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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오랜 기간 취업 준비를 하다 드디어 합격한 첫 회사

이력서를 수백 통 넣어도 안되다가 도저히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합격 통보를 받았다.

"유부정님, 최종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일을 읽자마자 '와' 하는 감탄과 함께 안도감이 들었다.


첫 출근 날,

"안녕하세요! 유부정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쑥스러웠지만 되도록 당차고 씩씩해 보이게 인사했다.

선배들과 팀장도 따뜻하게 대해줬고, 동료들과도 사이좋게 지냈다. 처음 담당하게 된 일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따듯한 선배의 가르침 덕분에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부정씨, 우리 카지노가 A를 해달라고 요청하면 A만 보는 게 아니고 영향도 있는 코드도 함께 봐야 해요."

"왜 그래야 돼요?"

"A작업을 하다가 사이드 이펙트가 있을 수 있어서 그래요."

"우리 카지노가 생각해서 정의해야 하는 게 아니고요?"

"우리 카지노는 저희처럼 코드를 직접 보지 못 하니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 우리가 놓치지 않게 잘 챙겨줘야죠."

"넵!"


사실 선배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우리 카지노가 영향 범위 파악해서 챙기면 될 일을 우리가 사서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카지노가 영향 범위 파악과 예외 케이스가 포함된 모든 케이스를 정의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선배가 챙기라고 하니 선배가 하는 대로 열심히 보고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리님, 말씀하신 대로 우리 카지노보고 영향 범위 파악했고 관련 부분 모두 작업 끝냈습니다!"

"와~ 부정씨, 엄청 꼼꼼하시네요! 잘했어요. 좋아요!"


선배는 대견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가 칭찬을 해주니 왠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선배가 조언해 주시는 부분을 최대한 흡수하고 꼼꼼하게 하려고 더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회사에 다닌 지 3년이 흘렀다.

이제 신입 티도 벗고, 나름 1인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내심 뿌듯했다. 팀장과 선배도 이제 많이 성장했다고 혼자 프로젝트를 맡겨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이쪽 업계는 이직이 잦아 3년만 다녀도 '와, 엄청 오래 다니셨네요! 잘 부탁드려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한 서비스를 3년간 보다 보니, 이제 선배나 동료가 만든 코드는 웬만해서 어떤 코드인지 알고, 어떤 배경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내게 히스토리를 종종 묻곤 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니, 히스토리를 많이 알 수록 내가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인상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 히스토리를 물으면 알아도 모른다고 하거나 퉁명하게 "문서 찾아보세요"라고 답하곤 했다. 나도 3년 동안 이리저리 구르며 배운 건데 왜 그렇게 쉽게들 알려고 하는지 가끔은 어이도 없었다.


"부정씨, 잠시 시간 돼?" 팀장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사내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거야. 위에서도 많이 기대하고 있는 프로젝트라 지원도 많이 해줄 거고 부정씨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부정씨가 맡아줬으면 하는데.."


안 그래도 이제 일도 익숙해졌겠다, 손도 빨라졌겠다 슬슬 심심하던 찰나였는데 좋은 제안이었다.

회사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했다.


"할게요."

"그래, 고마워. 부정씨가 잘해줄 거라고 믿어. 워낙 꼼꼼하고 잘하잖아"

"네"


팀장님이 대놓고 칭찬을 해주시니, 괜스레 민망스러웠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입사한 동료들에 비해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꼼꼼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다.

또, 지금보다 더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대리 승진도 따 놓은 당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만 잘 해내면 대리도 달고, 선배보다 더 인정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욕이 불타올랐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킥오프 날이 되어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대회의실에 모였다.

약 20명 정도 되는 동료들이 모였고, 우리 카지노는 문서를 띄워두고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킥오프 날입니다. 다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발의되었고,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목적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공유드릴 예정입니다. 듣다가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질문 주셔도 좋습니다."


