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 내내 나를 지배했던 키워드 중 하나는 '온라인바카라' 이었다. 큰아이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임신이고 똑같은 출산이건만, 그때는 정부 온라인바카라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뜨겁지 않았다. 큰아이 출산 이후 온라인바카라의 종류가 너무 많아져서 수시로 뭔가가 생기고 변하는 탓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시기마다, 임신한 본인의 나이나 소득에 따라 정말 다양한 온라인바카라이 존재한다. 그중 이번에 가장 신경쓴 온라인바카라 중 하나는 아마 산후조리비용 지원이었을 것이다. 큰아이때도 아마도 있었던 것같은데 소득기준같은 것이 잘 맞지도 않았던것 같고 뭔가 몹시 복잡한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찾아보려다가 포기했던 것도 있다. 또 집안에 누군가 낯선 사람이 매일 들락거리는 것도 그닥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큰아이로 인해 피로도가 쌓일 것에 대한 우려, 충분히 휴식하지 못하고 무섭게 달리다 아이 출산 직전에나 겨우 하게 될 휴직, 절대적으로 마흔 중반의 나이로 인한 예상치 못한 후폭풍 등 걱정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더이상 30평대 아파트도 아니고, 구색만 겨우 갖춘 방 3개의 빌라. 다른 방으로 가려면 걸음걸음 가구에 치이는 좁디 좁은 컨디션에 성인 하나가 더 들어오면 얼마나 정신없고 불편할까. 누군가가 나의 살림을 만지고 도와준다고 나선다면 나는 과연 엉덩이 붙이고 앉아 그 온라인바카라를 고이 받고 있을 수 있을것인가, 나랑 안맞는 사람이 오면 얼마나 신경이 예민해질까등등등 쓰잘데 없는 고민들이 쏟아졌다.
산후조리비용 지원금을 계산하면 둘째 아이 출산을 하는 나는 산후조리 관리사 분이 3주간 오실경우 자부담 10만원, 4주간 오실 경우는 60만원의 자부담 감당하면 된다. 기본 지원금에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추가지원금까지 붙어서 아주 드라마틱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3주를 할 것인가, 4주를 할것인가 고민하다 그래도 가성비라며 3주를 신청하는 온라인바카라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병원 1주일, 조리원 2주일이 끝난 바로 다음날부터 오시기로 한 산후조리 온라인바카라은 대략 띠동갑 정도 되는 여자분이셨다. 본인을 '온라인바카라'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하시던 온라인바카라은 정말 나에게는 3주간 어마어마한 서포터였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나를 위해 수유 외의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온라인바카라이 해주셨다. 온라인바카라은 아기의 빨래, 목욕, 기저귀 갈기, 간단한 식사와 반찬 준비 등등의 일을 해주셨고, 내가 한걸음이라도 일하려고 일어서면 늦은 나이의 출산에 산후풍으로 고생하면 안된다며 내 앞을 가로막으셨다. 내가 놓치기 쉬운 지원금 정보라던가, 육아 정보는 어느 유튜버가 좋은지, 육아 용품 중 이런것들을 사시는 산모님들이 있더란다 참고하시라며 알고계시는 모든 정보를 나에게 던져주셨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과 나는 그분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미쳐 몰랐다가 딱 2일만에 깨닳았다.
3주가 아니라 4주를 신청했어야 했다
온라인바카라의 존재는 단순히 집안일을 해주시는 분이 아니었다. 남편은 지난 몇달간 혼자 육아와 청소와 정리와 식사를 도맡아했다. 식사는 단순히 밥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식단 기획, 식자재 조달 및 구매, 지속적인 냉장고 정리와 음식물 쓰레기 해결 등 다양한 일들이 수반된다. 집에 여자가 둘이니 온 집안에 머리카락이 한가득이어도 매일 청소기를 밀 여유도 없었다. 정리는 주로 내가 해왔는데 손을 놔버렸으니 신랑은 그저 매일 허덕이는 일상을 쫒아가기에도 바빴을터. 거기에 원래 하던 업무는 업무대로 쌓여있었으니 스트레스 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린밑반찬을 다양하게 먹기보다는 메인반찬 한두가지로 식사를해결하는데,둘다정신이없으니냉장고파먹기를할 겨를도없었다.
하지만 온라인바카라이 계시는 동안에는 둘다 아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은 뭘 만들까요?라고 물으시면 냉장고에 이런게 있는데, 이걸로 이런 음식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말씀드리면 되었다. 양파, 파, 마늘같은 상비해야하는 식자재가 다 떨어졌으면 미리 알려주셨다. 남편은 집 바로 옆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은 바로바로 사다드리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손바닥만한 아기가 뭐 세탁기 돌릴 일이 잇을까 했으나 오산이었다. 신생아의 청결 관리를 위해 세탁기는 거의 매일 한번씩 돌았고, 덩달아 빨래건조대는 쉴 틈이 없었다. 집안 환기와 청소기 밀기는 별거 아닌거 같지만 놓치기 쉬운 집안일 중 하나였지만 온라인바카라은 환기와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목욕은 예나 지금이나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고, 큰아이때도 난 혼자 아이를 씻긴 적이 거의 없었다. 손 마디마디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지금도 손에는 예전과 같은 아귀 힘이 없다. 병뚜껑 하나도 제대로 못따는 손에 출산까지 했으니 목욕이 왠말인가.
이와중에 난 출장마사지를 신청해둔 상태고 1주일 평균 2번 2시간씩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그럼 그 시간동안 아이의 수유와 케어는 온라인바카라이 담당해주셨다. 그뿐인가. 11월에 있을 신랑 출장에 대비해 운전 연수도 빡세게 받았어야 했고, 그 또한 아이를 신랑 혼자 케어하기 힘들것이 자명한 시기였기에 온라인바카라이 계실때 해결했어야 했다. 정말 너무나도 바쁘고 바쁜 3주였다.
우리는온라인바카라이오신지2일만에더 길게신청하지않은우리를탓했다.8월하순에작업을시작한온라인바카라에게약속된기간외에우리의자비를들여2주간의온라인바카라를추가하기로했다. 만약 우리가 4주를 정부 온라인바카라으로 신청했다면 1주일만 비용을 추가하면 됬었지만, 그건 번복이 불가능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1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만약 처음 신청했을때부터 4주로 셋팅 했다면 온라인바카라으로 40만원은 받을 수 있엇을텐데 말이다.남편은 9월 마지막주 1주일 내내 외부 일정이 있었고 서포트가 어려운 시점이었다. 온라인바카라이 필요했다.
먹고 자고 수유하는 일상은 조리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런게 산후조리구나... 생각 했다. 난 큰아이때 이런 시간을 보낸 적이 과연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정신없고 힘들었는데 그때도 산후온라인바카라분을 불렀어야 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