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를 졸업하기 전, 나는 네덜란드 델프트(Delft)라는 도시로 유학을 가고 싶어 했다. 로테르담과 헤이그 사이에 위치한 이 고즈넉한 도시의 공과대학교는 특히 건축분야가 유명했다. 당시 OMA, UN Studio, Neutelings Riedijk Architects 등 네덜란드 건축에 빠져있었는데, 그중 많은 사람들에 이곳에서 공부했거나 가르치고 있었다. 일명 '더치 아키텍처'(Dutch Architecture: 네덜란드 특유의 건축을 일컫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축구의 오렌지 군단과 비슷한 느낌)이라 불리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나 과감한 결과물은 왠지 서울의 풍경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더군다나 델프트 공대의 석사 과정은 영어를 주로 쓰는 수업이 많아서 네덜란드어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학부를 졸업하기 직전, 마침의 기회로 몇 주 정도 네덜란드 여러 도시를 꼼꼼히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가진 대부분의 네덜란드에 대한 기억은 사실 그때 형성된 것이다.
유럽에 살다 보면 네덜란드의 수도,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의외로 자주 들르게 된다.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은 특히 아시아권 나라에 취항을 많이 하기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스키폴 공항을 거쳐 한국으로 오가는 노선은 시간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언제나 이끌리는 노선이었다. 우리 가족의 귀국을 위한 마지막 비행기 편의 출발지도 역시 비슷한 이유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정해졌다. 편도 비행기가 왕복 비행기와 별로 크게 가격차이가 없어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에 우리는 결국 온가친척의 마일리지를 모두 끌어다 썼다. 그걸로 반 정도는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대한항공의 취항지를 다시 뒤졌다. 사실 베를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프라하다. 어린아이들과 이동이 가능한 차로 3-4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마침 프라하에서 가까운 드레스덴에 가까운 지인이 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왕이면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자 했고, 마침 아내가 가보지 않았다는 말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향하게 됐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정은 그렇게 정했지만, 베를린에서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향하는 비행기와 여정은 당연 별도의 여행이었다. 만 이틀 정도의 추가 여정을 위해 또다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항 끝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시간대인 새벽 5시 반 출발로 정해졌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라 고민도 많이 됐지만, 가격적으로 다른 시간대 비행 편과 차이가 너무 심해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결국, 새벽시간에 베를린을 출발, 오전 8시 정도면 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내의 숙소에 도착을 하고, 호텔에 사정을 해서 체크인 시간을 앞당겨 잠깐 쉬는 뼈대가 정해졌다. 그리고 그 이틀 동안 마음 같아서는 네덜란드의 다른 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곳이 여전히 많고 많았지만, 4인 가족의 여행은 언제나 타협의 연속이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중용의 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여행이 흘러갔다. 더군다나,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우리 부부는 마지막 짐을 정리하느라 잠도 거의 못 잠 그로기 상태에 가까웠다.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까지 배웅해 준 친구들과의 인사를 뒤로 베를린을 떠났다. 이른 시간 도착한 스키폴 공항은 역시나 인산인해였다. 우린 천천히 공항에서 식사도 하고 휴식을 좀 취하고 시내로 나갈 참이었다. 한국으로 가져가야 할 어마어마한 짐은 공항 내 짐 보관소에 맡기기로 했다. 한 사람은 잠이 덜 깬 아이들과 패스트푸드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 사람은 당장 쓸 짐만 하나의 캐리어에 정리를 했다. 간신히 잠근 캐리어를 열으니 온갖 살림이 다 튀어나온다. 피식 웃음이 나서, 멋쩍고 어이없는 웃음으로 서로를 보고 웃다가 다시 짐을 꾸린다. 이때 우리는 미지의 도시 슬롯 머신 프로그램에 대한 설렘보다 그냥 빨리 한국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시 유럽을 언제 오겠냐며 부지런히, 그리고 무리스럽게 이곳저곳을 어린아이들과 다니느라 다들 피로했다. 그래도 오늘 주어진 우리의 시간은 너무 요긴하게 잘 써야 했다. 그렇게 또 짐을 이고 지고 유아차를 끌고 시내로 나섰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시내를 지나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얼리체크인을 한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 일찍부터 움직인 탓에 피로가 눈을 감게 만들었지만 아이들이 자지 않은 한 어림도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밖에 해가 쨍하고 날이 개었길래 이때다 싶어 다시 밖으로 향했다. 10월 말이었지만 의외로 따뜻한 날씨와 비 온 뒤의 상쾌함에 발걸음을 다시 가볍게 만들어줬다. 버스를 타고, 트램을 타고 우린 다시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이내 아내가 요새 핫한 감지튀김이라며 어딜 가자고 한다. 속으로 ‘감자가 감자지 뭐가 특별한 게 있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유독 감지튀김을 좋아하는 첫째가 기가 막히게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바글바글, 정말 나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풍경을 뚫고 한참을 기다려 감자튀김 한 가득을 사 왔다. 음, 소스가 맛있긴 했다. 오로지 부성애로 긴 줄에 낑겨 사온 감자튀김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첫끼였다.