대회의실이 울려 퍼지게 큰 목소리로 웃으며 또박또박 말하는 우리 카지노는 나랑 몇 살 차이 나보이지 않았다.

평상시 발표를 지독히도 싫어하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터라 자신감 있어 보이는 우리 카지노가 내심 신기했다.


약 1시간이 지나자 프로젝트 킥오프가 끝났다. 대회의실에 모인 리더와 동료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궁금한 부분을 질의했고, 우리 카지노는 질문에 답하며 20분 정도의 시간을 더 썼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가니 오늘 킥오프 한 내용이 정리돼서 메일로 와 있었다. 끝난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회의록이 정리되어 메일로 와 있는 게 신기했다.


또, 프로젝트에 대해 정리된 우리 카지노도 첨부되어 있었다.

약 300페이지 분량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큰 프로젝트라고 하더니 우리 카지노서 양이 장난 아니네.

이걸 언제 다 읽고, 언제 다 개발하지 하는 생각에 잠시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띵-

우리 카지노가 만든 단톡방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메일로 회의록과 우리 카지노을 공유드렸습니다. 내일 2시에 우리 카지노 리뷰가 있을 예정입니다.

일정 조정이 필요한 경우 말씀해 주세요."

"네"

"넵!"

"네^^"

동료들은 알겠다는 말을 다양한 형태로 대답했고, 나도 대답했다. "네네"


300페이지가 넘는 기획안 리뷰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쉬지도 않고 듣느라 힘들었는데, 우리 카지노는 체력도 좋은지 힘든 내색 없이 2시간 내내 기획안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나와 우리 카지노을 한 장, 한 장 읽어보기 시작했다.

설명을 들어서 그런가 기획 자체의 의도나 우리 카지노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대충 그리고 디자인 시안이 나오길 기다렸다.


며칠 뒤, 디자인 시안과 함께 디자인에 따라 일부 정책이 변경된 우리 카지노이 함께 전달 됐다.

디자이너는 나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시안을 보다 궁금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우리 카지노과 시안을 보니 정책은 같지만 우리 카지노 내 와이어프레임과 시안이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 카지노에는 버튼이 위쪽에 있는데, 디자인 시안에는 버튼이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걸 보고 작업하라는 거지? 버튼을 위에 넣으라는 거야 아래 넣으라는 거야?'

짜증이 밀려와서 디자이너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시안이랑 우리 카지노이랑 맞지 않습니다. 싱크 맞춰주세요."

"네, 우리 카지노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뒤, 우리 카지노에게 메시지가 왔다.


"부정씨, 안녕하세요. 우리 카지노 수정 요청하신 부분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맞춰 업데이트해 드렸습니다.

수정된 우리 카지노 전달드립니다.

혹시 개발하시다가 우리 카지노과 디자인 시안이 다르다면 디자인이 최종 버전이니 디자인 시안 보시고 작업하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우리 카지노은 정책 위주로 작성되다 보니 와이어프레임까지 완벽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요. 워낙 대규모 프로젝트라 300페이지가 넘는 우리 카지노을 디자인 버튼 위치가 변경되었다고 매번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양해는 무슨 양해. 디자인이 변경되었으면 우리 카지노도 변경되어야 되는 거 아닌가?

정책이 아무리 똑같아도 나는 완벽주의가 있어서 우리 카지노과 디자인 시안에 버튼 위치가 조금이라도 다른 게 보기가 싫었다. 작업하면서도 왠지 찜찜했다. 저렇게 말하는 건 그냥 수정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반발심이 들었다. 그렇지만 좋게 넘어가자고 마음을 다지며 대답했다.


"네, 근데 되도록이면 맞춰주세요."



20명이 넘는 협업자들이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그런가 우리 카지노도 자주 바뀌고, 시안도 자주 바뀌었다.

사공이 많아 리더들이 새로운 기능을 볼 때마다 스펙이 추가 됐다. 진짜 짜증 나는 일이었다.

작업을 해놓으며 바뀌고, 또 해놓으면 스펙이 추가 됐다.


