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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5. 2025
사설 바카라
굳이 요섹남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요리 잘하는 남자가 환영받는 시대다.
12년 전 나는 육아를 하겠다며
휴직을 하고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계란말이며
김치
찌개, 닭볶음탕도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들이 알려주는
초간단 요리법을 찾는다.
힐끔 냉장고를 살피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
요리에 대한 나의 재능이 부족함을
지역적 한계로 치부하고자
경상도 음식이 투박하고 거칠다는 말에 과몰입하기도 했다.
'요리에 대한 무관심은 미세한 맛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고, 이는 어려서부터 다양하고 조화로운 음식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야.'
하지만
내게는 이런 편
견조차
적용할 수 없었다.
최근에도 고향에 계신 사설 바카라로부터 택배를 받았다.
네모반듯하게 어려진 꽃게 된장국,
돼지고기 김치찌개, 장어국, 김장 김치가 담겼다.
밀키트가 우리 식탁을 점령했다지만
여전히 일용할 양식의 1순위는 사설 바카라의 음식이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할머니표 꽃게 된장국을
최애음식으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사설 바카라의 요리 중 으뜸은 무엇일까?
16년 전, 내게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사설 바카라는 보호자로 병실에서 상주하셨는데
토요일 나의 방문에 잠시 마산집에 다녀오셨다.
아버지의 숨소리는 여전히 거칠었다.
잠든 아버지의 손을 맞잡고 발을 주무르는 행동 외
나는
무엇도 하지 못했다.
웅크려 지새웠던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랐다.
다시 저물기까지 한참 사설 바카라이 남았는데
사설 바카라가 돌아오셨다. 양은냄비 하나를 손에 들고서.
'하루이틀 간병을 하는 것이 아니니,
간단히 뭐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을까
?
내게
말씀하셨으면 가까운 곳에 가서
사 왔을 텐데.'라는 생각이
말이 되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전에
사설 바카라
의 목소리가 다가왔다.
"혁아, 이거 호박 넣은 사설 바카라이다
.
얼른
데워줄 테니, 먹고 서울 가거라."
사설 바카라가 병실을 비운 것은 1박 2일이라지만
24사설 바카라가량의
짧은 외출이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사설 바카라을 제외하면 스무 사설 바카라 남짓이다.
굽은 허리를 펴고 조용히 잠을 청하기에도 부족한 사설 바카라
그 사설 바카라을 쪼개어 입었던 옷은 빨고 새로운 옷을 챙기며
비워두었던 집을 정리했을 것이다.
홀로 따뜻한 식사를 챙기지도 못했을 텐데,
아버지 곁에서 홀로 끼니를 챙겨야 하는 아들 녀석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마산집에서 부산의 병원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
시외버스를 타고
,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2사설 바카라이 넘게 병실로 돌아오는 길
사설 바카라의 품에 있었던 양은냄비 하나
그곳에 담긴 것은 사설 바카라와 호박만이 아니다.
피곤함 속에
서도
한 끼라도 챙겨
먹이고자
했던 마음,
두 손으로 만들어 들고 오는 기다림의 사설 바카라까지 더해져
양은냄비 속은 자식을 향한 어미의 사랑이 가득했으니
세상 어디에 이만큼 맛있는 음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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