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감염? 전염? 혹은 감정이입이라 해야 하나슬롯 꽁 머니;슬롯 꽁 머니;슬롯 꽁 머니;슬롯 꽁 머니;슬롯 꽁 머니;슬롯 꽁 머니;아무튼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 옮는 일이 많았다. 두드러기 난 친구를 보면 갑자기 스멀거리고 가려워지면서 두드러기가 났다. 누가 넘어져서 피가 흐르거나 상처가 깊은 것을 보면 영락없이 그 자리가 욱신거리며 못 견뎠다. 그러니까 슬프고, 죽고 아프고, 헤어지고, 저주하고, 서슬이 퍼런 슬롯 꽁 머니는 아예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린다. 찐한 슬롯 꽁 머니일수록 잔상이 길고 헤어나려면 며칠 허우적거려야 된다. 그러니 로맨틱 코메디, 만화, 해피엔딩인 작품을 찾게 된다. (152~153쪽)
양희은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타인의 아픔에 과도하게(?) 공감하는 면이 있어서 힘들 때가 많았다. 이런 감정이입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헐렁해지기는 했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듯한 그녀의 슬롯 꽁 머니에 무척 공감했다. 그래서인지 친한 언니랑 마주 앉아서 슬롯 꽁 머니를 듣는 기분이었다.
가끔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서 얘기를 할 때도 공허한 순간들이 있지 않았던가. 직접 대면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마음의 대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따스한 이의 글에는 온기가 배어 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녀의 체온이 내게 살포시 전해지는 듯했다.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 강아지 슬롯 꽁 머니, 가까운 이들에게 밥을 해 먹이는 넉넉한 인심, 인기 가수이지만 집안에서는 보통 가정주부와 다를 게 없는 일상, 그리고 부지런히 사는 삶의 모습 등등.
결혼하고 변함없이 늘 같은 일상, 즉 장을 봐서 재료를 다듬고 준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그리고 남편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장을 본 후, 몇 가지 반찬을 만들고 남편과 식탁에 앉으면 그렇게나 마음이 편안하고 그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229쪽)
그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런 슬롯 꽁 머니들이 참 따뜻했다. 무엇보다도 그 따스함이 좋았다.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내게, 그녀가 직접 짠 포근한 스웨터를 내 어깨에 걸쳐주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가을에 따듯한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살아가면서 행복한 일은 마음이 따스한 이와 마주하는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