"스펙이 너무 자주 바뀝니다."

"네ㅠㅠ 그렇죠~ 죄송해요. 저도 최대한 방어해보고 있는데 스펙이 자꾸 추가되네요. 최대한 무리되지 않는 선으로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어떻게든, 스펙 추가는 무리됩니다."

"네네, 제가 팀장님과 잘 이야기해 보고 변경사항 최대한 없이 공유드리겠습니다."


우리 카지노는 중간에서 난감한 듯했다. 리더는 스펙을 추가하라고 압박하고, 개발자는 스펙이 추가되면 더 이상 작업하지 못하겠다고 화를 냈다. 우리 카지노는 중간에서 쩔쩔매며 이 개발자, 저 개발자에게 굽신거리며 사과하고 다녔다. 그 모습이 조금 짠 하기는 했지만, 나도 더 이상 스펙 변경을 참을 수 없기에 가만있지 않았다.


"부정씨, 우리 카지노과 시안 최종 버전으로 정리해서 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수정 요청이 잦아서 죄송해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우리 카지노과 시안을 보며 작업을 하다가, 250페이지를 보니 버튼 위치가 또 맞지 않았다.

디자인 시안에는 아래쪽에 있었는데 우리 카지노에는 위 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디스크립션을 읽어보니 버튼의 기능이나 정책이 다른 건 아니었지만 버튼의 위치가 다른 게 내 심기를 또 건드렸다.


"대리님, 제가 여러 번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기획안이랑 시안 맞춰달라고요." 전화를 걸어 우리 카지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네, 부정씨. 저도 최대한 맞춰 드린 건데 시안이 바뀔 때마다 우리 카지노의 와이어프레임을 매번 수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저희 일정도 급하고 우리 카지노에서는 정책 위주로 확인해 주시고, 최종 버전은 디자인 시안으로 확인해 주세요."


"제가 맞춰 달라고 했잖아요. 우리 카지노면 기획안 최종으로 업데이트해 주시는 게 맞지 않나요?"


"네, 그렇죠 시간이 많고 프로젝트 범위가 작으면 하나하나 다 맞춰드릴 수 있죠. 근데 우리 카지노은 300장이 넘고, 개발해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우리 카지노을 맞추느라 앞에서 시간을 써버리면 개발 시간이 줄어들어 비효율일 거예요. 그리고 버튼의 위치가 중요하다기 보단 정책이 중요하니 정책은 우리 카지노으로, 시안은디자인 파일로 봐주세요. 양해 부탁드려요..."


버튼 위치 하나 맞추는 게 뭐가 어려운지, 자꾸만 핑계 대고 안 맞춰주려는 게 짜증 났다.


"똑같이 안 맞춰 주시면 작업 못 합니다."

"왜 모든 페이지의 와이어프레임과 시안을 똑같이 맞춰야 하나요? 300페이지를 어떻게 매번 변경되는 시안과 똑같이 맞춰 드리나요? 부정씨 제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시네요. 개발 기간도 많지 않아 앞에서 이렇게 시간 잡아먹으면 뒤쪽에 작업하시는 분들의 작업 시간이 없습니다. 이렇게 마이너 한 이슈 갖고 시간 쓰지 않았으면 해요."

"이게 어떻게 마이너 한 이슈인가요? 저는 두 개가 완벽하게 맞춰져 있을 때 작업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정씨, 그럼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매번 이런 식으로 진행하셨나요? 매번 시안과 우리 카지노이 완벽하게 동일했나요?"

"네"

"죄송한데, 저는 그렇게 못 해드릴 것 같네요. 300페이지를 다 맞추기 힘들고 시간도 많이 써야 해서요. 그렇게 일하실 거면 AI랑 일하시는 게 빠를 것 같아요."

"우리 카지노면 우리 카지노답게 꼼꼼하게 좀 정리해 주세요." AI랑 일하라는 말이 화가 나서 나도 세게 말을 뱉었다.