운하와 트램으로 이색적인 풍경에 가득한 도시는 언제나 눈이 즐겁다. 특히 물이 가까운 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던 베를린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베를린에선 평일이나 휴일이나 호숫가, 운하 근처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탈출구였다. 그래서인지 물이 풍부한 도시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풍경은 더 새롭다. 우리는 무조건 배를 타고 운하를 돌아보는 관광객다운 코스를 하기로 하고, 다음 날의표를 예매했다. 자유여행이라 해서 다른 관광객이 하는 코스와 차별화된 코스로만 다니겠다는 생각은 저 뒤로 미뤄버렸다. 휴식도 좀 취할 겸, 가이드도 받고, 거리보다 낮은 운하의 시각에서 도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런 기회야 말로 비용 생각할 것 없이 저질러야 했다. 그리곤 떠나는 날 마지막 일정을 일지감치 정한 우리는 으다다한 저녁을 먹으러 가고 싶었다. 무언가 길고도 너무 길었던 그날 하루의 노고를 대단한 먹거리로 보상해주고 싶었다.

바닷가 도시로 예로부터 열려있던 슬롯 머신 프로그램에는 외국음식들이 참 많다. 생각보다 많은 한식당의 유혹을 담고 우리는 중국식당으로 향했다. 구글의 평점과 현장 분위기, 손님들, 맛집의 삼합 요소를 모두 갖춘 그날의 저녁은 너무 훌륭했다. 아이들도 만두에 국수가 너무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난 무엇보다 수육이 너무 맛있었다.) 우리는 끝까지 무언가 더 ‘네덜란드적인’ 음식을 찾고 싶었지만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들과의 적절한 타협으로 고른 중국음식은 너무나 평화스럽고 평안한 선택이었다.음식의 유래가 어디가 되었건, 어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그 음식을 만들건,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많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들과 소통하며 장사하는 집이라면, 거기야 말로 현지 맛집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화창한 날씨에 우리는 숙소 근처 놀이터부터 찾았다. 어제부터 제대로 놀지 못한 아이들을 더 이상 구슬리기가 힘들기도 했고, 저녁에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 하니 이 분들도 어느 정도 몸을 미리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처럼 동네 아이들과 섞여 한참을 놀다 우리는 어제 미리 준비해 둔 배를 타러 갔다. 유유자적 느긋이, 구석구석 넘치는 배려와 센스로 무장한 젊은 선장의 여행보트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를 반증하듯, 구하기 쉽지 않은 표를 산 많은 사람들이 꽉 들어서 함께 앉아 슬롯 머신 프로그램을 즐겼다. 센스가 좋은 선장님은 사진 찍을 시간을 주기도 하고, 여러 농담을 섞어가며 지친 관광객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아주 정확한 시간에 출발한 지점으로 우리를 다시 내려주었다.
그러게 뉘엿뉘엿 지는 해를 뒤로하고 헐레벌떡 스키폴 공항으로 다시 향했다. 어제 맡겨 놓았던 짐을 바리바리 체크인하고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0월 말의 날짜임에도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결국 우리는 둘둘 떨어져 앉아야 했고, 항공사의 배려로 짐은 다행히 모두 기내에 들어가기 전 수화물로 맡겼다. 그렇게 길고 긴 베를린의 일상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길고 긴 나의 유럽생활이 끝나가고 있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날, 베를린의 친구들과의 인사도 비몽사몽 지나갔다. 이른 새벽시간이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스케줄이 너무 여유로웠으면 아마도 한참을 울고 불고 했을 것이다. 거기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에게 마지막 유럽의 향기를 진하게 남겨준 도시로 남을 것이다. 아마 아이들에게 이때의 사진을 보려 주며 이 이야기들을 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앞으로 언젠가 다시 가볼 것 같은 베를린과 같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언제나 들러도 다시 그 즐거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돌아다닐 것이다. 아마 우리가 먹었던 그 감자튀김집이나, 운하도 그대로일 것이다. 베를린의 키 높은 나무가 그대로 일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