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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꽁 머니북 도쿄 혼밥 일기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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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보호자가 되어, 인스턴트 죽과 겉슬롯 꽁 머니

추천곡: 데이먼스 이어 <Yours

일주일 내내 슬롯 꽁 머니 시달렸습니다. 팬데믹 시절에는 코로나와 독감 한번 걸리지 않았는데, 연초부터 컨디션이 심상치 않더니, 침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붓고, 스치는 바람에도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지만, 목에 누군가 주먹 만한 돌을 억지로 욱여넣은 듯, 타는 듯한 통증이 정말이지 괴로웠어요.


문득 어린 시절, 아팠을 때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미화슬롯 꽁 머니 추억이라 부를 만큼 아련한 장면들이요. 저는 옛날부터 편도선이 잘 붓고, 쉽게 체하는 아이였어요. 감기에 걸렸을 때는 달큼한 향이 나는 새빨간 물약을 먹었는데, 취향에 맞았는지 그 약이 먹고 싶어 또 감기에 걸리고 싶다 생각했을 정도예요. 배탈이 나면, 엄마는 제가 확실히 나았다 싶을 때까지 흰 죽만 줬어요. 아픈 것보다 아파서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 서러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몰래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다 엄마에게 들켜 혼난 기억도 나네요. 그래도 돌이켜 보면 아플 때만큼은 바쁜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어서, 또 잠들기 전까지 배를 어루만져 주는, 할머니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삼십 대 중반이 슬롯 꽁 머니 엄마와는 멀리 떨어져 살고, 할머니는 천국에 계신 지금, 몸이 약해졌을 때는 내가 누구보다 든든하고 너그러운 스스로의 보호자가 슬롯 꽁 머니야 합니다. 평소에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지만, 이번 주만큼은 스스로에게 인심을 베풀었어요. 화요일에는 퇴근 후 죽을 먹고 싶다는 나에게 중식당에서 1,600엔짜리 죽을 대접했고, 도시락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수요일에는 회사 식당에서 오징어 튀김 샐러드를 사 주었어요. 목요일에는 몸 상태가 심상치 않길래 아예 회사를 하루 쉬게 해 주었고요. 하고 싶은 게 많은 한 해이니, 이럴 때라도 스스로의 어리광을 받아 주어야 다시 약한 내가 힘을 내지 않겠어요?


물론 오롯이 혼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웬만한 일본 처방약보다 효과가 좋았던 미국 감기약을 구해 준 슬롯 꽁 머니, 퇴근 후 커피 약속을 흔쾌히 미뤄주며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살고 봐야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고요’라며 희망찬 메시지를 선물한 슬롯 꽁 머니, 손수 만든 생강청을 따뜻한 메모와 함께 쥐어 준 슬롯 꽁 머니, DM으로 아프지 말라고 다독여 준 슬롯 꽁 머니, 그리고 내 방 문고리에 즉석식품과 과일을 비닐봉지에 담아 걸어 두고 간 슬롯 꽁 머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한 주를 보내고, 드디어 완전한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오늘의 혼밥은 인스턴트 죽과 겉슬롯 꽁 머니입니다. 사실 미리 만들어 둔 겉슬롯 꽁 머니가 없다면, 이번 주에는 일기를 올리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지금 이 글도 사실 오늘 퇴근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겨우 쓰고 있거든요.


죽은 용기에 담아 랩을 씌우고, 표기된 시간에 맞게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에 배추를 슬롯 꽁 머니지 않고 간편하게 만든 겉슬롯 꽁 머니를 올렸더니, 매콤함에 입맛이 돌더라고요. 유년기,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서인지 매운 음식도 잘 못 먹고, 김치 없이도 잘 사는 편이었는데, 역시 나이가 들 수록 고향을 속일 수 없게 되나 봐요.


재료: 배추 1/4통, 부추 한 줌
양념: 고춧가루 4T, 까나리액젓 3T, 새우젓 1T, 다진 마늘 1T, 간 생강 1t, 매실액 2T, 설탕 1T, 참기름 2T, 깨 1T

1. 양념을 만들어 큰 볼에 담아 둔다.
2. 부추를 씻어 5~6cm 길이로 썬다.
3. 배추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깨끗이 씻어 준다.
4. 2와 3을 1에 넣고 잘 버무린다. 두꺼운 줄기 부분은 며칠 뒤에 먹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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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곡은, 봄을 기다리며 듣는 데이먼스 이어의 Yours입니다.


내가 손을 잡을게 너는 힘을 빼도 돼
그저 복사꽃 핀 거릴 걷자
너의 마음이 녹아 우리 밤을 합치면
무너진 달을 세워놓자


내일은 한 해 중 가장 추운 대한이라지요. 그 말은 봄이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해요. 곧 어디선가 매화가 고운 얼굴을 내밀고, 벚꽃이 거리를 (그리고 슬롯 꽁 머니타그램 피드를) 물들이고, 복사꽃도 흐드러지게 필 거예요. 약속해요.


그러니 우리, 이 추위를 조금만 더 견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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