"그럼 본인은 좋은 개발자답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요청하신 부분 수정 못 해드리니까 알아서 하세요. 팀장님께도 보고 하겠습니다."


뚜--뚜... 뚜..


너무 화가 났다. 일방적으로 나를 몰아붙이며 전화를 먼저 끊다니. 내가 요청한 게 과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 우리 카지노가 너무 비상식적이게 느껴졌다. 그래서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옆에서 전화로 싸우는 소리를 듣고 눈이 똥그래져 있는 선배를 쳐다보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대리님! 제가 이렇게 맞춰 달라는 게 잘 못인가요? 우리 카지노가 절대 못 맞춰준다고 하고 끊었는데 저 너무 어이없어요"


"음.. 부정씨, 제가 보기에 지금 프로젝트 일정도 타이트하고 큰 이슈는 아니니 꼭 맞춰줘야 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물론 두 개가 똑같이 맞춰져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상황상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선배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 그냥 상황 탓, 우리 카지노 편만 들어주고 짜증 났다.

갑자기 솟구친 분노와 억울함, 내 편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우흐흐.. 흑... 흑"

"부.. 부정씨, 왜 울고 그래요. 저랑 커피 한잔해요."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부정씨, 요즘 뭐 힘든 일 있어요? 요즘 조금 힘들어 보여서요."

"아니요. 그냥 우리 카지노이랑 시안이 안 맞는 게 너무 짜증 나고 화가 나요. 꼼꼼하게 하고 싶은 게 그러지 못해서요."

"음.. 제가 보기에 우리 카지노과 시안이 맞지 않더라도 우리 카지노에서 정책 보고, 시안에서 최종 디자인 보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힘든 거예요?"

"두 개 파일을 각각 보는 게 싫어요.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고요."

"전에 프로젝트할 때도 흔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유독 이번 프로젝트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보여서 걱정되네요.. 제가 옆에서 보면서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번 프로젝트는 사이즈도 크고, 개발 범위도 많아서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요."

"부정씨,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 조금만 내려놓고 다 같이 어떻게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카지노랑 척 질 필요는 더더욱 없고요."



선배가 사주는 커피를 마시며 우리 카지노 욕을 한껏 뱉어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선배는 T라서 무조건적인 내 편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속에 있는 말을 뱉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렇지만 우리 카지노와 한 통화의 불쾌함은 여전해서 그 우리 카지노랑은 더 이상 일하기도, 마주치기도 싫었다. 그래서 팀장님께 프로젝트 변경을 요청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팀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부정씨"

"오전에 프로젝트 우리 카지노랑 이런 일이 있어서 저 너무 힘들고.. 그 우리 카지노랑 일 못 하겠습니다. 흐흐흐... 흑..."


최대한 눈물을 짜내며, 불쌍한 척을 하며 모든 잘못은 우리 카지노가 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며 말을 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바꿔주지 않으면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팀장은 바로 그 우리 카지노와 면담을 했고, 이후에 내게 다시 돌아와 이야기했다.

"부정씨, 큰 프로젝트에서 빠져도 괜찮아요?"

"네.. 그 우리 카지노랑은 도저히 못 하겠어요."

"그래요, 그럼 다른 프로젝트 배정해 줄게요. 그 프로젝트는 부정씨 선배가 하게 될 거예요."

"네네.. 감사합니다.."


큰 프로젝트였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안 맞는 사람이랑 일하기는 죽도록 싫었고, 이미 서로 감정도 상한 상태라 프로젝트에 애정도 생기지 않을 게 뻔했다.


그리고 변경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기획안과 시안을 보는데, 이 우리 카지노도 스토리보드와 시안의 형태가 달랐다. 심지어 정책도 기획안과 디자인 파일에 기재된 게 달랐다. 새로운 우리 카지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카지노과 시안 맞춰주세요. 시안과 우리 카지노이 맞지 않고 정책도 다르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부정씨! 네 맞춰서 전달드리겠습니다."


