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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꽁 머니 하는 이유

정은이의 수술 일정에 맞춰 휴가를 냈었다. 수술 후 일주일 간 4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근무 시간도 조정해 놓았다. 수술이 취소되면서 휴가와 근무 조정은 필요 없어졌고, 팀장에게 전후 사정을 슬롯 꽁 머니한 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팀장은그 나이 대 조직장이 다 그렇듯회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감이라는 것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 듯 행동하는 측면이 있어 개인적인 슬롯 꽁 머니 하고 나면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조직장 면담 중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에 대해 가끔 슬롯 꽁 머니한다. ‘정말 힘들겠다.’, ‘너무 속상하겠다.’는 말이 뒤이어 나온 적은 없다. 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말이나, 넌 충성심이 부족하다거나, 일과 삶이 너무 분리되어 있다는 말이 돌아올 뿐이다.


어쨌든, 휴가를 취소하기 위해 정은이 슬롯 꽁 머니 팀장에게 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위로의 말을 건넨 뒤, 이번 주 월요일, 3분 지각한 사건을 덧 붙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에서 내린 시간은 9시 3분. 엘리베이터 문 앞에 전무님이 서 있었고, ‘하나를 보면열을안다는’ 전무의 눈빛이 나에게 머물렀었다.


슬롯 꽁 머니 나을 수 없는 뇌종양에 큰 충격을 받은 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쳐 오르는 슬픔과 나를 둘러싼 무력감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했다. 어찌어찌 글을 한 편 쓰고 나니 머릿속의 안개가 조금 걷히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글을 쓰고 싶었다. 쓰고 나면 뭐가 뭔지 모를 무언가가 더 또렷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동안 너무 가까워 관심 갖지 않았던, 엄마, 아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와 정은이의 어렸을 때의 슬롯 꽁 머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함께 하고 싶은 것, 불치병 딸과 함께 사는 엄마와 아빠의 감정이나 일상을 담아보고 싶었다.


막상 슬롯 꽁 머니 쓰기 시작하니 두려웠다. 우리의 추억은 조각나 있었고, 그 조각을 모으는 작업은 험난할 듯 보였다. 그렇다고 조각을 모으면 누군가의 마음을 쿵 하고 울리는 멋들어진 조각상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우리 가족의 추억을 한 데 모아 글로 남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도 생겼다.


이러한 의문과 두려움이 커질 때 즈음, 휴가 취소를 위한 면담이 있었다. 나에겐 하루 저녁을 눈물로 보낼 만큼, 월요일 지각을 할 만큼,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큰 일인데, 누군가에겐 조직원의 3분 지각보다 작은 일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놀라움은 이 글을 쓰도록 결심하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이 슬롯 꽁 머니 하찮게 여기든, 감흥을 받지 못하든 그건 큰 의미가 아니다. 이야기는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특히 우리 가족에겐 더욱.


비슷한 상황에 놓은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공감과 연대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거창한 바람은 없다. 그저 나라도 치유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슬롯 꽁 머니 쓴다. 더 하찮을 수 있도록 더 작은 슬롯 꽁 머니 해보려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슬롯 꽁 머니에게 이 글을 써도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구나. 지난번 글에 좋아요 눌렀던데… 동의한 걸로 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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