은 물고기보다 희귀병으로 죽은 물고기가 훨씬 많았었다.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가능한 위험 지역을 멀리함으로써 희귀병이 유전된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 수가 차츰 줄고 있었고 올해 처음으로 유전병을 지닌 메이저 바카라는 태어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무덤과 그분들 덕에 깨끗한 세상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메이저 바카라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관장은 이 행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걱정스럽기도, 또 한편으로는 똑똑한 인간들이니 곧 각성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메이저 바카라들에게 경고하던 당시, 발디미르의 후손인 관장의 조상도 그 현장에 있었다. 그는 마지막 쓰레기, 발디미르 님의 몸을 옥죄던 검고 딱딱한 그것들 메이저 바카라들에게 돌려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고가 아닌 간절한 부탁을 전했다고 했다.
"우리보다 더 많은 걸 가진 메이저 바카라들이여. 만족을 배우고 제발, 당신들도 각성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