이틀 뒤, 업데이트된 우리 카지노을 보니 시안과 또 달랐다. 짜증이 밀려왔다.

우리 회사 우리 카지노들은 다 왜 이모양인 거야?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네.


더 이상 말하기도 입 아프고 그냥 우리 카지노과 시안에 기재된 정책을 대충 내 마음대로 해석해서 개발을 완료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티켓에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코멘트를 짧게 달았다.


띵- 새로운 코멘트가 달렸다는 알림이 떴다.


"부정씨, 테스트해 보니 우리 카지노에 정의해 놓은 정책대로 개발되지 않았는데 확인 가능할까요?"

바로 대댓글을 달았다.

"41페이지에 기재된 정책대로 개발하였습니다." 41페이지를 캡처하고 빨간색 네모로 표시까지 해서 정성스레 우리 카지노의 말을 반박했다.


띵-

"41페이지에 기재해 둔 정책은 고객이 텍스트를 입력할 때 밸리데이션 처리를 해달라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알럿이 뜨고 있습니다."

"밸리데이션 처리를 텍스트 입력할 때 알럿으로 해달라는지, 문구로 해달라는지 기재되어 있지 않아 팝업으로 처리하였습니다."

"페이지 내 문구로 처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카지노가 대댓글을 달았다.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에서 스펙 변경은 어렵습니다." 잽싸게 나도 대댓글을 달았다. 통쾌했다. 개발은 어차피 내가 하고, 수정도 내가 하는 것이니 아무리 지가 수정을 해달라고 해도 내가 안 해주면 그만이었다.


더 이상의 댓글은 달리지 않았고, 나는 통쾌한 마음으로 키보드 옆에 놓인 음료를 빨대로 호로록 마셨다.

우리 카지노를 이겼다는 생각과 코를 납작하게 해 줬다는 생각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이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부정씨, 어제 이 티켓에 코멘트 봤는데요. 요즘 혹시 무슨 문제 있으세요?"

"아니요? 왜요?"

"아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요. 부정씨는 고객에게 서비스가 어떻게 나가는지가 중요하다기보다, 우리 카지노를 누르고 이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이 보여요. 부정씨에게 중요한 것은 뭐예요? 정말 제가 생각한 대로 우리 카지노의 모든 말을 반박하고, 무시하고, 이기는 것이 중요한가요? 그게 부정씨에게 가치가 있나요?"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아 맞다, 고객.. 내가 우리 카지노와 기싸움을 하고, 모든 말을 반박하고,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동안 잊고 있던 것은 고객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주기 위함인데, 어느새 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지에 대한 생각보다 '저 우리 카지노의 말을 어떻게 반박할까, 어떻게 망신을 줄까'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걸까, 3년이 되어 이 서비스에 익숙해진 시점부터일까,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그 우리 카지노와 다툼이 생겨 프로젝트를 변경했을 때부터?

수백 통의 이력서를 넣고, 몇 개월간 노력해서 들어온 회사였는데 어느새 나는 회사에 다니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나 같은 인재는 없다고 여겼고, 지금까지 그랬듯 좋은 성과를 받을 거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오늘 팀장님의 질문을 듣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이 회사에서 고성과자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동안 나를 믿어주던 팀장도 이제는 나를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익숙함을 당연하다고 착각했다. 내가 속해있는 이곳에 계속 있는 것, 마땅히 좋은 성과를 받는 것.

나는 어느새 아주 작은 우물에 개구리 같이 오만해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이 오만함을 깨달았다.

팀장님의 눈을 다시 한번 쳐다보니,팀장님은 여전히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있었다.


어떤 답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어 그 답을 내뱉었다."죄송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나에게 생긴 오만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물었다.

어디서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오만함이라,이 오만함을 어떻게 내려놓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들렸다.


아무래도 이 모든 게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거기서 그 우리 카지노를 만난 시점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내 속에 분노가 솟구쳐 올랐고, 나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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